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대형선사와 일부 중소선사들의 3PL 진출이 확산되면서 점차 일반적인 경향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3PL을 전문으로 다루던 물류기업들이 점차 선사들을 경계하는 눈치이다.
최근 현대상선이 영국의 물류기업인 C 버트(C Butt)사와 합작투자 형태로 영국에 3PL기업 현대-C버트 솔루션즈을 설립하고 영국을 중심으로 한 화주들의 3PL 서비스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최대 선사인 한진해운도 일찍이 3PL 전담부서를 개설해 운영해온 데 이어 중국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진로지스틱스’를 출범시키면서 물류서비스를 시작해 온지 오래다. 일부 중소선사에서도 공식적으로 인정은 하고 있지 않으나 알게 모르게 3PL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천문학적 적자 분산할 필요성 커져
일반 물류기업보다 많은 매출액을 기록하던 이들 해운선사들이 3PL에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사들의 3PL로 향하는 작금의 분위기는 해운경기가 불황인 탓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매출액이 많아도 현재 분위기가 천문학적인 적자가 누적되는 분위기여서 풀 한 포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3분기 각 주요 선사들의 실적을 살펴보면 참담하다는 말 밖엔 달리 설명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한진해운이 매출 1조7,822억원에 영업손실 2,487억원, 당기순손실 4,209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현대상선이 매출액은 1조 4,200억원에 영업적자는 2,422억원, 당기순손실 2797억원을 기록했다.
대한해운은 매출 5,454억원, 영업손실 933억원, 당기순손실 1,531억원을 기록했다. 그나마 STX팬오션이 3분기 매출액 1조2,504억원, 영업손실 265억원, 당기순익 96억원을 기록해 당기순익을 흑자로 전환한 것이 그나마 나름대로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 분기 천억 대가 넘어가는 적자를 기록하다 보니 선사 관계자들은 유동성 확보 등 위험 분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발주해놓은 선박을 취소하거나 인도를 연기하고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앞으로 더 거세질 해운불황의 파고를 이겨나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최근 물류 분야 진출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기자가 만난 해운선사 관계자는 “선사들의 물류기업 개설을 두 가지 흐름에서 봐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각 선사들의 목적과 물류산업 진출은 부합하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면서 위험을 분산하고 동시에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란 설명이다.
해운처럼 당장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물류산업이 성장하고 있으며 물류관련 화주기업과 직간접적인 관계에 놓여 있어 일반 기업에 비해 물류산업에 뛰어들기 쉽다는 점도 선사들의 진출을 자극하는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화주기업을 직접 상대하면서 물동량을 확실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포워더들이 본격적으로 업계에 등장하기 이전엔 선사와 화주기업이 직접 접촉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우였다. 과거의 관행이 부활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선사들은 각국의 물류기업들과 선이 닿고 있다. 물류산업에 뛰어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
■선사 화주 직접 상대하기 시작, 포워딩社들 경계
선사들의 화주기업 직접 접촉은 3PL업체 및 포워딩 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일부 포워딩 업체들은 화주기업에 수시로 연락해 선사들이 직접 접촉을 해오는 지 매번 동향 파악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 선사들의 직접 접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물동량 확보를 위해 선사들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음과 이에 대한 3PL업체 및 포워딩 업체들의 단적으로 알 수 있다.
화주기업과 선사들의 직접 접촉의 필요성은 날로 늘어가고 있다. 때문에 선사들과 화주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3PL 및 포워딩 업체들도 날로 증가하는 추세다. 최근 들어 화주기업과 선사들의 상호협력이 강조되는 분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지난 17일 열린 선화주 워크샵의 한 토막 이야기이다. 복잡한 BAF(유가할증료)와 CAF(통화할증료) 납부 체계에 대해 선사와 화주기업이 논의하던 도중 포워딩 업체가 도마에 올랐다. 포워딩 업체 담당자가 토의에 참가하지 않았기에 화주기업과 선사들이 그동안 포워딩 업체에 가지고 있는 불만이 여기에서 간접적으로 드러났다고도 볼 수 있다.
이날 참석한 실무진들은 포워딩 업체가 선사와 화주기업 중간에 가로 놓여 선, 화주 간 업무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데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 선사가 발송한 서류 등을 화주기업에 특별한 기별 없이 전달만 하는 업무상의 단순함이 이들의 공통적인 불만이었다.
최근 들어 포워딩 업체들이 선사와 화주 사이를 중개하면서 왜 운임이 상승했는지, 어떻게 납부를 해야 하는 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없이 서류와 일방적인 전화 통보만이 오고가 선사와 화주기업 간에 크고 작은 오해가 많이 쌓여 있던 차였다.
이에 선사와 화주기업이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많이 갖자는 결론까지 도출되기에 이르렀다. 포워딩 업체들을 직접적으로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토의 중간과정에서 포워딩 업체들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화주기업과 선사들이 가지고 있는 회의적인 시각이 표출된 것은 자명하다.
■화주기업 관계설정 고심 중
일부 화주기업의 경우 선사와 포워딩 업체 사이에 관계설정에서 상당히 애매한 입장에 처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물량 일부를 한 쪽에 몰아줄 수 없는 터라 화주기업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대형업체나 외국계 포워더들을 포함한 3PL업체 및 포워딩 업체들이 가진 광범위한 영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국내외 주요항로를 담당하는 국적선사들과의 관계도 소홀할 수 없다. 국적선사가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항로라도 철수하거나 운항횟수를 줄이기라도 날엔 꼼짝없이 상대적으로 값비싼 운임을 물고 외국선사에 화물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으니 말이다. 화주기업 입장에서도 작금의 상황이 그리 달가운 것만은 아니라 할 수 있다.
해운불황이 이어지는 한 어떤 방법으로든 위험요소를 분산하려는 선사들의 노력을 계속될 전망이다. 앞으로 3PL형식으로 물류산업 에 어떤 방식으로든 발을 들여놓는 선사들이 늘어갈 것이다. 또 물동량을 직접 확보하려는 시도도 계속될 것이다. 이에 대해 포워더들도 생존을 위해 보다 치열한 마케팅을 펼칠 것이 자명하다. 선사와 3PL 및 포워딩 업체, 화주기업 간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정립될지 주목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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