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코 쉬핑 라인즈 컨테이너선. [사진=COSCO SHIPPING Lines]
미국 정부가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반면, 국내 해운업계는
운임 상승과 운송망 재편의 부담으로 난감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발표를 통해 오는 10월 14일부터
중국 해운사 및 중국산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단계적으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수수료는 매년 인상되며, 이번
조치의 핵심에는 '중국 해운·조선업에 대한 의존 탈피'라는 전략적 배경이 깔려 있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시정연설에서 밝힌 “민간 및 군용 조선업 부활” 방침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백악관에 조선업 담당 사무국 신설을 예고하며 미국 내 조선산업 생태계 복원을 공언했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글로벌 해운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 MSC의 소렌 토프트 CEO는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입항 규제가 시행될 경우 해운업계는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추가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이라며, 미국 수출 물동량의
감소 가능성도 경고했다. 미국 항만협회(AAPI) 역시 무역
혼란을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조선업계는 이번 조치에 따른 '기회 창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 국내 조선사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이
중국 조선소에서 선박 발주를 꺼리게 되면 자연히 국내나 일본으로 발주가 몰릴 수 있다”며 “벌써 엑슨모빌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 예정이던 액화천연가스 벙커링선(LNGBV)
계약을 보류한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회복세에 들어섰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글로벌 선박 발주량 150만CGT(58척) 중 국내가 절반 이상인 82만CGT(55%)를
수주하며 1위를 기록했다.
박진호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은 미국 싱크탱크 CSIS 산하 '펙네트'에 기고한 글에서 “한·미
조선 분야 협력이 양국의 경제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국내 해운업계는 이번 조치로 인한 비용 상승과 노선 재조정 부담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입항 수수료 부과로 운임이 오르면 화주 입장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국산 선박을 일부 보유한
경우 경로 변경이나 운항 전략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다행히
국내 해운사들의 중국산 선박 보유 비중은 유럽계에 비해 낮은 편이다. HMM은 전체 보유 선박 83척 중 중국산이 5척이며, SM상선은 14척 중 2척에 불과하다. 팬오션과
현대글로비스 등도 미국 입항에 비중국산 선박을 우선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번 미국의
조치는 단순한 무역 분쟁 차원을 넘어, 조선·해운 산업의
글로벌 판도 재편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향후 국내 조선업계가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기회로 전환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