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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동북아 오일허브가 절실한 3가지 이유

새누리당은 대선 기간 동안 '새로운 도전, 울산의 5대 꿈'이란 기치로 울산발전을 위한 10대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울산항을 동북아 글로벌 오일허브로 육성하여, 세계 4대 오일허브 항만으로 만들어가겠다는 공약이다. 동북아 오일허브 구상을 장시간 검토하며 관여해온 한국석유공사의 황상철(사진) 유통사업처장의 기고문을 통해 기지 설치의 절박성과 그 이유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중심에 위치하면서 시베리아횡단철도 (TSR)와 북태평양 대권항로의 기점을 잇는 지리적 이점, 천혜의 항만조건, 양호한 물류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북아의 물류센터로 성장코자 하는 국가적 비전을 가지고 있으나 북한 핵 문제 등 정치적인 장애요인으로 진척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상황과 무관하게 추진이 가능한 분야가 있는 데 동북아 오일허브 구축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 사업은 석유분야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경쟁력, 즉 전술한 지경학적인 이점에 더하여 잉여 정제능력과 중국・일본 등 거대 배후 석유 소비 시장 등을 확보하여 석유부문에서 물류중심지로 성장함으로써 수급안정은 물론 충분한 금융 유동성 제공으로 우리나라가 금융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우리 경제는 4조4000억 원 이상의 생산유발효과와 2만 명 이상의 고용유발 효과 창출이 가능하다.

필자는 90년 대 중반부터 이 사업을 제안하여 지식경제부(당시에는 산업자원부)의 ‘신석유산업정책방향’에 반영하였고, 2000년 이후에는 석유공사 주도로 시행한 3회의 연구용역 결과 입증된 타당성을 근거로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여 2008년 마침내 이 사업은 현 정권의 100대 국정과제 중의 하나로 채택되어 현재는 정부 주도로 추진되고 있으며, 차기 정부에서도 주요 정책과제 중의 하나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동북아지역은 세계 최대의 석유시장으로 성장이 전망되며 이에 따라 석유 교역과 물류시스템이 이 지역을 중심으로 매우 빠르게 변화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석유시장은 기존의 서유럽 및 미국 중심의 시장구조에서 탈피하여 아시아 특히 동북아 지역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2012년 말 준공된 시베리아횡단 송유관을 통한 러시아의 ESPO 원유 공급과 북미지역의 셰일가스 연료대체에 따른 캐나다원유의 동북아 수출물량과 아울러 2014년에 준공될 예정인 파나마 운하 확장을 통한 대서양 지역 석유의 동북아지역 유입은 세계 에너지 지형의 판도변화를 촉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러시아, 캐나다, 북해, 카스피해, 아프리카, 남미지역산유국들의 이 같은 동북아 석유시장 공략에 대응하여 이 지역에 저장시설을 확보하는 등 이 지역 시장 수성에 부심하고 있다.

이들 산유국들의 저장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정유사 이외의 독립계 상업터미널 확보가 필수적인데, 간선항로에 근접하고 2백만 배럴수송이 가능한 30만톤급의 초대형유조선(VLCC)이 접안할 수 있는 상업터미널 입지를 확보할 수 있는 곳은 동북아 삼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유리하다.

중국도 최근 초대형유조선의 접안이 가능한 터미널을 여러 개 건설하였으나, 내수위주이며 간선항로와 멀리 떨어져 있어 수출에 제약이 있고 각종 규제, 그리고 무엇보다 안개, 겨울철 결빙 등 자연적인 조건이 우리나라에 비해 불리하다. 일본은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 등 악조건뿐만 아니라, 소규모 정유공장이 해안을 따라 산재해 있고항비가 비싸 물류비 측면에서 우리나라에 비해 불리하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경쟁 우위를 바탕으로 석유공사 주도하에 내・외자를 유치하여 합작법인OKYC(오일허브코리아여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2012년 말 여수에 820만 배럴 규모의 상업용 저장시설(탱크 36기), 4개 선석(20만톤, 12만톤,8만톤, 1만톤)의 부두시설을 준공하여 2013년 초 운영을 준비 중에 있다.

