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운업계에 포크송 가수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혹시라도 있다면 그 가수는 사라져가는 벌크선들에 대한 ‘뱃노래’를 부르게 될지도 모른다. 즉 이건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 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얘기가 되는데. 이 철 박스들(벌크선)은 1998~99년 2년간 우울한 시장 상황을 겪은 후 거의 기다시피해서 2천 년대를 맞이했다. 그처럼 안 좋은 상황은 신조선 인도에도 반영이 됐고, 그래프에서 보듯 1998년과 2002년 사이에 인도량이 연간 평균 1450만 톤에 그쳤다.
이후 중국 조선소들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2003~08년 해운시황 붐이 시작되면서 벌크선 인도량은 연간 2170만 톤으로 50%나 치솟았다. 금융위기로 인해 운임활황기도 끝났지만 인도량은 2009~13년 사이에 다시 3배로 늘어 7680만 톤에 달했다. 1998년 이후로 인도된 총 톤수의 2/3가 지난 5년간에 집중돼 곧바로 시장에 압박을 가했다. 공급량은 4억1천7백만 톤에서 7억2천2백만 톤으로 뛰어 수요에 비해 2배 이상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그러나 실상 발이 묶여 있는 벌크선들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다면 다들 어디로 갔을까?

그러나 이보다 더 빨리 움직이는 선복량이 있다. 운임이 올라감에 따라 가용 공급량도 늘어나게 될 텐데, 예를 들어 11 노트로 운항하는 파나막스급 벌크선의 경우 일일 비용이 약 2만1천 불 정도 들며 그중 선박에 1만3천 불, 연료에 8천 불 정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만약 일일 운임이 3만 불까지 치고 올라간다면 14 노트로 운항해도 연료비를 지불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선주는 감속 운항을 계속하면서 여유 자금을 챙길 수도 있겠지만 타이트한 용선 시장에서 경쟁자들은 곧바로 그걸 멈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전환점을 찾아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모든 벌크선들이 영원히 시장에서 사라졌는가와 영구적인 감속운항에 돌입했는가에 달려있다. 지난해 8천만 톤의 벌크선을 발주한 투자자들은 분명히 선복량이 영구적으로 시장에서 사라졌는가 하는 점을 중히 여기고 있으며 금년에 일일 6만 불까지 점치고 있는 애널리스트들 또한 그렇게 생각한다.
벌크선들은 전 세계로 느릿느릿 화물을 수송하면서 예금 잔고를 늘리는 기능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지구를 살리는 데도 공헌하고 있다(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을 수도 있음).
그러나 경제상황과 지금까지의 이력으로 볼 때 선박의 속도는 급작스럽게 올라갈 수도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적정량의 현찰이다. 따라서 희소식은 앞으로 운임이 올라갈 수도 있다는 점이고, 그렇지 않다면 운임 대부분이 연료비로 소진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자료 제공 : Clarkso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