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국내 조선·해운업계가 차세대 친환경선박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 추진선을
넘어 암모니아·메탄올 연료선, 원자력 추진선까지 기술을 확장하며
탄소중립 시대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는 “친환경 전환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는 위기의식 속에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분위기다.
IMO는 지난 4월 2050년까지
해운 탄소배출량 ‘0’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선박 탄소세 부과를 확정했다. 5000톤 이상 선박이 온실가스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하면 1톤당
최대 380달러의 세금이 부과된다. 이미 IMO는 2023년부터 탄소집약도지수(CII) 등급제를 시행했고, 올해부터는 연비가 낮은 선박에 대해 속도
제한이나 운항 제한 조치도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친환경 연료 사용이 의무화된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국내 해운사
가운데서는 HMM이 선도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HMM은
지난해 9월 14조 원 이상을 투입해 친환경 선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집약도를 2008년 대비 전체 선대 50%, 컨테이너 선대 7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전체 선대의 집약도는 54.4%, 컨테이너 선대는 68.4%까지 낮아져 조기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계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세계
최초로 1만6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컨테이너선을 수주했고, 지난해에는 4만5000㎥급 LPG 운반선에 암모니아 이중연료 추진 시스템을 적용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9월 암모니아 추진 컨테이너선에 대한 개념 승인을 받았으며, 한화오션은
암모니아 연료 가스터빈을 개발해 2027년 실증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암모니아는
연소 시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무탄소 연료로 주목받고 있으나, 독성과 연소 특성 탓에 기술 난도가 높은
편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LNG 추진선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토대로 상용화를 추진하며, 한국선급 등과 함께 안전기준 마련에도 참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LNG 추진선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차세대 연료 시장에서도 기술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국내 조선업계는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월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적용한 원자력 컨테이너선 모델을 공개했다. 삼성중공업도 한국원자력연구원 등과 협력해 원자력 추진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다만 현행 국제 협약에서는 상선의 원자력 추진이 허용되지 않아 상용화까지는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2030년대 이후 관련 규제가 마련되면 한국 조선사들이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연료전지
추진 기술도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테라파워와 협력해
SMR 핵심 기기 개발에 나서는 한편, 지난 6월 HMM·한국선급과 함께 선박용 고체산화물연료전지(SOFC) 시스템
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평택에는 2026년 완공 목표로 SOFC 양산 공장이 건설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암모니아 기반 연료전지와 탄소포집 장치를 결합한 통합 추진 시스템 연구도 진행하며 향후 수소·암모니아 기반 대형 선박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정책도 뒷받침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2022년부터 2540억 원 규모의 ‘친환경선박 전주기 혁신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친환경선박법’에 따라 전기·LNG·하이브리드 선박 건조 시 최대 30%의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내년에는 총 2223억 원을 투입해 81척의 친환경 선박 건조를 지원할 예정이다.
HMM 관계자는 “친환경 설비와 기술 도입에 따른 초기 투자 비용은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정부와 국제사회의 인센티브를 활용하면 재무적 부담을 일부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 대응과 글로벌 해운 경쟁력 강화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한국 조선·해운업계의 기술
혁신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