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일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가 드디어 시작됐다.
그간 수차례에 걸친 시행일 연기와 많은 의견들로 인해 문제를 안고 시작한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는 시행 한 달을 맞았다. 물론 전 분야에 걸친 시행이 아닌 항공과 해상분야의 수출에만 적용됐고, 아직 항공 수입 분야는 시행을 준비 중에 있다.
4월 1일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관세청 및 중계사업자 등 적하목록 사전제출제와 관련된 근무자들은 24시간 비상근무에 돌입해 혹시 모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등 철저한 준비를 했다.
적하목록사전제출제도란?
지난해 7월에 시행되기로 했던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는 지난해 10월, 12월에 이어 2012년 1월 시행을 예고했지만 연기돼 올해 4월 1일부터 단계적 시행이라는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상 및 항공 수출화물은 지난 4월 1일부터 1단계 시행을 했고, 항공 수입화물에 대해서는 6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된다.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는 해상수출의 경우 적재 24시간 전 제출을 원칙으로 하며 근거리 지역은 적재 전 출항 30분 전에 마감해야 한다.
근거리 지역은 중국, 대만, 홍콩, 일본, 러시아(극동지역),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가 포함된다. 벌크와 환적화물은 출항 전에 제출하며 선상수출물품은 출항 후 익일 24시간까지 제출하면 된다.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는 전산 인프라가 구축된 해상 수출화물과 항공수출입화물에 대해 우선 적용되고 해상수입은 추후 시행된다.
항공수출의 경우 적재 전에 제출하고 출항 30분 전에 최종마감한다.
수입의 경우 입항 4시간 전에 적하목록을 제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근거리 지역(중국, 대만, 홍콩, 일본, 러시아)에는 적재항 출항 전에 제출해야한다. 특송화물은 입항 1시간 전에 제출하면 된다.
항공수출부문에서는 우선 거리별 화물별 전송시점에 따라 적하목록의 제출시점이 변경됐다.
예를 들어 런던에서 수출돼 홍콩에서 환적한 후 특송으로 운송되는 화물에 대해 포워더는 입항 4시간 전에 런던기적 적하목록을 전송해야 한다. 홍콩에 도착하면 홍콩에서 적재 전 홍콩기적 적하목록을 전송하고 입항 1시간 전에 특송화물 적하목록을 전송하면 된다.
수출검사는 적하목록을 MFCS에 전송한 후 검사대상지정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항공사 및 관세청에서 정하는 기준(AEO, 법규준수도 등)을 충족하는 포워더에게만 결과가 제공된다.
또한 적재장소와 장치장소를 제출해야한다. 항공사는 화물을 적재하는 전용터미널 보세구역의 부호를 기재해야하며 인천공항 자유무역지역에 입주한 포워더가 수출화물을 반입하고 단위 탑재용기(ULD)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장치장소 부호를 기재해야 한다.
항공 수입부문의 경우 국내 포워더만 가능했던 수입화물 적하목록 제출을 해외 포워더, 항공사도 전송이 가능해졌다.
항공부문 공통 변경사항으로는 WCO(세계관세기구)규정에 따른 고유식별번호인 UCR이 추가됐다. 품명 기재도 기존 대표품명 기재에서 200자 범위 내로 주요 품명을 상세하게 기재토록 했다.
해상부문에서는 적하목록의 취합주체가 케이티넷 한 곳으로 기존방식과 같이 선사와 포워더는 적하목록을 케이티넷(MFCS)에 적하목록을 보내면 취한 후 세관에 XML문서로 변환해 제출하게 된다.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 시행 이유?
포워더 입장에서는 매우 까다롭게 변경됐고, 기존 업무의 양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불편하게 생각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적하목록 사전제출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적하목록 사전제출 제도를 한 단어로 표현한다면 바로 “보안”이다.
이 제도는 수출입화물이 적재항에서 선박(또는 항공기)에 적재되기 전 적하목록을 세관당국에 제출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국제적으로 무역공급망의 안전 및 원활화를 위해 채택했다. 우범성이 있는 화물의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정상적인 화물의 신속한 처리와 물류비용 절감을 기본 목적으로 하고 있다.
9․11테러를 계기로 미국은 AMS(Advanced Manifest Service)를 이미 정착했으며, EU(유럽연합) 또한 2010년 12월부터 ENS(Entry Summary Declaration)를 시행해 운영하고 있다.
또한, 세계관세기구인 WCO에서도 시행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대 수출입국인 중국의 경우에도 이 제도를 2009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교역을 하는 국가들의 상호 무역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보안을 강화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
지속된 연기 이유는 무엇인가?
관세청은 2012년 1월 1일부터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를 전면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전자문서 시범운영 결과 데이터 전송오류 등의 문제점이 발생함에 따라 시행시기를 변경한다고 밝혔다.