울산에는 2020년까지 총 2840만 배럴 규모의 저장시설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 사업으로 울산항만공사(UPA)가 하부시설(항만 및 부지)을 확보하여 석유공사 주도의 컨소시엄에 제공하고 컨소시엄은 2016년까지 990만 배럴의 저장시설을 완공할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2020년까지 1,850만 배럴을 확보하는 것이나, 1단계 사업과 분리되는 바람에 경제성이 미흡하여 1단계 추진 이후 재검토하는 것으로 미뤄져 있는 상황이다.

2단계 사업 후보지인 울산남항은 VLCC접안이 가능하여 앞서 언급한 여러 산유국의 원유를 유치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므로 2014년 이후 몰려 들 산유국 원유의 원활한 유치를 위해 조속 추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울산사업이 2단계까지 예정대로 추진된다면 기존의 상업용 저장시설과 민간주도로 건설 중인 저장시설을 포함, 약 4천만 배럴 이상의 상업용 저장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이렇게 저장시설이 건설되고 산유국이나 석유 메이저들이 이 시설을 임차하여 기름을 저장하고 거래를 하게 되면 여러 가지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상업용 저장시설은 비축시설과 달리 회전율(turnover)이 연간 약 12회에 달하므로 저장시설 4천만배럴 기준으로 연간 입출하 물량이 약 4억8천만배럴로 우리나라의 연간 석유수입량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의 물동량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석유 중개・거래, 가격형성(Pricing), 석유정보, 해운, 항만부대사업 등 연관 산업이 발전하고 상시 일정물량이 국내에 저장되어 있고, 언제든 가격만 맞으면 즉시 국내도입이 가능하므로 석유위기 대응능력도 매우 경제적으로 제고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유가 배럴당 100불을 가정할 때 연간 480억불의 금융유동성이 발생하므로 석유거래에 따른 대금결제, 파생상품 거래, 가격위험관리, 장외시장 및 선물시장의 조성에도 기여할 수 있다.

중동 및 비중동 산유국의 물량이 역내에 저장되어 경쟁이 격화되면 소비국들은 가격인하효과를 톡톡히 보게 된다.

실제 2009년 말 ESPO원유가 유입되면서 동아시아 각국이 구미 소비국들 대비 최소 배럴당 50센트 정도 비싸게 지불하던 아시안 프리미엄이 사라졌다.

역내에 국제가격이 형성되고 경쟁이 촉진되면, 국내유가의 투명성 및 신뢰도 증대로 소비자후생이 증대되는 효과도 있다.

무엇보다도 저장시설의 건설 및 운영뿐만 아니라 항만 입출하, 석유 현물 및 선물거래 등 다방면에 걸쳐 양질의 고용창출효과가 기대된다.

미국의 걸프연안, 유럽의 ARA(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안트워프)지역, 싱가포르와 같은 세계 3대 오일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선점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갈 길이 먼데 이웃 중국이나 일본은 부지 무상제공이나 저장시설 무상제공과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산유국 및 독립계저장사업자 들을 유혹하고 있다.

우리가 이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경쟁우위를 확실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주도로 부지및 관련 인프라를 제공하고 관세법 등 각종 규제 완화와 아울러 석유물류산업 육성을위한 각종 세제혜택 및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싱가포르 모델을 채택하는 것이 긴요하다.

한 국제석유거래소 설립 및 에너지정보 서비스 산업 발굴 등의 Software 측면에서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석유공사는 오일허브 성공의 핵심요소인 트레이더의 원활한 참여, 거래물량 확대 등을위해 수출입규제 개선 용역을 수행하고 기획재정부, 관세청 등과의 협의를 진행 중이다.

 지금도 안타까운 것은 필자의 정책제안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우리가 이 사업을 국정과제로 선정하는 사이 우리보다 불과 몇년 앞서 추진한 싱가포르는 전세계적인 초과잉유동성에 기반한 호황기를 이용하여 지금과 같은 세계 3대 오일허브로 성장하였다.

세계의 기운이 동북아로 집중되고 있다.

국운융성의 호기는 준비할 때만 우리 것이될 수 있다.

두 번 다시 그러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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