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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크림반도 사태로 흑해연안 항만 ‘울상’

우크라이나 잇는 복합운송망 단절…1~2월 물동량 25% 감소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한 크림공화국이 러시아와 합병 조약에 서명하며 빚어진 크림반도 사태가 흑해 연안 항만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크림반도 항만의 통제권이 러시아로 넘어가면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본토를 잇는 복합운송망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크림반도에 위치한 항만에서 처리한 물동량이 크게 줄었다. 크림반도뿐 아니라 흑해 연안에 위치한 항만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중유럽과 동유럽 물류시장 위축이 예상된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우크라이나·러시아 항만 물동량 타격
 영국의 온라인 항만금융전문지 <포트 파이낸스 인터내셔널>(PFI)은 지난 4월3일 크림반도 사태가 흑해 연안 항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크림반도 사태는 크림반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항만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흑해 연안에 위치한 터키 항만까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항만에 미치는 영향이란 다름 아니라 물동량 감소다. 무엇보다 큰 피해를 입는 것은 크림반도 항만이다. 크림반도의 항만 통제권이 자연스레 러시아에게 넘어갔지만, 우크라이나와 연결되는 운송네트워크 단절, 러시아와 유럽연합(EU)의 대립 등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실제로 에프파토리아(Yevpatoria)항의 로로(Ro-Ro) 터미널 등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를 연결하는 복합운송망이 끊기면서 올해 1~2월 크림반도 항만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25%나 줄었다. 지난해 크림반도 항만의 물동량(1160만톤)이 전년(1600만톤) 대비 27%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엎친 데 덮친 꼴을 당한 셈이다. 세바스토폴항의 아브리타(Avlita) 터미널처럼 미래가 밝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 터미널의 안드레이 소코로프(Andrey Sokolov) 프로젝트 매니저는 “물동량 대부분을 크림반도 외부에 의지하고 있어 터미널의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PFI는 이와 관련해 아브리타 터미널의 물동량은 우크라이나 기업 SCM의 금속수출(지난해 320만톤 처리)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크림반도 사태로 해당 물량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결국 크림반도 항만들은 앞으로 “건축자재(2013년 40만톤 처리) 같은 소량의 물량만을 취급하게 될 것”이라는 게 PFI의 분석이다.

 타만(Taman)항 등 흑해 연안에 위치한 러시아 항만 입장에서도 크림반도 사태가 반갑지 않다. 크림반도 남동쪽 페오도시야(Feodosiya)항에서 타만항으로 운송되는 유류물동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페오도시야항의 유류물동량 대부분은 카자흐스탄 최대 석유회사 텡기즈셰브로일(TCO·Tengizchevroil)의 물량인데, 미국 정유회사 셰브런이 50% 지분을 가진 TCO는 크림반도 사태가 발생하자 페오도시야항 처리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머지않아 페오도시야항에서 완전히 발을 뺄 예정이라고 한다. 페오도시야항과 타만항 모두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과 EU의 경제제재로 흑해 연안 노보로시스크(Novorossiysk)항의 물동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중국 투자회사 BICIM(Beijing Interoceanic Canal Investment Management)이 추진하던 세바스토폴 심수항만 개발 프로젝트도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BICIM는 한 우크라이나 기업과 손잡고 심수항만을 개발하려 했다. 그러나 크림반도 사태로 우크라이나 기업의 참여가 어려워졌다. 기존 크림반도 항만시설과 타만항 개발 프로젝트에 만족하는 러시아도 새로운 항만 개발에 관심이 없다. 이에 세바스토폴 심수항만 프로젝트는 좌초 위기에 빠지고 말았다. 크림반도의 정치적 긴장은 터키의 물동량 감소로까지 이어진다. 터키는 우크라이나 수출입 물량의 10%가량(약 6만TEU)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약 30%(2만TEU) 감소가 예상된다. 우크라이나·러시아·터키를 제외한 다른 흑해 연안 국가들의 물동량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부유럽 물류시장 위축 불가피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이 유럽 물류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난 3월25일 영국의 물류전문지 <트랜스포트인텔리전스>(TI)는 크림반도 사태로 중유럽과 동유럽의 물류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러시아의 수입시장과 연계된 흑해 지역 환적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란 분석이다. TI 보도를 정리하면, 지난 10년간 이어진 러시아의 소비 붐으로 수입화물이 증가하면서, 흑해 연안국인 터키와 루마니아는 러시아행 컨테이너 및 로로 화물을 처리하기 위해 환적항만을 늘려왔다. 따라서 크림반도 사태로 러시아 경제가 침체될 경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흑해 연안뿐 아니라 발트해 지역의 무역·운송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독일, 핀란드, 폴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 등의 항만들은 러시아와 연계된 화물을 많이 처리했다. 특히 북유럽 최대 통합 운송·물류기업 DFDS, 북유럽 최대 규모의 피더·근해운송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유니피더(Unifeeder), 해상운송 전문 다국적 통합물류기업 그리말디(Grimaldi) 등 러시아 관련 물류서비스를 제공해온 기업들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 향하는 선박들의 거점 구실을 해왔던 핀란드 항만들의 물동량도 줄어들 전망이다.

 서방의 경제제재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쪽은 제재 대상인 러시아일 수 있다. 무엇보다 러시아의 물류투자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공산이 크다. 러시아 국영철도회사 RZD(Russian State Railway)가 70% 지분을 가진 GEFCO 같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프랑스 자동차기업 푸조시트로엥의 물류 자회사이기도 한 GEFCO의 대주주인 RZD 블라디미르 야쿠닌 사장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사이가 가까운 탓에 제재의 주 타깃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TI는 서유럽화물을 러시아 철도로 유치하려는 GEFCO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고, 심지어 소유권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와 중유럽 간 도로운송 분야 앞날도 밝지 않다. 크림반도 사태 이전에 불거졌던 화물보험 및 국제도로운송협약(TIR) 이행 관련 문제가 화물이동 규제보다 러시아의 정치적 환경과 관련이 더 깊었음을 고려하면 앞으로 보다 많은 문제가 생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독일국영철도회사 도이체 반 아게(Deutsche Bahn AG) 산하 물류기업 DB 쉥커(Schenker)가 개발한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 철도서비스도 정치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그동안 런던증시를 통해 국내외 터미널 확보를 위한 투자자금을 마련해온 러시아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인 글로벌 포트(Global Port) 역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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