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식에 의하면 경북 칠곡군 약목면에 소재한 구미철도CY가 폐쇄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 약목역 철도보수기지에 조성하여 2005년부터 코레일이 구미철도CY에 컨테이너운송업체 4개사(화성통운, 광진TLS, 삼일익스프레스, 코레일로지스)를 CY운영업체로 선정하여 위탁운영해온 구미공단지역의 대표적인 철도CY이다.
구미공단 내 250여개 제조기업의 수출입 컨테이너화물을 운송업체를 통해 철도나 도로로 운송해온 중요한 수출입물류거점으로 CY 폐쇄 시 에는 구미공단 입주업체의 수출입물류와 운송업체의 영업 손실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하여 철도CY 운영업체는 물론 코레일도 투자비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구미공단의 수출입화주기업, CY운송업체, 코레일 및 영남복합물류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국토해양부는 총 투자비 2427억원(민간 1360억원, 정부 1067억원)이 소요된 5대 내륙복합물류기지 조성사업의 하나이므로 우선적으로 영남복합물류기지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동 기지는 화물취급장, 배송센터, CY, CFS, 철송장 및 주유소 등 지원시설과 편의시설이 완비되어 있어서 구미공단의 대규모 물량을 처리하게에 최적의 물류기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구미철도CY를 둘러싼 갈등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예상된 것으로 호남권의 장성에 조성되어 운영 중인 호남복합화물터미널의 사례를 다시 보는 듯 하다. 2006년 장성에 내륙복합화물터미널이 민간과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조성되어 운영에 들어갔으나, 물류기지의 불리한 입지(역물류 발생) 때문에 호남권의 최대 수출화주기업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수출입화주기업들이 호남ICD의 이용을 기피한 것이다. 호남ICD(Inland Container Depot:내륙컨테이너기지)는 물류기지의 활성화를 위해 인근의 철도CY인 송정리CY, 임곡CY 등 소규모 철도CY의 폐쇄를 지속적으로 국토부에 요청하였으나, 철도CY 운영사인 컨테이너운송업체와 수출입화주들은 호남ICD를 이용하여 철도운송을 할 경우에 역물류 발생으로 인하여 셔틀운송비가 추가로 소요되어 오히려 물류경쟁력을 상실하게 되므로 당연히 송정리CY나 임곡CY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코레일이 신규 조성계획이었던 하남철도CY의 조성과 맞물려 이해당사자간에 갈등이 심각했다.
이번 영남물류기지의 조성건설을 위한 타당성 조사 시 물류기지를 이용할 화주기업의 의견을 수렴한 적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에 대해 국토부는 영남물류기지를 조성해놓으면 당연히 화주기업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한 것 같다.
호남ICD 역시 타당성 조사 시 삼성전자 등 주요 화주기업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형식적이고 단순한 설문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토한 것이다. 결국 호남ICD의 완공이후 철도운송을 이용하려는 화주기업이 있을리 만무했으며, 동 물류기지의 운영사 조차도 자신의 그룹계열사의 수출입컨테이너 물동량을 호남ICD를 통해 철도운송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운영사와 코레일과 기존 철도CY 운영업체 간의 갈등은 수년간 지속되었다.
호남ICD 전체의 컨테이너물량 추정과 철도운송가능물량 및 철도운송 이용가능의사 파악을 위한 설문조사 시 중대한 오류가 있었는바, 해당 물동량권역 내 전체 컨테이너화물량의 70%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백색가전)의 호남ICD 이용가능여부가 설문조사의 핵심이 되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간과한 채 단순히 설문조사에 응답한 중소화주기업의 ICD이용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산술평균적으로 반영한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타당성 조사는 중대한 오류가 있었음을 필자는 지적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이미 호남ICD 입지선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조성 중인 영남물류기지를 비롯한 다른 복합물류기지의 철도운송에 따른 대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지적하면서 호남ICD의 실패 사례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수차 강조한 바 있다.
구미공단의 경우 부산항이나 신항 간 물류비 절감이 주된 화주기업의 관심사인데, 영남물류기지의 경우 기존 철도CY에 비해 왕복 20km이상의 불필요한 셔틀운송비를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수년 전 모 종합물류기업이 칠곡군에 CY를 조성한 적이 있었으나, 입지의 불리함으로 인하여 화주유치에 실패하여 정상적인 CY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사업을 중단한 사례가 있다.
화주기업의 최대 관심사는 물류비절감이다. 물류서비스의 제고와 녹색물류는 그 다음이다. 민간자본이 투자된 물류기지에 정부투자가 대규모로 투입되었다는 이유로 이 물류기지를 이용해야 하는 것은 화주기업에게 설득력이 부족하며, 화주기업 입장에서는 운송비와 상하역비 등 물류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리드타임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철도CY를 이용하려는 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일지 모른다.
