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LNG해운 LPG운반선 'HLS AMBER호' [사진=현대LNG해운]
국내 최대
액화가스(LNG·LPG) 전문선사인 현대LNG해운이 인도네시아
기업에 매각되면서 국적 에너지 해운 기반의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해운업계 전반에서 확대되고 있다. 단기
운항에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국적 LNG선대
유지율(적취율) 저하, 기술·운용 노하우의 해외 이전, 에너지 공급망 구조 변화 등과 연계된 구조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해운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은 현대LNG해운 모회사인 ‘아이기스 원(Aegis One)’ 지분 100%를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Sinar Mas) 그룹 계열사 프런티어리소스(Frontier Resources)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총 기업가치는 약 3조8,000억 원으로 평가되며, 부채를 제외한 순수 지분가치는 약 4,000억 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현대LNG해운은 LNG 운반선 12척, LPG 운반선 6척, LNG 벙커링선 1척 등 총 19척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 액화가스 전문선사다. 한국가스공사 전용선 4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해당 선박들은 현행 제도에 따라 매각 이후에도 동일한 국적·조건으로
운항될 예정이다. 현대LNG해운의 전체 운송량 중 한국가스공사
물량 비중은 약 23%이며, 가스공사의 전체 LNG 도입량 기준으로는 6% 미만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이번 매각이 단기적으로 국내 LNG 공급망 운영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해운업계에서는 ‘단기 영향 제한’과 별개로, 이번 거래가 국적 에너지 선사의 구조적 위축을 가속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핵심 문제로 꼽히는 것은 국적 LNG선 적취율 감소 추세다. 한국해운협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LNG 국적선 적취율은 38.2% 수준이며, 업계 추산치는 향후 2029년
12%, 2037년 0%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LNG선은 발주·건조·운항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특수 선종이기 때문에 한 번 국적 기반이 무너질 경우 재건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또 다른
구조적 변수는 글로벌 LNG 거래 방식의 변화다. 전통적으로 LNG 구매자가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FOB(Free on Board) 방식이
주를 이뤘으나, 최근에는 판매자가 운송까지 책임지는
DES(Delivered Ex Ship) 방식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가 2023년 수입 제안으로 받은 31건 중 27건이 DES 방식이었고, FOB
방식은 4건에 그쳤다. 공급국이 자국 선단 중심으로
운송권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강화되면서, DES 비중 확대는 국적
LNG선의 운항 기회를 축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구조 변화와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이 결합될 경우 국적 에너지 운송 인프라의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NG 운항 기술, 장기
용선 계약 관리 역량, 선박 운영 노하우, 해상 안전 관리
등은 단기간에 확보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해외 자본으로의 이전이 누적될 경우 국적 해운사의 전문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에너지 해운사 상당수가 사모펀드 소유 구조에 놓여 있다는 점도 업계의 불안 요인으로 거론된다. 사모펀드는
투자 회수 시점에 맞춰 매각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전략적·안보적
성격이 강한 에너지 운송 자산이라도 시장 환경에 따라 해외로 이전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대LNG해운 이전에도 국내 소형·중형 벌크선사와 특수선사가 해외 투자자에게
매각된 사례가 있어, 업계에서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하고 있다.
정부도
국적 에너지 해운사 해외 매각에 따른 영향 가능성을 인지하고 관련 제도 정비를 검토 중이다. 정부는 ‘핵심 에너지 해운사 해외 매각 방지법(가칭)’을 2027년 제정 목표로 논의하고 있으며, 직접적인 해외 매각 금지보다는 간접적 보호 장치를 중심으로 접근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토되는 방식으로는 △국내 인수자 우선매수권 부여 △한국해양진흥공사(KOBC)를 통한 인수자금·정책금융 지원 △매각 승인 시 국적선 유지 조건 부과 등이 거론된다.
해운업계는
정부의 제도 정비 방향에 대해 대체적으로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구체적인 적용 기준·대상 범위·국제 통상 요건과의 정합성 등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국적 에너지 해운사는 공공성과 상업성이 혼재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에, 정책介入이 과도할 경우 시장 효율성 저하·투자 위축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국해운협회
관계자는 “현대LNG해운 매각이 단기간에 국내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 차질을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국적선 적취율 하락과 DES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적 기반의 전문 해운사가 해외로 이전되는 흐름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 에너지 운송 체계의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
경제와 공급망 안정성을 고려하면 핵심 에너지 운송 자산의 국적 유지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을 계기로 정부·공공기관·금융권·해운사가 참여하는 중장기 국적 LNG선대 유지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확대되고 있다. 에너지 도입 구조 변화, 글로벌 선박용선
시장 경쟁, 선원 인력 수급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