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조선소 핀칸티에리와 크루즈건조 MOU 체결한 중국 조선 협회.
중국 시장의 폭발적 잠재력에 거대 크루즈 선사들 너도나도 협상카드.
국제적 입지 확고히 한 중국의 입김으로 향후 업계 거대한 지각변동 예고.
중국 크루즈 & 요트 산업협회(CCYIA)가 주관한 제9회 ‘중국 크루즈 쉬핑 EXPO’(China Cruise Shipping & International Cruise EXPO)가 지난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3일간 중국 톈진에서 개최되었다. 2005년, 제 1회 행사를 시작으로 2006년 해외 크루즈 선사에게 처음 그 포문을 연 중국의 크루즈 산업은 2013년부터 2015년 사이 140%의 성장, 그리고 2020년경 450만명의 이용객이 예측되는 가운데,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잠재력 있는 크루즈 시장으로 급부상했다. 이번 9회 중국 크루즈 쉬핑 EXPO에서는 중국시장을 선점하려는 해외 거대 크루즈 선사들의 굵직한 뉴스가 공개되어 업계에 큰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특히 한국과의 경쟁이 첨예한 조선업계에서 중국의 크루즈건조가 본격화 되었다는 소식은 전세계 조선업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중국 크루즈 EXPO를 통해 발표된 중요한 빅이슈들을 살펴본다.
카니발(Carnival Corp.),
핀칸티에리(Fincantieri)와 함께 중국에서 크루즈 건조 MOU.
카니발은 현재 세계 크루즈 시장의 50%가량을 장악하고 있는 세계 1위의 크루즈 선사다. 중국에는 현재 코스타(Costa)와 프린세스 크루즈(Princess Cruises) 등 2개의 브랜드를 운항 중에 있다. 이 카니발이 이번 9회 중국 크루즈 쉬핑 EXPO에서 중국 국영 조선 협회(China State Shipbuilding Corporation, 이하 CSSC)와 함께 크루즈건조를 위한 조인트 벤처를 중국에 설립하겠다는 깜짝뉴스를 발표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조인트 벤쳐에 세계 3대 크루즈 조선소중 하나인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가 합작한다는 것. 잘 알려진 대로, 전세계를 주름잡았던 유럽 조선소들이 일본과 한국, 중국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그들의 마지막 자존심으로 남았던 것이 바로 크루즈 건조술이다. 한국의 삼성중공업과 STX 또한 각고의 노력에도 그들만의 기술과 노하우는 끝끝내 전수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비법이 중국으로 전수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이것은 카니발 그리고 중국 정부의 일종의 거래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 크루즈 시장은 세계 1위의 카니발보다, 세계 2위의 로얄 캐리비안이 월등히 선점하고 있는 모양새다. 사실 중국 크루즈 시장은 로얄 캐리비안의 ‘2인자 정신’이 만들어낸 새로운 텃밭이다. 부동의 점유율로 안정된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던 카니발이 기존 시장에 올인하는 사이, 예상치도 못했던 중국에서 로얄 캐리비안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물론 그들도 쉽지만은 않았다. 4-5년은 죽을 쒔다. 그러다 2010-11년을 기점으로 중국의 수요가 폭발했다. 일찌감치 공격적인 마케팅과 현지화 서비스 전략으로 로얄 캐리비안은 작금의 중국 크루즈 시장의 일등공신이다. 그러다보니 카니발이 흠칫했음은 당연지사. 유럽 경제위기로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지중해와 이제는 포화상태에 이른 북미시장에서 해결책을 모색하던 업계 1위의 위신이 위태로웠다. 2015년 세계에서 2번째로 큰 크루즈선. 퀀텀 오브더 시즈(Quantum of the Seas)를 상해로 출격시키며, 중국 최대 크루즈선사로 입지를 선점하고 있는 로얄 캐리비안을 견제할 카드가 카니발에게는 필요했던 것이다.
