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중재 협상기한 연말로 연장
[쉬퍼스저널- 김진태 기자]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들이 당초 9월 30일자로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었으나 미국 정부가 중재에 나서 노사간 협상 기한이 12월 29일로 연장됐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는 미 정부의 중재로 파업은 넘겼으나 연말까지 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미 서부나 캐나다 항만으로 경로 변경이 예상되며, 이에 따른 전반적인 운송지연, 컨테이너 가격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9월 30일 종료되는 계약 갱신을 위해 국제항만노동자협회(International Longshoremen’s Association, 이하 ILA)가 항만 자동화로 인해 고용보장과 직원혜택 등 임금관련 문제를 제기할 때 미국해양연합(United States Maritime Alliance, 이하 USMX)에서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USMX는 자동화, 효율성을 거론하며 ILA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ILA 노조가 실질적인 타협의지가 없다고 비판했다. 또 뉴욕항과 뉴저지항의 비효율성을 제기하며 현재의 오래된 취업규칙이 두 항만을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항만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ea Trade Investment Promotion Agency, 이하 KOTRA)는 이처럼 ILA와 USMX가 항만 자동화에 따른 고용안정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ILA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미 동부지역 항만 93%에 해당하는 컨테이너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항만파업이 미치는 효과
항만 파업으로 미 동부지역 항만이 폐쇄되면 어떠한 선박의 접근도 금지된다. 이로 인해 동부로 진행 예정이던 선박은 서부지역과 캐나다지역 항구로 해운노선이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해운노선의 변경이 급증된다면 미국과 캐나다 국경의 내륙운송량 또한 증가할 것이고, 더불어 내륙운송의 지연도 야기될 것으로 업계 및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파업의 불씨가 이처럼 꺼지지 않자 국내외 해운선사 등 물류기업은 물론 미국장난감산업협회(Toy Industry Association)와 같은 제조업체에서도 파업의 위기감으로 인해 배송이 지연되며, 새로운 운송 대안을 찾아야해 가격상승을 유발한다고 지적을 내놓기 시작했다.
실제 지난 9월 17일 장난감산업협회는 ILA와 USMX대표에게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바 있다. 과거 2010년 10월 프랑스 총 파업으로 3주째 항만노조 파업이 이어지고 마르세유 항 선박 입항이 봉쇄돼 유조선 수십 척의 발이 묶였던 선례가 있다.
항만 자동화를 이루기 위해 선결되어야 할 과제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쟁점인 항만 자동화를 우리나라가 역 이용해야 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KOTRA 관계자는 “향후 미국과 캐나다 서부 항만을 중심으로 자동화기기 수요 증가에 따른 이 분야 진출을 국내물류IT 기업이 고려해 볼 만 하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5월 캐나다 태평양해운협회(Pacific Maritime Association, 이하 PMA)는 보고서를 통해 2011년 북미 서부지역 항만에서 처리한 물량이 1500만 TEU로 전년 대비 1.5% 증가한 수치를 보이는 등 물동량은 증가함에도 항만 자동화 준비가 미미하다고 지적했다.
PMA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유럽과 아시아, 호주에서는 항만 터미널 자동화의 효율성이 점차 드러나며 서부 항만에서의 주요 관심사가 △선박과 육지 연결△야드운영△게이트시스템이 될 것” 이라고 했다.
이처럼 항만 자동화의 필요성이 더 부각되는 현 시점에서 위기를 기회의 발판으로 삼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미 항만 자동화를 이룬 선진 국가들도 어려움은 있었다. △임금평태△작업방식△근로조건△정년보장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있는 문제로 항운노조와 정부가 충돌했고, △대형선박 입항중지△파업중지 명령발표△기존 노무독점 법률적 폐지 등 산고가 뒤따랐다.
이러한 산고가 있음에도 항만 자동화를 진행한 것은 항만 자동화가 ‘항만 생산성 향상’ 이라는 결실로 이어진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실제 상용화 이후 영국 52%, 호주 50%, 뉴질랜드 32%의 인력절감 효과와 인건비 절감은 항만시설 확충 및 하역장비 현대화로 이어져 항만 내 선박체류 시간이 최소 14%에서 100%까지 단축됐다.
우리나라도 지난 수 십년 동안 항만 노무공급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100년 가까이 이어온 항운노조의 기틀을 바꾸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이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앞서 항만 자동화를 이뤘던 국가들이 겪었던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우리는 강압에 의한 변화가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어내야 한다.
대화와 타협으로 항만 자동화를 이루는 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세계속의 대한민국으로 위상을 드높이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