[쉬퍼스저널 이영종 기자]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가 2일째를 맞았다. 정부는 물류대란은 없다고 발표했지만 화물연대 측은 내일(27일)부터는 비조합원의 참여율이 더 높아질 거라고 밝혔다. 실제로 부산과 인천, 광양 등 주요 항만의 적체율이 높아지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정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 쉬퍼스저널은 수도권 물량의 70%를 처리하고 있는 의왕 컨테이너 기지(이하 의왕 ICD)를 찾았다. 의왕ICD에는 현재 이봉주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지부장이 30m철탑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이봉주 지부장은 철탑 위에서 조합원들을 향해 “여기 올라온 저를 위해서가 아닌 화물연대 조합원을 위해 더 나아가 전체 화물운전자를 위해 싸워달라”며 “우리의 투쟁은 기필코 승리할 것이다”고 조합원들을 독려했다.
11:07 휴식을 취하는 화물연대 조합원.
전국 평균 기온이 30도를 웃돌던 11시경 의왕 ICD 근처에는 화물연대 조합원을 비롯해 약 20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비조합원들의 참여독려보다는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전에 휴식을 취하는 이유에 대해 한 조합원에 물어보니 “전국 곳곳에서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어 일단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어제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오전에는 휴식을 취하면서 오후 선전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의왕ICD에는 두 개의 컨테이너 기지가 있다. 제1,2컨테이너 입구에는 조합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다른 화물 운전자들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오후에 있을 선전전에 대비해 피켓을 만드는 조합원들도 눈에 띄었다.
12:10 의왕ICD 비조합원 차량 출입 활발
화물연대 측은 의왕ICD를 오가는 차량의 95%가 운송거부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왕ICD 1기지를 출입하는 컨테이너 차량은 아직까지는 활발히 움직였다. 경찰들의 수신호에 맞춰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컨테이너 기지를 빠져나갔다. 실제로 한 시간 여 동안 기지를 출입하는 컨테이너 차량은 약 50여대정도였다. 정부는 오전 발표를 통해 군용차량 40여대를 의왕ICD에 투입한다고 밝혔다. 의왕ICD관계자는 “평상시 하루에 1000여대가 오간다. 아직까지는 차량의 숫자가 확연히 줄었다고 말하기는 이른 것 같다. 하지만 변화가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만난 한 조합원은 “아직까지 많은 수가 동참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화주들의 눈치보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내 주위의 사람들은 곧 운송거부에 동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그는 ”정부의 안일한 임기응변식 태도가 이번 파업을 부른 것이다. 내가 조합원 생활을 5년동안 하면서 지난 2008년에도 있었지만 여전히 정부는 표지부동이다. 우리는 표준운임제 법제화, 화물운수사업법 개정, 노동기본권·산재보험 전면 적용, 기름값·도로비 인하, 운송료 인상 등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13:20 조합원들 집결해 집회 진행
점심 식사를 마친 조합원들이 의왕ICD 제1기지 사거리로 모여들었다. 이곳에는 각 지부의 깃발들이 휘날리고 있었고, 천막 7동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이봉주 지부장이 올라가 있는 철탑의 바로 밑이다. 이봉주 지부장이 올라가 있는 교통관제탑은 약 30m의 높이로 철로 된 구조물이다. 철탑 밑에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한 에어쿠션 장치가 있었다.
이봉주 지부장은 “지난 2008년때에도 지부장을 맡았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약속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화물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지금 아스팔트도 이렇게 뜨거운 열을 내고 있는데 저 위에 철탑은 얼마나 덥겠냐”며 “지부장의 건강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지금 의왕ICD를 비롯해 부산 등지에서 화물연대 지부장들이 고공농성을 벌이며 투쟁이 끝날 때까지 내려오지 않겠다고 밝혔다. 철탑 밑 방송 차량 앞으로 모여든 약 150여명의 조합원들은 집회를 진행했다. 화물연대 서울경기지부 사무차장은 “의왕ICD를 오가는 컨테이너차량 95%가 시동을 껐다. 그리고 전국 곳곳에서 많은 조합원들이 파업을 진행 중에 있다”며 “이명박 정부가 약속한 표준운임제를 비롯해 우리의 요구사항들이 관철될 때까지 우리의 투쟁은 계속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에 참가한 김 모씨는 “청주에서 이곳 의왕ICD까지 올라왔다. 화물연대에 가입한지는 이제 1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우리가 할 일은 분명히 알고 있다. 계속적인 마이너스 인생으로 살아갈 수 없다. 투쟁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14:12 비동참 화물차 향해 선전전 개시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3개조로 나눠 선전전을 개시했다. 1조는 의왕ICD 1터미널 입구, 2조는 철탑 밑, 3조는 2터미널 입구로 향했다. 조합원들은 양손에 피켓을 들고 출입구 길가에 나란히 서서 컨테이너를 향해 흔들었다. 가운데에는 두 명의 노조원들이 오가는 차량의 운전자들에게 유입물을 나눠주며 파업 동참을 호소했다. 경찰은 1개 소대를 주위에 배치해 전일 있었던 사태에 대비했다. 전일 이곳에 의왕ICD에서는 화물연대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비조원의 차량에 달걀을 던져 비조합원이 차량에서 과도를 꺼내 휘두르는 등 위험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탑 위의 이봉주 지부장이 “과도한 행동은 삼가해달라”고 부탁해 오늘은 조합원들이 피켓과 유인물을 나눠주는 선전전만을 진행했다. 화물을 나르던 한 운전자는 파업에 동참해달라는 조합원의 이야기에 “이번 물량을 끝으로 파업에 동참할 것”이라며 이번 파업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다른 곳에서도 선전전은 아무런 사고없이 약 40여분동안 진행이 됐다.
15:20분 군 지원차량 의왕 ICD 도착
국토해양부는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로 인한 물류대란을 막기 위해 군지원차량을 국방부에 요청했다. 이에 국방부는 국토해양부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군 위탁차량 100대와 안전요원 200명을 지원했다. 의왕 ICD에는 군용차량 40여대와 인력 80여명이 투입됐다. 차량들은 14개 업체에 2~3대씩 배분됐다.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의왕ICD)에서 이날 0시부터 낮 12시까지 반출입 된 컨테이너는 1440TEU(반입 870, 반출 570)에 불과했다. 파업 첫째날 동 시간대 반출입량은 1820TEU로 전날에 비해 화물처리량이 20%가량 급감한 것이다. 의왕ICD는 수도권 전체 물류량의 70%를 처리하는 수도권 물류의 최대 거점이기 때문에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심각한 물류난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항만인 부산항을 드나드는 화물수송량도 파업 이후 평소의 절반 이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5일 낮 12시부터 이날 낮 12시까지 부산항의 화물반출입량은 1만8976TEU에 그쳤다. 이는 평상시 하루 평균 반출입량(4만2392TEU)의 44.7% 수준이다. 비조합원의 운송거부 사례도 눈에 띄게 늘었다. 화물연대 부산지부는 “이날 비조합원들의 파업동참이 늘어나면서 대형화물차의 90%인 8만여대가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인ICD측도 운송을 거부하는 기사와 파업에 동참하는 비조합원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