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사인 현대 중공업이 항공기 제조업체인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사전 입찰에 참여했다. 이번 8억 9000만 달러 입찰은 현대 중공업이 침체된 선박 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벗어나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국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 중공업과 대한항공이 각각 사천에 위치한 ㈜한국항공우주산업의 42% 지분 소유 오퍼를 제시했다고 한다. 재무관은 기업들이 제시한 오퍼 금액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다음 달 최종 오퍼를 제출하기 전에 두 기업 모두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장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작년 국방부를 상대로 한 1조 2900억 원의 매출에서 57%의 이익을 얻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력 제품은 록히드 마틴(Lockheed Martin Corp)사에서 개발된 t-50 제트기 트레이너와 유로콥터(Eurocopter)에서 고안된 헬리콥터이다. 내년에는 전투용 버전의 T-50의 제조를 시작할 것이고 남한의 첫 번째 전투기 개발을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다.
현대 중공업은 쟁쟁한 경쟁자로 부상하기 시작한 중국 조선사들의 등장과 슬럼프에 빠져 들어간 세계 선박시장 환경에서 항공 우주 산업에 뛰어든 일본 기업인 미쯔부시 중공업과 가와사키 중공업의 노선을 따라가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투자 증권의 분석가인 폴 하(Paul Hah)는 “울산에 위치한 현대 중공업이 대한항공보다 더 나은 소유자가 될 것”이며 “현대 중공업이 지분을 가지게 되는 것이 더 좋은 시나리오다. 현대 중공업은 대한항공보다 재정적으로 더 탄탄하고 국방 산업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계약은 현대 중공업에게 지금처럼 주 비즈니스인 선박업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안정된 수입원을 마련해 줄 것이다”고 전했다.
늦은 입찰 참가
상업용 선박 외에도 잠수함과 군함을 제조하는 현대 중공업은 첫 번째 등록 기한이 지난지 6주 후에야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 입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참가 신청으로 인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주들인 현대 모터스나 삼성 테크윈, 두산 그룹은 올해 안에 이 계약을 끝내자는 계획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 계획은 적어도 2명의 경쟁자는 있어야 한다는한국 금융감독원의 규정 때문에 거의 실패로 돌아갈 뻔 했다.
폴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번 입찰이 무효화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현대 중공업의 입찰 참가는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보잉사와 에어버스 SAS의 부품을 제조하고 있다. 현대 중공업의 대변인인 김기영은 “현대 중공업은 ㈜한국항공우주산업을 주시해 왔으며 항공 산업이 기업의 성장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입찰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중국 경쟁자들
한국의 조선업계는 벌크선을 제조하는 중국의 경쟁자들에게 대항하여 사업의 초점을더 복잡한 선박 모델인 대형 컨테이너 선박과 가스 탱커 제조로 옮겼다. 또한 현대 중공업은 조선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굴착기 제조업과 발전소 설립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했다. 2010년에는 대체 에너지 사업분야를 새로 조성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석유 정제업체인 현대 오일뱅크를 사들였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청정 에너지 분야도 작년부터 국제 경제가 활기를 띠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동양 증권의 분석가 이재원은 “현대 중공업은 미래의 성장의 발판이 되어줄 새로운 산업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수요가 너무 작은 대체 에너지 시장만으로는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대 중공업의 청정 에너지 사업은 올해 첫 분기에 2380만 원의 운영비 손실을 가져왔고 2011년 한 해에는 1억 7520만원이라는 타격을 가했다.
선박 시장의 슬럼프와 낮아진 선박 가격은 현대 중공업이 5분기 연속 수익의 감소를 경험하게 된 주요 원인이다. 선박브로커 클락슨(Clarkson Plc)에 따르면 국제 선박 주문량은 올해 8월에 47% 줄었다고 한다.
국가 보안 문제
국가 보안법의 규정상 ㈜한국 항공 우주산업은 지역 소유주의 손에 남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제한된 입찰자들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한국 항공 우주산업은 3월에 A320의 항공기 날개 부품 제조에 관련해 에어버스와 1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이를 위한 새로운 공장 건설비용을 포함한 2억 4540만 원의 지출을 올해 계획하고 있다.
8월에 발행된 뉴스핌 리포트에 따르면, 현대 중공업은 채무와 주식의 매매 등을 통해 이미 1조 7500억 원을 마련했고 또 채권과 대부금 등으로 1조를 더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블룸버그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6월 기준 현대 중공업의 자산은 1100만 달러, 대한항공의 자산은 250만 달러라고 한다.
동양 금융의 이재원은 “두 명의 입찰자 중에서 현대 중공업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더 나은 선택이 될 것이다”며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번 계약이 두 기업에게 모두 윈윈 전략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