사실, 내륙복합물류기지의 조성 및 운영 시 입지선정에 있어서 해당 부지가격을 지나치게 고려한 나머지, 향후 물류기지를 실제로 이용하게 될 화주기업의 입장과 의견이 형식적인 수렴만을 거친 채 대규모 부지를 소유한 대기업의 민간투자에 정부투자를 더한 형태로 건설되는 방식은 신중히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물류기지를 30년 이상 사용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최초 기지 조성 및 건설비용이 최적입지조건을 충분히 고려하여 반영할 경우, 물류기지의 초기 건설비용이 비록 많이 소요될지라도 30년 이상 물류기지를 이용하여 화주기업이 얻을 수 있는 물류비절감편익과 시간편익 등을 감안한다면 이는 수출경쟁력 확보와 국가물류비 절감에 충분히 기여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화주기업의 현실적인 비즈니스 측면의 입장을 고려치 않은 채 저렴한 부지위에 조성·건설된 물류기지는, 30년간 물류기지를 이용하는 화주기업의 물류비 추가부담과 시간손실을 가져다 줄 뿐만 아니라, 민간이 운영하는 물류기지에 국가예산이 투입된 부분은 국가물류비 절감을 위해 조성하려던 당초 목적을 달성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 전부터 지구 기후변화협약과 녹색성장의 기치 하에 녹색물류의 첨병인 철도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철도운송분담율을 높이기 위한 전환교통보조금과 녹색마일리지 제도 등 다양한 제도가 추진·적용되고 있으나, 실제 작년 철도물류의 성적은 변변치 못한 실정이다. 혹자는 지난 2년간 철도화물수송량의 대폭적인 감소원인이 2008년 말 글로벌금융위기의 때문이라고 이해하고 있으나, 최근 부산항을 비롯한 국내 컨테이너화물의 물동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작년 수출입컨테이너물동량은 이미 1,900만TEU를 초과했다. 이에 비해 철도의 경우 2006년~2008년 3년간 매년 약 110만TEU의 컨테이너를 철도수송하면서 철도화물수송증대의 견인역할을 해냈으나, 지난 2년간은 이에 훨씬 미치지 못한 철도화물수송량을 기록했다.
내륙물류기지의 CY, CFS 등 물류시설이 아무리 크고 현대화된 운영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화주기업(진화주와 컨테이너운송업체)의 물류비 절감과 리드타임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현실적으로 이용하기 어려운 것이다.
화주기업은 단 만원이라도 물류비가 싸다면 물류기지를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넓은 부지위에 훌륭한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갖춘 물류기지를 조성했는데 왜 화주기업이 이용을 하지 않는 것인지 불평한다면 그것은 한낱 어리석은 생각이다.
또한 물류서비스의 특성 상 물류기지운영사가 광활한 부지위에 아무리 훌륭한 시설과 장비와 운영시스템을 갖고 있더라도, 수 십 년간 세계적으로 수출입컨테이너화물을 전문적으로 취급 운영해 온 선사나 대형 컨테이너운송사의 컨테이너터미널과 CY 운영경험에는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물류기지에 화주기업이 무조건 들어와서 시설을 이용하고 물류기지 측은 운영사로서 일방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은, 기존 의왕ICD의 경우 제3섹터방식에 의한 운영방식이 성공하지 못한 사례처럼 수출입컨테이너 비즈니스의 핵심요소인 선사와 컨테이너운송사의 주된 역할인 CY운영 부분을 간과한 것이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영남복합물류기지의 효율적인 운영과 활성화를 위해선 기존 의왕ICD, 양산ICD 및 호남ICD의 운영사례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운영방식을 참고하여, 구미공단 화주기업, 컨테이너운송사, 코레일 및 영남복합물류 등 이해관계당사자간의 의사소통 통로를 상시 개방하고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물류기지의 이용자인 화주기업과 컨테이너운송사의 입장과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 물류기지 운영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
만일 구미철도CY를 폐쇄한다면 철도사업자를 신뢰하여 철도CY에 민간자본을 투자하고 수 년 간 운영해 온 일부 컨테이너운송사에 대한 실질적이고 설득력 있는 보상은 충분한 검토가 되어야 할 것이다.
철도화물수송을 증대하기 위한 진정한 노력은 철도물류가 갖고 있는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무한경쟁의 국내 화물운송시장에서 철도운송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철도물류 최적화모델을 조속히 구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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