이 참에 카니발은 더 깊이 발을 담갔다. 중국 연안 크루즈 업계 진출이다. 현재 중국에는 이미 완비된 4대 크루즈 항(우송항, 텐진항, 샤먼항, 산야항)이외에도 11개의 항이 크루즈를 맞기 위해 공사가 한창이다. 세계 3위의 국토, 세계 1위의 인구, 세계 2위의 경제대국, 굳이 해외를 기항하지 않아도 연안 크루즈는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히 중국인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해외관광객들이 중국을 여행할 때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조선업, 항만산업, 여행업 등 중국 크루즈 산업의 규모가 2020년께는 8조원대에 이를 것이라 하니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너무 고깝게만 볼 일은 아니다. 아시아(중국)시장에 맞춤형 크루즈를 건조하겠다는 카니발 서비스 정신의 일면으로 봐야한다는 것이 업계의 또 다른 시각이다. 사실 그동안 중국 및 동북아시아에서 운항되는 크루즈선은 동양의 의식주 문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예로 중국의 중산층과 고소득층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사이드 캐빈(창이 없고 저렴)은 상품가치가 하락한 상태다. 또한 대가족이 함께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시아(중국) 크루즈 여행객들의 패턴상, 선내의 작은 바와 라운지 등은 그 쓰임새가 많지 않다, 4계절이 뚜렷하여 갑판위의 수영장 또한 완벽하게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다. 결국 중국 크루즈건조는 서양의 크루즈 문화가 동양에 흡수되는 필수적인 과도기라고 볼 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우리가 발 빠르게 대처해야할 부분도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항지 여행보다 크루즈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크루즈여행의 특성상, 중국에서 건조될 크루즈선들과 중국에서 매입된 크루즈선들의 개보수작업에는 작은 기프트숍보다는 대형 면세점들이 대거 포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우리도 크루즈건조를 시작해야한다는 비현실적인 제안은 현재로선 무리다. 현재 중국발 크루즈의 최다 기항 수혜를 누리고 있는 한국의 현 기항지관광상품의 행태와 문제점부터 확실히 짚고 나아가야한다. 매년 좋은 기항상품으로 재방문 관광객들을 늘려갈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지금은 맞다. 그래야 중국 크루즈 산업의 호황을 더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중국. 크루즈 산업 강국으로의
세계적 입지 확고히 하다. “중국은 세계 크루즈 협회의 멤버가 되어야만 하고, 그렇게 될 것입니다.” 중국 통신교통협회 회장 콴용창의 호기어린 웅변이다. 그럴 만도 하다. 이번 제 9회 중국 크루즈 EXPO에는 세계 최대 선사들의 CEO, COO급 최고임원들이 모두 참여했다. 크루즈 산업의 미래는 이제 중국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절대 갑이 된 중국 정부의 어깨도 으쓱하다.“이제 세계 크루즈 산업의 조항들과 게임룰도 중국에 맞게 개편되어야 합니다. 중국의 의견을 수렴해야합니다.”
중국 교통부(MOT)도 의기양양했다. 2020년에는 북미 다음으로 중국이 세계에서 제일의 크루즈 시장이 될 것이라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2021년께는 전세계 크루즈 시장의 38%를 아시아가 차지할 것이라는 해외 전문가들의 예측 속에, 현재 그 뚜렷한 증거는 오직 중국에서만 확인할 수 있다. 이쯤 되면 카니발사가 핀칸티에리와 함께 중국 크루즈건조술을 전수하기로한 MOU 또한 그들의 내민 카드는 아니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지난 8월 중국 최대 여행사 Ctrip이 로얄 캐리비안의 셀러브리티사로부터 8만 톤급 크루즈선 ‘센츄리(Century)’를 매입하였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만 해도, 그 성공여부에 대해서 반신반의하던 업계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CTrip은 내년께 더 큰 톤수의 또다른 크루즈선을 로얄 캐리비안으로부터 매입할 것을 발표했다. 이번 EXPO회장에 수많은 쉽브로커들이 집결해 많은 중국 여행사들과 거래했다는 후문이 들려온다. 또한 오는 11월 20일부터 21일 양일간, 홍콩에서는 ‘Cruise Shipping Asia-Pacific'이라는 B2B 트레이드 쇼가 열린다. 크루즈 산업 전체가 또다시 중국에서 운집하여 또다른 큰 뉴스를 만들어낼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예측하고 있는 것보다 미래 중국의 크루즈 시장은 훨씬 더 커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사실 중국의 크루즈 산업은 몇 가지 난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2011년에 최고조에 이른 중국의 경제발전이 서서히 하강세에 접어들며 크루즈 산업도 마냥 낙관만은 할 수 없다는 분석이 있다. 크루즈접안조건이 생각보다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중국은 강에 많은 토사가 바다로 떠밀러 오는 자연적 특성상, 크루즈항이 완공된 후에도 운항에 충분한 바다깊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관리비용이 들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중국의 크루즈 산업은 이제 시작이라고 봐야한다. 지금까지의 데이터로만 판독하기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시장인 것만은 확실하다. 서양에서도 불과 40년이라는 짧은 역사를 가진 크루즈 산업이 이제 중국이라는 거대공룡과 만나 어떤 신기류를 형성할지, 그리고 옆 나라 한국에는 과연 어떤 파급효과를 가져올지는 세상 그 누구라도 흥미로울 것. 우리나라 또한 시장의 잠재력을 충분히 앞서 인지하고 중국을 교훈삼아 차근히 준비해 나간다면, 향후 놀랄만한 시너지를 발하며 중국과 함께 윈윈할 수 있는 국가동력산업이 될 것이다.
글. 신승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