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
팬스타 아크로호, 북극해 넘어 로테르담 도착…상업항로 가능성 실증
△북극항로 시범운항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가 지난달 31일 북극해에진입해 운항하고 있다. [사진=해양수산부] 국내 컨테이너선으로는처음으로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선 ‘팬스타 아크로호’가 부산을출항한 지 22일 만에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북극해구간을 별도의 러시아 쇄빙선 지원 없이 통과해 유럽까지 운항하면서 향후 북극항로 상용화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실증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평가가나온다. 14일 해양수산부와 해운업계에 따르면 팬스타 아크로호는 지난 13일 오후 6시경(한국시간) 네덜란드로테르담항에 입항했다. 지난달 22일 부산신항에서 출항한지 22일 만이다. 2758TEU급 컨테이너선인 팬스타 아크로호는 화학제품과 중고차, 자동차 부품 등화물 약 737TEU와 빈 컨테이너 100개 등 총 837TEU를 싣고 부산을 출발했다. 선박은지난달 31일 북극해에 진입해 이달 9일까지 베링해협을 거쳐척치해와 동시베리아해, 랍테프해, 카라해 등으로 이어지는약 6400㎞의 북극해 구간을 항해했다. 이후 유럽 해역으로이동해 12일 영국 펠릭스토우에 첫 기항한 뒤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부산에서로테르담까지 북극항로를 이용한 운항 거리는 약 1만3000㎞다. 수에즈운하를 경유하는 기존 항로의 약 2만㎞와 비교하면 거리가 약 35% 줄어든다. 정부는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운항 여건에 따라수에즈운하 경유 항로보다 항해 기간을 약 10일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범운항에서주목되는 부분은 단순히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사실보다 실제 북극해 운항 과정에서 해빙과 기상 조건에 따른 선박의 운항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점이다. 팬스타아크로호는 북극해 진입 이후 상대적으로 해빙이 많은 일부 구간에서 속력이 떨어지는 상황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한때 로테르담 도착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이후 운항 여건이 개선되면서 속력을 회복해 최종적으로 출항 22일 만에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특히 이번북극해 구간에서 러시아 쇄빙선의 별도 에스코트를 받지 않고 운항했다는 점도 향후 분석 대상이다. 다만이번 운항 사례만으로 일반 상선이 북극항로에서 쇄빙선 지원 없이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북극해의 해빙 분포와 두께, 기상 조건은 운항 시기와 해역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서는이번 운항의 의미를 단순한 ‘북극항로 횡단 성공’보다는 실제상업 운항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했다는 데 두고 있다. 실제 북극항로에컨테이너 정기노선을 구축하려면 항해거리 단축뿐 아니라 운항 가능 기간과 평균 운항속도, 연료 소비량, 해빙 대응 능력, 선박 안전성, 보험료와선원 운용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컨테이너정기선은 화주에게 정해진 입·출항 일정을 제공하는 정시성이 경쟁력과 직결된다. 해빙이나 기상 상황에 따라 운항속도와 도착 일정의 변동성이 커질 경우 거리 단축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일부상쇄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운항 과정에서 확보되는 실제 속력과 연료 소비량, 운항시간 등의 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다. 북극항로의지정학적·제도적 여건도 상업화 과정에서 검토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번시범운항에 활용된 북동항로 상당 구간이 러시아 북극 연안을 따라 형성돼 있는 만큼 러시아 당국의 항행 관련 절차와 국제 정세, 대러 제재 환경 등도 향후 정기적인 상업 운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다. 계절에따른 운항 제약도 존재한다. 최근 북극 해빙 감소로 선박 운항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지만 북극항로는 아직연중 안정적인 운항이 가능한 일반적인 정기 항로와는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로서는 수에즈운하를곧바로 대체하는 항로라기보다 특정 계절과 화물, 선박 조건에 따라 활용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는 대체·보완 항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팬스타아크로호의 시범운항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박은 로테르담 기항 일정을 마친 뒤 오는 16일 폴란드 그단스크항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후 화물을 선적한 뒤다시 북극항로를 거쳐 부산으로 귀환하며, 현재 부산항 입항 예정일은10월 12일이다. 이에 따라이번 시범운항의 종합적인 평가는 귀항까지 마친 이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동일한 북극항로를 왕복하면서시기별 해빙 상황과 운항속도, 연료 소비량, 항로 안정성등에 어떤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이번 시범운항에서 확보한 자료와 경험을 분석해 북극항로 상업화 가능성을 검토할 방침이다. 향후 추가실증 등을 통해 운항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토대로 2030년 북극항로 정기 상업항로 구축을 추진한다는구상이다. 이번 팬스타아크로호의 로테르담 입항은 국내 컨테이너선의 북극항로 활용 가능성을 실제 운항을 통해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항해거리 단축이 곧바로 경제성과 정기노선 구축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귀항까지 포함한 전체 운항 결과를 토대로 비용 경쟁력과 정시성, 안전성, 계절적 제약 등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글로벌해운업계가 지정학적 갈등과 주요 해상 물류망의 불확실성을 경험하면서 항로 다변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북극항로가 기존 아시아~유럽 항로를 보완하는 새로운 물류 경로로 어느 수준까지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팬스타 아크로호가 이번 왕복 시범운항에서 확보할 실증 데이터가 향후 국내 해운업계의 북극항로 진출 전략과 정기노선구축 여부를 판단하는 기초 자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