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뿐만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쾌적하고 안전한 관광지로 꼽히는 나라다. 다양한 테마의 리조트와 호텔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아쿠아리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을 비롯한 관광지와 세계최대 규모의 인공정원 가든스바이더베이 등 다양한 휴양, 레저 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서 있어서 전세계로부터 사계절 관광객들이 모여들고 있다.아시아와 세계를 잇는 금융 허브이자 대규모 항구를 낀 물류 중심지로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경제력도 싱가포르의 이미지에 큰 일조를 하고 있다. 마리나베이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레이저쇼를 더욱 환상적으로 보이게 하는 마천루 야경들이 이러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할 수 있다.그렇게 해서 ‘부유하고, 안정적이고, 평화롭고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풍부한 싱가포르’라는 신화가 만들어졌고, 전세계 각국에서 싱가포르를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가족단위나 연인들끼리의 휴양지로 가장 많이 찾는 곳 중의 하나가 싱가포르이다.그런데 부유하고 환상적인 싱가포르의 이면에는 독특한 노동시장 구조가 있다. 싱가포르는 중국계가 인구의 74%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중국계는 말레이계 여성과 결혼한 중국인들의 후손인 ‘페라나칸’을 말하는데
대학시절 필수 교양과목이었던 한국사 강의가 생각난다. 흔치 않은 학사 출신 교수이면서 당당히 최고 권위의 사학자로 존경받던 고(故) 이기백 교수가 맡은 강의였다. 강의 교재인 그의 ‘한국사신론(韓國史新論)’은 러시아어와 영어 등으로 번역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 받는 책이다. 이런 명망 있는 교수에게 우리의 역사를 배웠다는 데서 큰 자부심을 가진 것은 당연했다. 그는 강의 중에 역사공부가 단순히 역사가 만들어진 연대와 그 역사를 만든 인물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누누이 역설하곤 했다. 그렇다보니 시험도 시대별 흐름과 역사 속에 기록된 사실들이 품고 있는 배경과 의미를 각자가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 지를 묻는 2~3개 문제만이 출제돼 암기에 익숙한 우리들을 당황하게 했던 경험이 새삼스럽게 되살아난다. 지금 생각하니 역사가 비록 기록이긴 하나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교훈은 접근 방법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치려 했던 것 같다.갑자기 먼 옛날 학창시절을 떠올려 본 것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발표로 빚어진 논란 때문이다. 황우여 교육부장관은 지난 12일 2017년 1학기부터 중학교 역사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전환
AIIB는 2013년 10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처음 계획을 제시한 후 2015년에 역내 37개국 역외 20개국을 창설멤버로 해 출범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에는 운영이 시작될 예정이다. 아시아 지역의 사회간접자본 개발을 지원할 목적으로 설립된 AIIB는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수요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중심으로 운영되던 기존의 다자간 개발은행(MDB)에 대항하여 중국이 중심이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이런 중요성을 인식해 지난 2015년 9월 18일 기획재정부, 한국국제경제학회 주최로 ‘AIIB 설립에 따른 아시아 인프라시장 확대와 한국개발협력의 대응방안’ 세미나가 개최됐다. 연세대 경제학부 성태윤 교수의 주제발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인프라 투자는 2015년 연간 4.7조 달러 수준에서 2020년에는 연간 9조 달러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인프라 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세계 인프라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에는 47.8%에서 2025년에는 58%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한국, 중국, 몽골, 북한 등 다양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들이 있는
