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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해운, 항만, 조선업계 큰미래 내다봐야”

세월호 여파로 침체기 장기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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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6일 인천항에서 예정되어 있던 프린세스 크루즈사의 ‘사파이어 프린스’호의 쉽투어가 불과 하루 전, 인천항의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되었다. 세월호 사고로 전례 없는 침체의 여파를 맞고 있는 한국 여객선업계가 또다른 후폭풍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쉽투어’란 배가 항구에 정박해 있는 동안 반나절 정도 배의 외관, 시설 및 하드웨어를 돌아보는 것으로 업계 관계자 및 크루즈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에게 배를 소개하고 홍보하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 행사다. 세월호 참사로 꽃다운 나이에 희생된 수많은 영혼에 침통함 금할 길 없으며, 또 다른 해양재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깊은 반성과 단호한 대책을 강구하여야 하는 것이 현실. 하지만 TV의 모든 예능 프로그램이 정상화 되고, 6.4 지방선거를 앞둔 후보들의 온갖 흑색 비방과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있는 이 마당에, 청해진 해운의 방만한 운영과 한국 구조재난 시스템의 미흡한 대처로 벌어진 이 황당한 인재를 두고 언제까지 업계의 모든 사람들이 죄인의 마음으로 자중해야 하나. 중국인 관광객 2,500명을 태운 미국 국적의 크루즈선이 인천에 기항할 때, 잠시 3-4시간 배를 둘러보는 것도 금지해야 한다면, 국적 카페리 업체의 운항뿐만 아니라 세계 거대 크루즈 선사들도 잠시 한국 기항도 중지해야 하는 것인가. 이러다 여객선 업계가 모두 문닫는 거 아닌가라는 말까지 나온다. 마음이 무겁기만 하다.


 단언컨대, 크루즈는 가장 안전한 교통수단이다. 2012년 코스타사의 ‘콩코르디아’호의 전복사고(32명 사망)가 있기 전까지 지난 20년 동안 크루즈 사건 사고로 발생한 사명자는 20명에 불과했다(이 중 11명은 1992년 로얄 퍼시픽호가 말레이시아에서 타이완 국적의 트롤선과 충돌해 침몰했던 사고로 사망했다). 우리가 비행기에 탑승했을 때, 안전수칙 비디오와 스튜어디스의 시험 동작 5분을 보고 마는 것은 본인의 자유일 것이다. 하지만 크루즈에 탑승했을 때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머전시 드릴(Emergency Drill)' 혹은 ‘머스터 드릴(Muster Drill)'이라 불리는 비상시 대피훈련을 선장의 지휘아래 20분 동안 필수적으로 이수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크루즈 선사는 출항 30분 전에 이루어지는 이 안전훈련을 받지 않는 승객의 탑승을 거부하고 있다.

 이러한 크루즈 선사의 철저한 안전의식과 크루즈 탑승객의 낮은 사망자수는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업계의 자체규율 확립과 그것의 끊임없는 업데이트를 통해 만들어 졌다. 1912년 침몰한 ‘타이타닉호’는 크루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사고로 기록된다. 침몰의 직접적인 원인은 빙산과의 충돌이었지만 1,500명 이상의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던 건 사실 미관상의 이유로 정원의 반도 미치지 않게 선적한 구명보트 때문이었다. 사고 직후 대형 크루즈의 안전대책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한 크루즈 선사 및 여러 국가단체들은 즉각 해상인명안전국제회의 SOLAS(Safety of Life at Sea)를 출범시켰고, 엄격한 안전 훈련의 의무화 하는 것은 물론, 1986년부터는 최대승선인수의 100%의 구명보트 없이는 크루즈선의 출항을 금지시켰다. 그로부터 정확히 100년 후, 이탈리아 질리오 섬 인근에서 좌초된 코스타사의 ‘콩코르디아’호는 보기 드문 크루즈 대형 인명사고로 ‘제 2의 타이타닉호’라 불렸지만, 선원들의 침착한 대응과 탑승객의 안전훈련 덕분에 전체 4,229명의 탑승객중 99%라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같은 항공운송수단이지만, 헬기와 여객기가 다르듯. ‘카페리(Car Ferry)’선과 ‘크루즈(Cruise)’선은 엄밀히 말해 전혀 다른 배라는 것이 현 해양 전문가들의 통설이다. 선박의 75%가 호텔의 기능을 수행해야하는 크루즈선은 안전에 관한한 현존하는 최고 기술력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다. 설계 단계부터 그 모든 것이 ‘사람을 위한 배’로 시공되기 때문이다. 배가 흔들릴 때 인명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가구들은 모두 벽에 고정시켜놓는 것은 기본이며 기초 골격부터 단열재, 마감재, 인테리어 물품까지 침몰과 화재에 대비한 크루즈 특수소재로 제작된다. 세계 조선업계 1위의 대한민국조차 쉽게 크루즈 건조사업에 손을 못대고 있는 이유도 그러한 안전 시공 설계에 대한 특화 기술과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조금은 외람된 이야기이지만, 지난 4월말 한 음악페스티발이 개최되기 불과 하루 전,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시의 일방적인 통보로 행사가 전면 취소된 일이 있었다. 온 국민이 침통해하고 있는 때에 즐겁고 웃고 뛰노는 음악 페스티발은 국민정서에 반하는 것이기에 허할 수 없다는 것. 그 때 음악인들은 한 목소리를 내었다. ‘음악으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의 참사다. 업계가 모두 반성하고 자숙해야함은 맞다. 하지만 그동안 누구 못지않게 올바르고, 열심히 살아왔던 업계의 많은 사람들에게까지 필요 이상의 죄인 감투를 씌워서는 안 된다. 그 몇몇 파렴치하고 부도덕한 사람들로 인해 더 이상 죄없는 이들까지 생활고에 시달리고, 꿈을 잃고, 가정의 행복을 잃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여행업계의 기본 생리는 사람에게 다시 삶의 일터로 돌아올 수 있는 활력을 주고 그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얼마만큼 잘 보듬아주느냐에 있다. 비단 여객선 업계뿐만 아니라 조선, 해운, 항만산업 또한 모든 기조는 우리가 얼마나 더욱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이제 지진한 옭아매기 보다는 진실 된 고찰과 현실적인 독려로 다시금 여객산업의 미래를 바라보아야 할 때다.

글. 신승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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