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또다시 민낯을 보였다. 20대 국회는 다를 줄 알았는데 어찌하면 이토록 온갖 국민적 비난을 받았던 과거 모습과 똑 같을까 싶다. ‘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이 말이 딱 맞다. 입만 열면 외치던 국민은 국회의원 그들에게는 아예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유권자들의 표만을 쫓는 모습이 볼썽사나울 뿐이다. 우리 모두 큰 기대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4년마다 선량들을 뽑아 국회에 보낼 때는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져 보는 것은 이번만은 달라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회 또한 그저 ‘역시나’에 불과했다. 그러면 그렇지 하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2018년도 정부예산안을 심의한 국회가 이번에도 역시 크게 실망(?) 시키지 않았다. 그 나물에 그 밥일 텐데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말이다. 예상대로다. 힘 있는 여당은 뒷거래로 밀어 붙였고 힘이 없는 야당은 온갖 비난과 항의의 말로 뒷북을 치는 모양새가 또다시 재연된 것이다. 20대 국회 들어 처음 가진 정부예산안 심의·처리인 만큼 조금이라도 진지한 모습을 보였더라면 박수를 받았을 텐데 그것조차 하지 못하는 ‘무능’을 적나라하게 보였다. 이른 바 ‘쪽지예산’도 여전했고 이해관계
관습(慣習)은 어떤 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켜져 내려와 그 사회 구성원들이 널리 인정하는 질서나 풍습을 말한다. 대체로 풍습과 같이 좋은 의미에서 관습이 쓰인다. 또한 나쁜 관행도 관습의 범주에 넣기는 하지만 양습(良習)처럼 묵인이 되기보다는 질타와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반드시 고쳐야할 폐습으로 여겨지게 된다. 하지만 어떤 악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좀처럼 고쳐지지 않은 채 사회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뒤 지속적인 반복현상으로 사회 구성원들조차 감각이 무뎌져 마치 어쩔 수 없는 사회 관습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우리는 오랫동안 쌓여온 이런 폐단을 적폐(積弊)라고 한다. 폐단이 관습화 되는 과정을 거치면 적폐가 된다. 나쁜 습관은 일개인도 부단한 노력 등을 통해 고치는 과정을 거치는데 사회 속에 뿌리 내린 폐단이 유독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릇된 사안을 그릇된 것으로 여기지 못하는 인식의 왜곡에다 특정 폐단과 얽혀 있는 이해관계 집단의 집요한 은폐 등으로 폐단의 누적화가 이뤄지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선진국보다는 사회가 이런 악습을 배척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후진국에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특히 정치권과 같은 권력집단 속에서 성행하는 습성
우리나라와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이 결국은 재협상이라는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미 FTA 협상 개정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다고 이달 6일 발표했다. 우리 스스로가 개정 절차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가 절대적으로 반영된 결과이다. 2012년에 협정 체결이 이뤄졌으니 발효 5년만에 전면적 손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때나 올 6월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표적 불공정 무역사례로 꼽았던 만큼 협정 개정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설마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예상되는 충격파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협상 대상과 범위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한·미 양측 모두 협정 개정 절차를 개시하겠다는 의사만 밝힌 상태다. 지금으로서는 자동차, 철강, 농업부문 등이 주요 현안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5년전 협정 체결 당시만큼이나 치열한 신경전과 밀고 당기기가 전개될 전망이다. 한번 손을 대고 난 뒤 다시 양측이 만나 불만을 얘기하고 내용을 고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산업계가 미국
우리 국민 상당수는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대표적인 적폐(積弊) 가운데 하나로 꼽는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검찰이 부정부패의 온상이어서 라기 보다는 국민으로부터 주어진 권한을 함부로 휘두르고 남용한 결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사회 정의 실현 차원에서 부정부패, 비리와 같은 사회악을 근절하도록 국민으로부터 부여 받은 권한을 악용한 책임이 검찰에 있다는 뜻이다. 이런 검찰이라면 권한을 아예 뺏거나 축소해야 마땅하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가기관 중에 검사만이 공소 제기권을 갖는다. 이렇다보니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권력도 정치권력, 자본권력과 같은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져온 것이 사실이다. 권력의 감시는커녕 방조자가 되고 검찰 자신들에게도 엄격한 법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했다. 전관예우‘, ‘제 식구 감싸기’와 ‘유전무죄 무전유죄’, ‘정치 검사’라는 말이 나오도록 한 당사자가 검찰이다. 공평한 법 집행을 실현하지 못해 적폐의 범주에 스스로 끼이는 우를 범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이런 검찰을 향해 칼을 빼 들었다. 만고불변의 적폐로 꼽혀온 검찰의 검사 등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으로 문재인
우리에게 북한은 늘 말썽꾸러기다. 잊을 만하면 핵무기다, 미사일이다 으름장을 놓기가 일쑤니 하는 말이다. 한반도를 나눠 차지하고서 같은 말을 쓰는 민족끼리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적당히 해도 될 일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허구한 날 상식이하의 돌발 행동을 일삼고 있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더군다나 국제사회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개 속 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서로 돕고 살아도 시원찮은데 속된 말로 남북이 영양가 없는 소모전만 펼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한 마음뿐이다. 북한은 누가 뭐래도 내갈길 가겠다는 듯이 지난 9월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에서 6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했다. 앞서 중·장거리 미사일을 연속해 쏘아 올리더니 마치 미사일에 실을 핵폭탄인 냥 보란 듯이 이번에 또다시 핵 도발을 일삼았다. 북한은 한수 더 떠 핵폭탄보다 몇 배의 위력이 있는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에 대항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했다. 대대적인 축하행사까지 요란하게 열었다. 국제사회의 끈임 없는 경고에도 그야말로 막무가내 식 도발이다. 어디엔가 믿는 구석이라도 있는지 대단한 배짱이다. 지구촌 속에서 고립을 자초하면서 까지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
