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포스코그룹이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HMM 인수를 검토하면서 해운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철강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이 기존 국적선사의 경영 환경을 위협하고, 해운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1일 성명을 내고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하려는 것은 해운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며 “이는 국내 해운업 발전과 수출입 물류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이 HMM을 인수할 경우 자사 철광석 및 석탄 등 대량 화물 운송을 시작으로 철강제품 물동량까지
확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이럴 경우 기존 선사들의
시장 입지가 축소되고, 장기적으로 국내 해운산업의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또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이 물류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며 “경쟁 원리에 따른 운임 체계가 무너질 수 있고, 이는 전체 해운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포스코는
과거에도 해운업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포항제철 시절인 1990년
거양해운을 설립했으나, 1995년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진해운에 매각한 바 있다. 협회는 이 사례를 포함해 “1980년대 이후 거양해운, 호유해운, 동양상선 등 대기업 해운 자회사가 연이어 실패한 바 있다”며 “운임 경쟁보다는 협의를 통한 결정 구조와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포스코그룹은 2022년 한국해운협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국적선 수송 확대와 해운법·공정거래법
준수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협회는 이번 인수 검토가 사실상 이 약속과 배치된다고 보고 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포스코가 HMM을 인수해 자사 화물을 직접 운송할 경우, 물류비가 늘고 컨테이너선
분야 전문성이 부족해 오히려 포스코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국내
해운산업 전반의 안정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최근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대형 로펌 등과 자문 계약을 체결하고 HMM 인수 타당성을
검토 중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본격적인 인수 검토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현재 HMM의 최대 주주는 산업은행(36.0%)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7%)다. 그러나 HMM이
진행 중인 자사주 공개매수가 12일 마무리되면 두 기관의 지분율은 각각 30%대 초반으로 낮아진다.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산업은행 보유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HMM은 국가 기간산업의 성격을 갖고 있어, 대기업 매각이 공공성과
안정성 확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하다. 해운업계는 국적 원양선사의 독립성과 공정경쟁
체제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반면, 포스코그룹은 철강 산업과 물류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장기적 전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HMM은 세계 8위 원양 컨테이너 선사로,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 재편 속에서도 국내 수출입 물류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이에
따라 포스코그룹의 인수 검토는 단순한 기업 인수합병을 넘어 국가 해운 전략과 직결된 사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의 해운업 진출이 단기적으로는 물류 효율성 제고를 기대하게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시장 왜곡과 기존 선사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와 금융당국이 국적선사의 공공성과 해운산업 생태계 보전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의
향후 행보와 정부, 산업은행 등 주요 기관의 대응이 국내 해운산업의 지형 변화를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