좀비(zombie)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인해 부활한 시체를 일컫는 단어로 독자적인 생존능력을 갖고 있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요즘 인기 있는 좀비를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좀비는 쉽게 죽지 않고 오히려 끈질기게 주위 사람들을 괴롭히기만 한다. 기업에도 ‘좀비기업’이 있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부실이 심해 차입금이나 정부지원으로 그나마 연명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이런 기업의 폐해는 불을 보듯 뻔 한 만큼 가능하면 빨리 퇴출시키는 것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금융권이 이런 ‘좀비기업’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채권은행들은 2천여 곳에 이르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세부 평가를 통해 최종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확정할 방침이다. 평가 결과 C등급을 받으면 기업개선작업인 워크아웃이 시작되고 D등급이면 모든 자금 지원이 중단되는 고강도 퇴출 작업이다. LG경제연구원이 628개 비금융 상장사의 올해 1·4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기업의 비율이 34.9%로 나타났다고 한다. 3곳 중 1곳이 좀비기업이라는 말이니 이 같은 금융권의 조치가 다소
6년여를 다소 막 다룬 노트북의 키판이 고장나서 동급의 새로운 컴퓨터 가격을 알아봤다. 가격이 너무 부담이 되어 수리 업체를 찾았더니 신품의 10%도 안 되는 비용으로 수리가 가능하다고 했다. 수리를 맡겼더니 비용 청구서와 함께 자판이 바뀐 노트북 그리고 6년여를 함께 했던 예전이 자판이 통째로 뜯겨진 채 박스에 담겨져 왔다.이런 배려는 나중에 키판 교체할 때 필요하면 빼서 사용하라는 취지라고 수리업체 담당자는 설명했다. 나중에 자판 키 하나를 재활용할 확률은 경험상 0.1%도 안된다는 생각에 쓰레기통에 버리려고 하다가 그냥 창고에 모셔두기로 마음을 바꿨다.타이핑 강도가 평균보다 센 편인 내 열 손가락 강타를 견뎌내며 6년여 세월동안 동고동락해 온 동료를 그냥 버리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우선이었지만, 수리업체 담당자의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6년을 사용했지만 아직 시스템 상에 전혀 문제가 없고 일상 업무에 충분히 사용이 가능한 컴퓨터이기 때문에 작은 고장을 이유로 컴퓨터를 교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자판 키 하나가 문제라면 해당 자판만 바꾸면 정상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것이다.수리 담당자의 말을 듣고 그 동안 컴퓨터를 대해 온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라는 우리 경제의 메가톤급 악재로 급격히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기위해 기획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가 많은 기대 속에 시작됐다. 행사 기간은 10월1일부터 2주간이고 전국의 백화점, 대형마트, 재래시장 등의 2만7천여 개 점포가 참여하고 있다. 참여 점포수를 보면 분명 ‘코리아 그랜드 세일’이 맞다. 일반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저 멀리 중국인 관광객(유커)들 까지 큰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별로 없다더니 그 말이 딱 맞아 보인다. 정부가 주도한 행사인지라 믿고 행사장을 찾은 수많은 고객들의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말이 ‘슈퍼 세일’이지 진열된 상품은 대부분이 이월재고 상품이고 할인율도 평상시 할인행사 수준을 넘지 못한다는 평가다. 그야말로 ‘무늬만’이다. 벌써부터 ‘블랙구라이데이’, ‘대국민 사기극’ 등의 실망감을 표시하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고도 내년에 똑같은 행사를 치를 수 있을지 우려된다.블랙 프라이데이는 미국에서 열리는 연중 최대 규모의 세일 행사이다. 11월 4번째 목요일로 정해져 있는 추수감사절 다음날 금요일을 일컫는다. 미국 기업들은 블랙 프라이
서울 종로구 교남동의 오래된 골목길을 걸어 들어가면 뜬금없이 고풍스런 가옥을 만날 수 있다. 딜쿠샤(DILKUSHA)로 불리는 서울의 명소 중 하나다. 딜쿠샤란 힌두어로 이상향, 마음이 기쁘고 행복한 상태를 의미하는데 이런 멋진 집을 짓고 의심심장한 이름을 붙인 사람은 알버트 테일러(1875~1948)라는 미국인이었다.알버트 테일러는 UPI통신의 전신인 UPA 통신사 특파원으로 한일합방이 되기 전 조선 땅에 들어왔는데 1923년에 이 건물을 지었다. 그는 언론인으로 일하면서 3.1 운동을 해외에 알리는 등 한국의 독립운동에 우호적이었다. 독립운동가를 지원한 혐의로 일제의 감시를 받다가 태평양전쟁이 발발하기 전 1941년 일제에 의해 강제 추방됐다고 한다.딜쿠샤는 개항 후 지어진 서양식 건물 중에서도 독특한 외관으로 유명하다. 화강석 기저부 위로 붉은 벽돌을 쌓는 방식을 프랑스식 쌓기라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매우 특이한 형상이라고 한다. 딜쿠샤 정초석에는 'DILKUSHA 1923, P.S.ALM CXXVII-I'라고 새겨져 있는데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딜쿠샤는 근대문화유적지지만 현재도 이곳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일종의 공동주택으