요즈음 뉴스를 통해 세상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각자 할 일을 참 안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늘 하는 말이지만 우리 모두 제자리에서 맡은바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그야말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정치권과 공직사회, 언론계 등 국가와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이른바 지도층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더 큰 실망감과 함께 비난의 화살을 쏟아 낸다. 그러나 늘 개선은 기대난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즈음해 이번에는 공직사회와 축산농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큰 파동을 일으켰다. 그것도 우리 모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먹거리’에서 터졌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달걀에서 독성 강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름하여 ‘살충제 달걀’이다. 지금까지 잘 들어보지 못한 말 아닌가. 달걀에 살충제라니 결코 믿고 싶지 않은 말이다. 달걀은 하루에 4천만 개 가까이 소비될 정도로 우리의 주요 먹거리이자 서민 밥상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달걀 그 자체로도 섭취가 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빵이나 피
대한민국 남자라면 별 넷을 단 4성 장군의 위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의무병역제 때문에 대부분 군 복무를 하다 보니 철저한 계급 조직인 군의 대장 계급이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직간접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일반 사병의 경우 별의 숫자를 물문하고 길을 가다가도 차량의 별판만 보이면 눈에 띄지 않게 숨을 곳부터 찾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하물며 별을 네 개씩이나 단 4성 장군이니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게는 함부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신(神)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다. 독특한 군사문화의 단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4성 장군의 위엄은 옛말인가. 어쩌다 ‘어물전 꼴뚜기’ 신세가 된 4성 장군까지 등장했다. 주인공은 그의 부인과 함께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다 구설수에 오른 박찬주 대장(정책연수, 전 제2작전사령관)이다.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에서 자식 같은 공관병을 못살게 구는 일탈을 저지른 사실이 폭로됐다. 이 때문에 군(軍) 전체에 망신살이 뻗치고 군 위상까지 급전직하했다. 유사시를 대비해 군 조직을 추스르고 지휘관으로서 위엄을 다져야 할 그런 중차대한 위치에서 고작 한 것이 사병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니 내는 세
프로야구 NC다이노스 팀에 박석민이라는 선수가 있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라이온스에 입단해 프로선수가 됐고 2016년 시즌부터 NC로 이적해 뛰고 있다. 그는 경기 중 수시로 터져 나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몸 개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의 최고난이도 3회전 반 점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은 그의 전매특허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경기마다 피 말리는 승부를 다퉈야 하는 프로 야구장에서 ‘트리플 악셀’이라니 다소 생뚱맞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실은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 그 자신이 부상 방지를 위해 배트를 휘두른 후 몸을 몇 바퀴 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은 뭔가 튀고 싶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매우 진지한 동작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가 승부만을 쫓는 프로의 세계에서 ‘몸 개그’의 달인이기를 은근히 바랄지도 모른다. 관중과 팬들에게 간혹 큰 웃음과 즐거움을 안겨주지만 그렇다고 경기력이 엉망인 선수는 절대 아니다. 고타율에 홈런도 잘 친다. 배트로 공을 맞추는 기술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얻어 당시
무슨 상업적 거래를 할 때 작성하는 계약서를 보면 반드시 거래 당사자 간 ‘갑(甲)’과 ‘을(乙)’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계약서 상 갑과 을은 상생을 위해 각각의 역할을 규정해 놓고 철저한 이행을 강제하는 내용이 주어진다.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주체가 바로 갑과 을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합의서가 바로 계약서이다. 그러나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갑과 을의 순위가 분명하다. 갑이 먼저고 을이 그 뒤다. 이렇듯 갑과 을의 관계는 힘의 논리에서도 갑이 늘 우위에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관행처럼 돼 있다. ‘갑질’이라는 말은 있어도 ‘을질’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거래에 있어 갑과 을은 애초부터 지배와 피지배의 개념을 바탕으로 관계 설정이 돼 을은 늘 갑의 횡포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이런 갑의 압박에서 ‘을 구하기’에 나섰다.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한다.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첫 표적이다. 가맹점주들과의 불합리한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신호탄이다. ‘을 구하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적
흔히들 면세점 사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니 구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일 것이다. 실제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과연 어떨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거위를 갖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후유증으로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금값이라 한들 황금알만 할까 싶다. 황금알만 낳아 준다면 돈을 찍어내는 조폐공사가 어디 부럽겠나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 면허가 ‘황금알 낳은 거위’로 꼽힌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권 취득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사업권만 받으면 일정기간 시쳇말로 ‘황금알’을 낳아주는데다 이만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도 없으니 재벌기업이면 누구나 군침을 삼킬 만하다. 이러니 일찌감치 정경유착의 먹잇감이 된 건 당연하다. 정부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더니 결국은 일이 터졌다.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작업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관세청이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