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설립 60주년을 맞은 한국선급(KR)은 코로나19로 무거워진 분위기 속에 조심스럽게 오는 6월 18일 부산 본사에서 소규모 기념행사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 11일에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한국선급의 코로나19 대응활동에 대한 설명과 함께 최근 역점을 두고 진행 중인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에 대해 브리핑했다. 

 김경복 한국선급 전략기획실장은 코로나19로 검사원들의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한 상황에서 타 선급과의 네트워크 공유 및 협력, 원격검사와 검사기한 연장 등의 조치로 선박 운항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국의 제한으로 심사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 한달 또는 차항까지 항해하는 기간 동안 검사원 입회없이 원격으로 자료를 검토하여 검사기한 연장을 승인하는 ‘원격검사’가 25회 실시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세계 각지의 검사원들이 열악환 환경 속에서 선박 안전을 위해 분투하고 있다고 김경복 실장은 전했다. 

 김대헌 한국선급 디지털 기술원장은, 코로나19 때문에 앞당겨 지기는 했지만 선급 내부적으로는 2025년을 목표로 디지털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차라고 말했다. ‘IT 서비스의 모바일화’와 ‘안정적인 클라우드 시스템’, ‘선사-선급 데이터 플랫폼’, ‘스마트 자율운항선박의 핵심인 CBM 기술’ 등이 개발 중에 있으며, 선주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항만정보 제공 서비스’, ‘선대 자산관리 기술’, 그리고 ‘선원 안전관리 시스템’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세계 모든 선급들이 디지털화를 향해 가고 있기 때문에, 그 가운데에서 한국선급이 ‘디지털 선급’으로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더 빨리,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형철 대표이사는 작년 12월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이번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선급의 조직개편과 중점 추진 사항에 대해 얘기했다. 그는 ‘비선급 사업(Non-class business)의 비중을 높이고자 신성장사업본부를 편성했다고 설명했는데, ‘비선급 사업’이란 선박 이외의 ISO 기타 각종 검사와 인증 분야를 말한다. 외국의 타 선급들은 선급과 비선급 사업 비중이 5대 5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 비해 한국선급은 8대 2로 아직 선급 영역의 수익이 월등히 높다. 비선급 사업의 비중을 높이면 해운 불황시기에도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이 대표이사는 이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선급’은 선박 및 해양관련 시설의 건설과 운용에 대한 표준을 정립하고 검사를 수행하는 기관이다. 1700년대 해상보험업자들이 인수하고자 하는 선박의 상태를 확인했던 것이 그 기원이며, 최초의 선급은 1764년 영국의 에드워드 로이드가 설립한 ‘로이드 선급(Lloyd’s Register of Shipping)’이다. 19세기 들어 선박의 검사/인증 체계가 발전하면서 선급의 기능은 단순히 상태에 따라 선박에 등급을 매기는 일에서 기술표준을 정립하는 것으로 변모했다. 톤수 측정, 적재 한계선의 설정, 위험물 운송 관련 사항부터 SOLAS나 MARPOL 같은 국제법규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선급의 업무는 점차 복잡·다양해져 왔다. 

 해양 선진국을 표방하는 국가라면 어느 나라든 선급을 만들어 선박 기술을 선도하고자 했으며, 선급의 수도 급격히 늘어나 현재 전세계적으로 크고 작은 130여개의 업체가 선급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IACS(International Association of Classification Societies)는 이 중 국제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12개 선급이 속해 있는 국제선급연합회로, 글로벌 선대 90% 이상이 이들 선급에 가입되어 있다. 한국선급은 1988년에 IACS 정회원으로 가입하여 1998, 2008, 2018년 세차례 의장직을 수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