최근 터져 나온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 사업 의혹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앞선다.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수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2년간이나 미궁 속에서 진행되다 국회의 국정감사에서 우연히 의혹으로 터져 나왔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일반 사업도 아닌 우리의 영공을 수호할 국산 전투기 개발이라는 중차대한 사업을 벌이면서 몇몇 사람이 밀실에서 대충 주물럭거리다 의혹만 남긴 채 원점으로 되돌아가야할 판이 됐으니 정말 한심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이런데도 정부는 사업을 전면 수정한 종합계획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으니 더더욱 답답하다. 사업지연으로 인한 예산 낭비 등의 책임을 묻겠다는 말은 아직 없다.KF-X 개발 사업은 지난 2001년 3월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2015년까지 우리 손으로 전투기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시작이 됐다. 합동참모본부도 당시 국산 KF-16+급 전투기의 장기 신규 수요가 120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수요량으로 보면 전투기를 사들이는 것보다 직접 개발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이익이겠다는 판단이 선다. 하지만 이후 KF-X 사업은 사업 추진과 관련해 긍정
독일 자동차그룹 폴크스바겐의 디젤엔진 배출가스 저감장치 ‘눈속임’이 일파만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상황으로는 폴크스바겐이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면서 자칫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올 정도다. 남을 속이는 일은 한 순간은 덮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결국은 몇 배로 되갚음 당할 수 있는 ‘제 발등 찍기’임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이다. 우리 기업들이 꼭 되새겨 봐야 할 본보기가 아닌가 한다.폴크스바겐 ‘소비자 눈속임’ 사태는 미국 환경보호청(EPA)의 리콜 명령이 시발점이다. 리콜(recall)의 사전적 의미는 제품의 결함으로 인해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제품에 대해 제조업자가 제품의 결함을 소비자에게 통지하고 관련 제품을 수리, 교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특히 자동차분야에서는 리콜이라는 말이 결코 낯설지 않을 만큼 자주 일어나는 일상사와 같은 일이다. 그러나 이번 폴크스바겐에 대한 미국 정부의 리콜조치는 종전까지 내려졌던 리콜과는 사뭇 다르게 소비자를 속였다는데서 충격파가 더크고 파장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세계시장 석권을 위해 폴크스바겐
요즘이야 칭다오(靑島)맥주를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 있다. 중국식당은 물론이고 마트, 편의점 등에 가면 얼마든지 칭다오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 한국에서 유통되는 칭다오맥주는 대부분 초록색 병 혹은 캔에 담긴 ‘일반적인’ 칭다오맥주다.그 ‘일반적인’ 칭다오맥주가 한국에서 먹을 때와 칭다오에서 먹을 때 맛이 다르다는 사람들이 있다. 주로 중국 칭다오를 자주 다니는 사람들이다. 똑 같은 맥주가 설마 나라에 따라 맛이 다를까 의아해할 수도 있는데, 같은 호프와 효모를 사용하더라도 물이 다르면 맥주의 맛이 달라진다고 하니 일견 수긍이 가는 말이다.그렇다면 칭다오의 물이 얼마나 좋기에 맥주의 맛이 달라질까. 칭다오를 잘 아는 사람들은 칭다오에 가 보면 안다고 한다. 칭다오는 과연 물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맑은 바다를 끼고 있으면서 깨끗한 천연 광천수가 나오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칭다오맥주 맛에는 좋은 물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칭다오맥주 탄생의 배경이 된 중국의 근대사의 애달픈 향취도 섞여있지 않을까.칭다오는 불과 120여년 전만해도 지금같은 도시가 아니라 중국의 변방에 불과했던 곳으로 조용하고 작은 바닷가 마을이었다. 청나라 말기인 1897년 독일의 조계지가 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