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해운시장의 패권 구도가 빠르게 재편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해상 공급망의 구조적 취약성이 중장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선복량 규모 등 외형적 경쟁력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선대 노후화와 친환경 선박 투자 지연이 누적되면서 향후 경쟁력 약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국가별 선복량 시장 점유율 [제공=한국해양진흥공사]
4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발간한 ‘대한민국 해상 공급망 종합 진단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배선대 선복량은 7천140만 톤으로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이는 중국(3억440만 톤), 그리스(2억5천360만 톤), 일본(1억8천850만 톤) 등 주요
해운국과 비교해 상당한 격차가 있는 수준이다.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물동량 회복과 함께 선복량이 꾸준히 증가하며 주요 해운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신조 선박
발주가 부진해 중장기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발주 잔량은 현존 선대 대비 12% 수준에 불과해 주요 경쟁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발주 잔량을 포함한 잠재 선복량 기준으로 볼 경우, 향후
글로벌 해운 순위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단기 수익성 중심의 선대 운용이 이어지면서
미래 수요와 환경 규제에 대응할 전략적 투자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선대 구조의
취약성도 지적됐다. 우리나라 지배선대의 평균 선령은 22년을
넘어 일본과 중국 등 주요 경쟁국보다 6~8년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선 도입과 용선 중심의 선대 확충 전략이 장기화되면서 연료 효율 저하와 함께 유지·보수 비용 증가, 환경 규제 대응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구조가 해상 물류 효율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충격 발생 시 회복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친환경
전환에 대해서는 상반된 평가가 제시됐다. 스크러버 설치 등 기존 환경 규제 대응에서는 정책금융 지원을
바탕으로 주요 해운국 가운데 상위권 수준의 성과를 거뒀다. 반면
LN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차세대 연료 추진선 도입에서는 경쟁국 대비 속도가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현존 선박 기준 친환경 선박 비중은 중위권에 머물렀고, 신조
발주 물량 가운데 차세대 연료선 비중도 20%대에 그쳐 향후 격차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보고서는
해상 공급망을 국가 경제안보의 핵심 인프라로 규정하며 중장기 선대 확충 전략과 친환경 선박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GDP 대비 선복량이 일본과 싱가포르보다 낮아 경제 규모에 비해 해상 운송력이 충분하지 않은 만큼, 단기 수익성 중심의 선대 운용에서 벗어나 정책금융 확대와 신조 발주 인센티브 등 전략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벌크 화물과 곡물 등 핵심 원자재 수입 구조에서도 취약성이 드러났다. 철광석과 곡물 수입이 특정 국가와
항만에 집중돼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 만큼, 해외 항만 투자와 수입선 다변화를 병행하는
공급망 전략이 요구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해상 공급망 경쟁력은 더 이상 산업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 전략의 영역”이라며 “선대 현대화와 친환경 전환,
해외 물류 인프라 투자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인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