김용익 관세청 수출입물류과 계장은 잦은 연기에 대해 “국내에 수출입업체만 19만개이고 포워더 및 조업사, 항공사들이 5000여개에 이른다”며 “테스트 과정 중에 데이터 오류가 발생해 부득이 하게 연기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계장은 “미국은 9.11테러가 발생하고 2년이 지나서 시행이 됐고, EU도 3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내부적으로 논의한 결과 4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면 시행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 서서 4월부터 단계적으로 완벽하게 시행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하루에 처리해야 하는 물량이 많다는 것. 실제로 하루에 입출항하는 선박이 350여척, 항공이 350편 정도로 총 700개의 수출입을 관리해야한다.
실제로 관련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관세청이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게 일정을 추진한 면이 있다”고 밝혔다. 관세청은 무조건적인 시행을 발표하고 업무를 추진했다는 것.
일단 일정을 공지해 놓고 제도 시행에 따른 문제점 파악은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제도의 시행 후 수정해야 할 부분에 대한 의견 취합과 보완 사항 및 테스트 등의 준비 미흡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또한 중계사업자와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의 개발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세청이 말한 날짜에 맞출 수 없었고, 연기가 됐다.
현재 항공 수입 부분은 6월 1일 시행을 관세청은 공표했지만 이마저도 연기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취재됐다. 관세청의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 시행시기 변경통보(2011.12.29)’공문을 보면 항공 수입부분은 6월 1일 시행하고 4월 1일부터 2개월의 병행기간을 두고 테스트를 진행한다는 내용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4월 9일에도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지 않아 6월 1일 시행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시나리오의 변경이 예상된다. 지침변경 및 요금인하 부분에 있어 차질이 있을 것이라는 것.
실제로 중계사업자를 취재한 결과 아직 제대로 된 테스트를 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화물의 경우 외국에서 데이터가 국내로 들어와야 하지만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국의 열악한 인터넷 환경이나 한국이 적하목록 사전신고제 시행 여부의 파악 등 여러 가지 문제가 겹쳐 데이터의 전송이 안 되고 있다.
제대로 된 테스트를 위해서는 전송속도 및 프로세스의 변화 등을 봐야하는데 자체적인 테스트만으로는 6월 1일 시행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양 중계사업자와 관세청에서도 6월 1일 시행의 연기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금 가중, 통합 뷰 구축해야"
시행 한 달을 맞아 중계사업자 측은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 데이터 전송 오류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다른 문제점은 없다고 말했다. 시행 초기에 대한항공의 AIRCIS에서 오류가 발생돼 서비스의 복구에 약 5일의 시간이 걸렸고, 사용자의 불편이 초래돼 AIRCIS측에서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번 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업계의 반응을 어떠할까.
업계에서는 일단 첫 번째로 요금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에 사용하던 케이티넷과 이번에 새롭게 서비스를 시작한 케이씨넷을 비롯해 포워더넷(FNC)에 가입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데이터 전송료의 변화는 각 중계사업자 간의 경쟁으로 줄어들었지만 기본료를 지불함에 따라 요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케이씨넷의 경우 무료로 이용할 수 있지만 7월 1일을 기점으로 요금을 받기로 결정해 사용자가 내야할 금액이 많아질 것이다.
더불어 현재 포워딩 업체에서는 기존에 포워더프로그램을 이용해 정산과 B/L 전송, EDI발급의 절차를 진행했는데 올해 2~3월부터 포워더넷에서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1만원에서 많게는 3만원의 기본료를 지급하고 이용하고 있다. 포워더넷은 지난해 11월에 동의서를 받고 이를 시행하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지난해 소프트웨어 계약 건은 빼고 하드웨어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계약을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적하목록 사전제출제도의 시행으로 인해 기존 케이티넷에 케이씨넷 그리고 포워더넷까지 계속 비용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케이티넷과 케이씨넷은 양측 모두 “기본료는 회사가 운영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양 중계사업자의 경쟁구도로 인해 전송료가 낮아졌다. 기존 케이티넷은 kb당 250원의 요금을 받아왔지만 6월부터 kb당 200원을 책정해 운영한다. 또한 케이씨넷은 건당 요금을 책정했는데 건당 200원을 납부하면 된다.
두번째로 업계에서는 통합 뷰(View)를 요구하고 있다.
케이티넷을 이용할 때는 한 곳에서만 전송을 하고 지켜봐야 했지만 이제는 케이티넷과 케이씨넷 그리고 AIRCIS 창 세 곳을 열어놓고 봐야한다.
현재 KTNET, KCNET과 AIRCIS의 전송에서 전송완료되는 과정이 각각의 사업자 별로 표시가 된다. 업계에서는 각각의 프로그램에 접속해 물건이 잘 전달되고 있는지 확인을 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통합적으로 보여주는 화면을 요청했다. 경로가 복잡하고 확인의 절차가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다는 것이다.
이에 에어시스의 경우 지난 주부터 통합 웹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고, 케이씨넷의 경우에도 조만간 통합 뷰에 대한 공지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케이티넷은 수입부분의 안정화 후에 하반기쯤 선보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