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에 빠졌던 세계 해운시장이 새해부터 개선될 것이란 예측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정책설명을 통해 갑오년 세계 해운시장이 지난해보다 개선되면서 경기 확장기에 들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국적 해운기업이 수익을 늘릴 수 있도록 해운정책을 새로 정비해야 한다고 KMI는 주장했다. 특히 KMI는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추진 중인 영업망 축소, 터미널 매각 등이 영업력을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국적 선사의 영업력이 약화되면 미래 수익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해운시황 회복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대규모 구조조정보다는 조직을 적절히 정비함으로써 미래 수익 기회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는 게 KMI의 제안이다. 올해 세계 해운시장 개선을 전망한 근거로 KMI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 개선과 무역회복 등 해운수요 확장”과 함께 “신규 선박 공급부담 해소”를 꼽았다. KMI는 세계통화기금(IMF) 자료를 보면, 선진국의 수입과 신흥국 및 개도국의 수출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 올해 세계 상품무역 증가율이 지난해의 2.7%를 크게 상회하는 5.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올해 2분기 출범할 예정인 P3 네트워크도 단기적으론 서비스 개선에 집중하면서 컨테이너선 운임 인하 경쟁을 지양할 것으로 보이고, 아시아~유럽항로와 아시아~북미항로 운임도 개선될 것으로 점쳤다.
최근 건화물선 선대 대비 공급 예정 선박 비율이 2012년과 같은 20% 수준이란 점도 세계 해운시장 개선을 전망한 근거가 됐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규 선박 공급부담이 줄 것이란 뜻이다. 반면 아시아~브라질 또는 아시아~남아프리카 등 장거리 수송 수요가 꾸준히 늘어남에 따라 올해 건화물선박의 평균 운임은 지난해보다 20~30% 정도 개선될 것으로 KMI는 전망했다. KMI는 지난해를 해운경기 전환점으로 짚으면서 “지금이야 말로 그동안 시장분석가들이 강조했던 ‘불황기 저선가 투자'를 검토해야 될 때”임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해운업이 ’불황기 선박 투자~호황기 매각’의 ’선순환 성장궤도‘ 진입을 서둘러 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KMI는 “대형 컨테이너 선사의 구조조정은 가능한 축소하여 신속히 마무리하고 새로운 투자기회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해운금융 부문도 인식을 같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KMI는 지난해 8월부터 조사하기 시작한 KMI 해운경기실사지수가 꾸준히 상승(8월 48→12월 92)하고 있어 국내 해운업계의 시황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투자 확대를 계획하는 기업이 많았지만, 대부분 “불확실한 경제상황과 함께 자금부족을 가장 큰 경영상의 애로요인으로 지목했다”고 KMI는 설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KMI는 “불황기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현재 정부가 검토 중인 해운보증기금의 설치 방안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금융권의 해운투자도 상당히 위축되어 있어 시황 회복기인 지금 상황에서 투자의사결정이 어려운 바, 보증을 통해 투자와 대출부담을 완화해 줌으로써 해운과 금융이 동반성장” 가능한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KMI는 점쳤다.
KMI는 “친환경·고효율 선박 보급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개발(R&D), 금융, 기술 지원을 강화하고, 브릭스(BRICs) 등 주요 해운시장 진출 기반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정책을 가능한 서둘러 정비함으로써 우리나라 해운산업이 ‘생존과 재도약의 기회’를 동시에 얻게 될 것”임을 강조했다.
글.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