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부 브레멘항(Bremenhafen)은 한자동맹의 전통을 가진 유서 깊은 항구이다. 브레멘시와 브레멘하펜이라는 항구가 쌍둥이처럼 연계된 독특한 형태의 항구이자 유럽 자동차무역의 중심 항구이다.

브레멘항은 전세계 1000여개 항구와 연계된 국제해상교통의 요충지인데, 특히 자동차 항구로 명성이 높다. 유럽으로 수출되는 현대.기아의 한국자동차도 브레멘항구를 통과한다. 거대한 야외 대기장을 갖춘 브레멘항구의 자동차 처리 대수가 연간 2백만대 수준이다. 잘 정비된 BLG(Bremen Logistics Group)의 물류 및 운송연계 시스템은 세계적 신뢰와 명성을 얻고 있다. 자동차 수송을 위해 100여개의 자체 객차를 확보하고 있고 내륙 운하수송을 위해 7척의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브레멘의 위상은 여기서 더 나아가, 북해 국립공원이라는 보존지역과 인근하면서 대형 컨테이너 터미널을 운영해야 하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보존과 개발이 양립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린은 브레멘항구에서 절체절명의 명령이다. 브레멘항구의 북쪽지역은 희귀동물이 보호받아야 하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천혜의 자연보존지역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기에 환경보호와 개발이라는 충돌요소가 있고, 그러한 요소가 항구발전에 도전적인 요소였음에도 조화롭게 병립하면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브레멘항구의 이 같은 노력은 'green port' 플랜에 잘 나타나 있다. 2009년에 작성된 브레멘항구의 그린포트 신조는 '경제와 생태는 적대적인 자매관계가 아니다.'라고 선언하고 있다. 그만큼 브레멘항은 항구발전에서 ‘그린과 클린’이라는 요소를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2002년 국립공원관리위원화와 협약을 맺고 긴밀한 협조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농업 및 해안보호 그리고 관광과 이웃마을의 이익문제 등이 조화롭게 다뤄진다. 환경과 공동체의 이익이라는 요소를 두루 살피는 전략이 브레멘의 그린전략이다. 자체적으로 PERS, 즉 항구환경검증 시스템을 도입해서 환경기준의 적합성 여부 정기점검, 지속적인 오염 회피 노력, 환경기술 개발의 장려, 에너지의 효율적인 개선, 그리고 2년마다 환경보고서발간 등의 업무를 추진해오고 있다. 이 같은 목표실현을 위해 브레멘시 당국과는 물론이고, 인근항구인 안트베르펜, 함부르크, 암스테르담등과 유기적인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브레멘의 그린전략은 여기서 더 나아가 ESI(Environmental Shipping Index)를 실천하고 있다. 세계항구기후회의에서 합의한 환경선박지수는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뿐 아니라 항만운영, 배후 교통연계 등에서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등 친환경을 도모하는 것이다. 2008년 세계55개 항구 대표자들이 서명한 환경선박지수를 통해 브레멘은 올해부터 브레멘항을 드나드는 친환경 선박에 대해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등 클린항구를 선도하고 있다. 항구가 청정해져야 인근 해역도 청정해진다. 항구자체에 환경보호 구역설정이 그래서 필요한 것이다. 이 같은 브레멘의 의지는 항구의 역할을 단지 컨테이너 화물량의 극대화에만 추구하는 외적 성장이 아니라, 생태환경과 공존하는 동반성장이라는 것을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린은 브레멘항구 운영의 핵심 테마이다. 이게 다름 아닌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이라는 것이다. 항만개발과 항만운영에서 발전이냐 보존이냐 제로섬식 양자택일이 아니라, 자연과 공존하는 발전 전략은 브레멘항구가 주는 귀중한 교훈이다. 지구온난화라는 도전 앞에 클린과 그린을 통한 항구의 지속가능경영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에 브레멘항구는 하나의 척도와 이정표를 제시해 주고 있다.

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