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창고등록제가 지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 가닥 희망을 걸었던 물류창고업 종사자들은 다시금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자유업으로 규정된 창고업을 신고제로 전환해 난립한 영세업체들을 줄여 업계의 숨통을 틔우려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등록제가 다시 업계의 희망이 된 것은 온갖 개인과 기업들이 차린 영세창고 때문이다. 제대로 된 시설이라곤 갖춘 것이 없는 업자들이 무작위로 임대료를 헐값으로 불러 정상적으로 창고를 운영하고 있는 창고업자들이 경영난에 시달려왔기 때문이다.
창고업 등록제 이전에 물류창고업이 제대로 서기 위해선 불법창고들에 대한 제대로 된 규제가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CLO 취재팀은 바로 이점이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보고 불법창고 취재에 접근했다. (편집자 주)
불법창고의 규모는 광범위하다. 지난 2008년 국토해양부가 경기 하남시, 남양주시, 시흥시 및 부산 강서구의 그린벨트에 들어선 건축물을 조사한 결과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건축물 전체의 70%가 불법 건축물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지역의 그린벨트에 있는 총 8만2641개의 건축물 중 70%인 5만8250개가 불법인 것으로 파악됐는데 이중 건축물 종류별로 살펴보면 창고는 91%가 불법이었다.
1년이 지난 작년 12월 경기도 구리시가 불법창고로 전용되고 있는 컨테이너 야적장에 대한 일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보금자리주택 개발 예정지인 갈매동 2곳과 토평동 등 모두 14곳에서 컨테이너 야적장이 조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컨테이너 야적장은 대부분 임대사업으로 이용되고 있다.
하남시와 남양주시의 경우는 농업용창고와 축사가 불법창고로 전용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최근 보금자리주택 건설로 인해 재개발이 확정되어 불법창고에 화물을 맡기는 화주기업들이 점차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하지만 수도권 특히 서울 인근에서는 아직도 불법창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중 상당수가 창고임대업. 이들 창고는 모두 불법건축물에 해당되는 것들. 소화기 등 소방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전무한데다, 화재에 무방비여서 이천창고 화재 같은 대형화재가 발생한다면 곧바로 인명피해로 이어질 것이 우려되고 있다.
-멀쩡한 창고업자 목 조르는 불법창고
이처럼 불법창고는 독버섯처럼 끊임없는 단속과 조사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없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이 엄연하게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버젓하게 영업을 하고 있으니 정상적으로 창고업에 투자를 해온 업자들은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
물류창고건축업에 종사해온 A씨는 2년여가 다 되어가도록 새로운 일거리를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작년 경기가 심각하게 위축되어 물동량도 줄어드는데다 불법창고들까지 횡행하니 그에게 일감이 떨어질리 만무했던 것. 물류창고업자들이 불법창고에 화주를 빼앗기다 보니 적극적으로 시설에 투자를 할 수 없었던 탓도 있다.
물류창고업 경영자들도 울화가 치밀기는 마찬가지다. 각종 보험과 소방시설, 첨단온도조절장치 등을 두루 갖춘 물류창고를 건설하는데 드는 비용만하더라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다. 그런데 달랑 컨테이너만 갖춘 불법창고업자들이 임대료를 마구잡이로 인하해대니 생존이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물류창고업에 종사하는 B씨는 창고업 등록제가 문제가 아니라 불법창고에 대해 어떻게 규제를 가하는가가 먼저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에서 창고업 등록제에 대해 적극적이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의견을 밝혔다. “등록제를 한다 칩시다. 등록제에 맞게 등록을 하려면 규정에 맞게 설비로 갖춰야하고 각종 안전보험도 들어야 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러려면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아요. 그런데 임대료는 제자리란 말이죠. 게다가 불법창고들이 여기저기서 덤핑을 해대니 버틸 재간이 있나요. 등록제 시행에 대해 주저하는 이들도 다 나름대로 이 같은 속사정이 있을 겁니다.”
물류창고업체 중에서 이름 있는 업체들이 받는 평당 임대료는 2만 5천원선 하지만 최근 들어 불법창고업자들이 그에 절반도 못 미치는 1만원대까지 덤핑을 하는 등 경쟁적인 가격공세를 펼치고 있어 이마저도 지켜내기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불법임에도 물류센터 이름 내걸고 영업
앞서 지난 2009년 구리시가 불법 컨테이너 야적장에 대한 단속을 실시한 사실을 언급했는데 기자는 이후 사정이 어떻게 흘러갔는지가 궁금해 지난 5월 중순경 구리시 토평동 일대를 찾아갔다.
한강시민공원을 거슬러 강변북로에서 구리시로 진입하는 토평동 일대에 가까워지면 한적한 농촌 한 가운데 컨테이너 박스들이 산적해 있는 광경이 나타난다. 마을 어귀로 접어들수록 농촌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화물차량들이 즐비하게 주차해 있는 것을 보게 된다. 각종 택배 및 물류관련 차량들이 분주하게 오고간다.
고물상과 컨테이너 수리업체들 사이로 ‘물류센터’란 간판이 먼 곳에서도 보일 정도로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는 곳이 한 마을에서만 네다섯 곳에 이른다. 각종 창고임대를 알리는 스티커가 곳곳에 어지럽게 붙어있는 것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불법창고임이 분명함에도 당당하게 물류센터를 자칭하고 있는 것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칭 물류센터인 셈이다. 화물 등을 적재하는 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리는 구리시의 경고문 바로 앞까지 그런 불법창고들이 들어서 있다.
컨테이너 창고임대업을 하는 일부 업체에선 도난 방지를 위해 경비시스템을 설치해놓았으나 농업창고를 창고임대업으로 전용하는 곳에선 그마저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게다가 일부 창고는 경비마저 허술했다. 연휴 중에 다시 찾은 한 창고의 경우 기자가 길을 묻기 위해 잠시 찾았을 당시 창고 문을 활짝 열어둔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최소한의 경비시스템마저 없는 허술한 창고였다. 그런 창고임에도 창고임대업을 한다고 사방으로 스티커를 볼썽사나울 정도로 붙여놓아 주변 미관까지 해치고 있었다.
한 창고업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불법창고는 관리도 엉망에다가 부대비용이 추가로 드는 등 오히려 손해라며 임대료는 다소 높더라도 추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정식 물류창고를 찾는 것이 현명한 화주의 선택"이라며 화주들이 올바른 선택을 해주길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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