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물류기업들의 올해 화두는 해외진출이다. 수년전부터 준비되어온 해외진출계획들이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는 셈. 어렵게 준비해온 해외진출 프로젝트인 만큼 성공을 바라는 기업들의 바람은 간절하다. 물류전문가들은 해외진출의 성공여부가 얼마나 현지사정을 파악하는데 달려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즉 현장을 누가 잘 파악하고 있느냐에 성패가 걸려있다는 뜻이다.
■돈 주고 못사는 현장의 경험
최근 들어 해외진출을 위해 나선 KGB물류그룹. KGB물류그룹 박해돈 회장은 해외 진출 첫 대상지로 몽골을 선정하고 지난 2월말 울란바토르를 다녀왔다. 기자와 만난 박 회장은 현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면 큰 낭패를 볼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도착한 첫날부터 매일 밤 10시가 넘을 때까지 시장 조사를 했다. 서민층부터 부유층까지 몽골인의 전반적인 살림살이를 꼼꼼히 살폈다.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재래시장부터 백화점까지 소홀히 하지 않고 철저히 살펴본 후에 몽골이 현재 포장이사를 도입할 만한 수준에 다다른 것으로 판단했다. 전반적인 소득과 생활습관 등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여기에서 박 회장은 우리나라와 다른 현지 사정들을 주의해야 한다는 점을 파악했다.
“몽골의 아파트 구조는 우리와 다릅니다. 우리나라 포장이사에선 고층 아파트에 사다리차를 사용하는데 몽골에선 전혀 그럴 수가 없어요. 창문이 거의 없습니다. 국내에서처럼 영업했다간 낭패를 볼 뻔했지요. 또, 여긴 중앙아시아라서 추위도 상당하지만 습하지가 않아 스노우체인이 필요가 없어요. 여기 날씨에서는 폭설이 오더라도 눈이 모래처럼 변하고 맙니다.”
박 회장은 이런 경험을 철저한 현장에서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본인도 현장을 주도면밀하게 살폈지만 평소부터 현장조사를 철저하게 시행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물류기업 이제 해외현장이다
최근 들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이 붐을 이루고 있다. 한진과 대한통운도 구체적인 해외진출 목표를 밝히고 활동에 들어갔으며, 현대택배, CJ GLS 등이 글로벌 종합 물류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천명하고 나선 것이다.
대한통운은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전기전자, 자동차, 철강, 신재생에너지 등 산업별, 화종별로 차별화해 구축하는 한편, 고객과 동반 진출하거나 화주의 글로벌 SCM(공급망 관리)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해외법인과의 연계영업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국제택배를 활성화해 ‘KOREA EXPRESS’라는 브랜드를 페덱스나 UPS같은 글로벌 특송 브랜드로 인식하게끔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한진은 금년에 미주 지역에 추가 거점을 확보하면서 중국, 중앙아시아 , 동남아시아에 집중 투자를 할 계획이다. 이달 초 베트남에 호치민에 현지 사무소 개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동남아 물류 공략 프로젝트가 가동에 들어갔다.
현대택배는 현대로지엠으로 사명을 변경하는 강수까지 두면서 ‘종합물류기업’으로 전환과 대외진출 확대를 모색 중이다. 현대로지엠은 올해 하반기에 여섯 번째 해외법인인 홍콩법인을 신설하고, 기존 인바운드물량과 함께 아웃바운드물량까지 처리하는 등 국제특송, 국제물류사업을 강화하고 항만하역사업의 전개와 국제물류시장 진출을 강화하기로 했다.
총 11개국, 24개의 해외법인을 운영 중인 CJ GLS는 오는 2013년까지 총 16개국, 30개 법인으로 해외 네트워크를 확대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CJ GLS는 해외 M&A를 통해 현지물류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 글로벌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가지고 있다.
■화주기업과 협력관계 구축 필요
이처럼 적극적으로 해외진출을 추진 중인 물류기업의 성공이 이어지려면 우리와 다른 상대 국가들의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해외시장과 제품의 선택, 현지 마케팅 프로그램의 개발, 인적 자원 관리 등 국제경영의 모든 분야에 걸쳐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업이 해외 진출을 시도함에 있어서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경영자들의 타국의 문화에 대한 이해 없이 본국 중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채 해외로의 성급하게 진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본국과는 매우 다른 국가나 지역의 문화에 대한 깊은 통찰 없이 국제기업활동을 전개하는 기업은 그 전문분야를 막론하고 타국과의 문화 차이에 의한 손해를 보기 쉽다. 따라서 국제기업 경영인은 문화적 위험을 최소화하고 국제경영활동에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려면 문화의 영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하지만 일개 물류기업 자체의 힘과 인력만으로는 규모와 자본의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가 쉽지 않다.
일본의 경우 화주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물류기업과 동반진출을 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과 실질적인 시장개척에 발을 맞추는 것. 물류기업을 해외진출을 위한 파트너로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물류기업이 화주기업의 자본과 네트워크의 도움을 받으면서 현지 진출의 첨병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물류전문가들은 국내 화주기업들의 잘못된 물류기업에 대한 인식이 이 같은 상생관계 구축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한다. 물류기업을 대등한 사업파트너로 인식하지 않고 하청업체로만 간주해 이 같은 협력관계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다. 한 물류전문가는 기자에게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은 물류기업들의 해외진출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산업계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할 숙제라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 화주기업 등과 협력모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최근 대한통운이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산업별, 화종별로 차별화하기로 하면서 고객인 화주기업과 동반 진출을 모색하는 것은 사시하는 바가 크다. 국내 최대 물류전문기업이 주가 되어 화주기업과 성공적인 제휴를 이어간다면 물류기업의 역할에 대해 화주기업들이 전과 달리 평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국내 물류전문가들은 기업의 노력만이 아니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협력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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