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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진격의 ‘해운동맹’

P3 네트워크 결성…세계 항만순위 들썩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 불황 속에서 허우적거렸던 해운 경기가 갑오년 새해 들어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란 전문가들의 장밋빛 분석이 줄을 잇는 가운데, 세계 해운·항만 시장에서 대형 컨테이너 선사들의 힘이 갈수록 세질 전망이다. 컨테이너선 대형화를 주도하며 세계 항만들의 컨테이너 터미널 확장 바람을 일으켰던 정기선사들이 해운동맹을 맺고 컨테이너 물동량을 좌지우지하는 탓이다. 특히 세계 1, 2, 3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 라인(덴마크), MSC(스위스), CMA CGM(프랑스)이 뭉친 P3 네트워크는 세계 컨테이너항만 순위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시애틀항 울고 터코마항 웃는 이유
 컨테이너 운송이 활성화되면서 세계 많은 항만들이 큰 돈을 들여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터미널을 마련했다. 거점항만 구실을 하려면 컨테이너 물동량을 유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덩치가 커지는 컨테이너선의 입항을 위해 터미널을 확장하거나 새로 건설하고, 값비싼 상·하역 장비를 갖췄다. 그런데 이젠 대형 정기선사들이 결성한 해운동맹의 입맛까지 맞춰야 하는 시대가 됐다. 좋은 입지와 최신 시설이 물동량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게다가 인근에 비슷한 항만이 있으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경쟁에서 이긴 항만은 물동량이 늘어나 웃을 수 있다. 반면 패한 항만은 물동량 감소까지 받아들여야 한다.
해운동맹이 두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좌지우지한 실제 사례로 시애틀항과 터코마항을 꼽을 수 있다. 미국 서북부 워싱턴주에 있는 시애틀과 터코마 모두 미국이 독립한 뒤 퓨젓사운드(Puget Sound) 만에 건설된 항구도시다. 두 도시는 거리가 약 40㎞에 불과할 만큼 가깝다. 도시 규모는 시애틀(2012년 추계인구 61만6500명)이 터코마(20만2010명)보다 훨씬 크다. 시애틀은 프로야구팀(매리너스), 프로농구팀(슈퍼소닉스), 프로미식축구팀(시호크스), 프로아이스하키팀(썬더버즈)이 연고지로 삼은 미국 서북부 최대 도시다. 터코마는 시애틀의 위성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힐 뿐이다. 하지만 시애틀항과 터코마항은 모두 거점항만을 목표로 한다. 더 많은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 상대인 셈이다.

 2013년 상반기 두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확인해보니 터코마항 93만8000TEU, 시애틀항 79만TEU로 터코마항이 14만8000TEU 많았다. 그러나 2012년에는 시애틀항이 187만1000TEU를 기록하면서, 171만1000TEU를 처리한 터코마항을 눌렀다. 2013년 상반기 터코마항이 시애틀항을 앞지른 것은 터코마항이 전년 동기 대비 28.9% 늘었고, 시애틀항은 22% 줄어든 탓이다. 2012년 이전까진 시애틀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터코마항을 크게 앞섰다. 터코마항은 2007년 192만5000TEU를 처리하며 정점에 오른 뒤 2008년 186만1000TEU, 2009년 154만6000TEU, 2010년 145만5000TEU, 2011년 148만9000TEU까지 5년(2007~2011) 동안 연평균 6.2%씩 컨테이너 물동량이 줄었다. 반면 시애틀항은 2007년 197만4000TEU부터, 2008년 170만4000TEU, 2009년 158만5000TEU, 2010년 213만4000TEU, 2011년 203만TEU까지 5년간 평균 0.7% 증가율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터코마항은 물동량이 크게 늘어나고 시애틀항은 줄어든 까닭은 한 해운동맹이 기항지를 시애틀항에서 터코마항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하팍-로이드(Hapag-Lloyd), OCCL(Orient overseas Container Line), NYK(Nippon Yusen Kabushiki Kaisha), 짐(Zim) 등이 결성한 그랜드 얼라이언스(GA)는 시애틀항과 맺었던 계약이 만료된 2012년 7월부터 시애틀항 대신 터코마항에 기항하고 있다. GA 소속 선사들이 PNX(Pacific North Express)와 NWX(North West Express) 서비스 기항지가 터코마항으로 바뀌자 터코마항과 시애틀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역전되고 말았다. 거슬러 올라가 2009년 158만5000TEU였던 시애틀항 물동량이 2010년 213만4000TEU로 늘었던 이유도 2009년 6월부터 머스크와 CMA CGM가 시애틀항으로 취항한 덕분이었다.


P3, 세계 항만 물동량 좌지우지할 듯
 유럽의 초대형 정기선사 3곳(머스크, MSC, CMA CGM)이 결성한 P3 네트워크는 2012년 10월 말 아시아-유럽항로, 아시아-북미항로, 대서양항로 등 세 항로에 총 255척을 2014년 2분기부터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P3 서비스의 구체적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2014년 5월 아시아에서 P3 서비스가 시작될 것이란 해운업계 전망이 나왔을 뿐이다. P3 파트너 3곳은 세 항로에 투입된 모든 선박들을 공동선박운영센터(JVOC)에서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파트너들은 선박을 계속 소유하거나 용선하고 투자할 예정이라고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국내외 언론 보도와 P3 파트너들의 발표를 종합하면, JVOC는 파트너 선사의 수송능력을 기초로 P3 네트워크에 255척을 투입해 260만TEU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처리할 예정이다. 260만TEU 가운데 트리플-E급(Triple E-Vessel) 등을 투입할 계획인 머스크가 42%(110만TEU)를 처리하고, MSC와 CMA CGM는 각각 34%(90만TEU)와 24%(60만TEU)를 처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의 마케팅 담당자는 2013년 6월 덴마크 해운전문지와 한 인터뷰에서 “P3 네트워크를 통해 머스크는 상당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P3 네트워크 파트너들은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세계 주요 컨테이너 항만들은 P3 네트워크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P3 네트워크 결정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특히 P3 공동선대 운영에 합의한 선사들이 이용하던 허브항만의 변화가 예상된다. 각 선사 가 기항하던 주요 허브항만들에 대한 통합 필요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3개 선사가 컨테이너 터미널과 취항 계약을 맺었을 뿐 아니라 기항하는 항만의 지분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기항 항만 선택은 민감한 문제로 여겨진다. 머스크는 현재 말레이시아 탄중펠레파스항, 스페인 알헤시라스항, 모로코 탕헤르항을, MSC는 싱가포르항과 스페인 발렌시아항을, CMA CGM는 말레이시아 클랑항과 몰타 마샤슬록항을 허브항만으로 이용 중이다. 관련 업계에선 아시아-북유럽항로는 머스크의 기존 허브항만과 피더 네트워크가, 그밖에 항로는 MSC와 CMA CGM의 기존 네트워크가 이용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아시아의 싱가포르항과 탄중펠레파스항은 큰 변화가 없지만 클랑항은 큰 손실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

 P3 네트워크의 기항지 선택 기준에 대해 영국 로펌 홀맨 펜윅&윌란(Holman Fenwick & Willan)의 죠셉 보담(Joseph Botham)은 항만 네트워크 지도를 다시 그리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3 네트워크 결성 목표인 운영효율성과 선복량 합리화를 위해 기항지 합리화가 이루어질 예정이란 전망도 있다. 종합하면 안벽 운영, 선박 회전, 내륙 수송 연결성 등을 고려해 기항지가 결정될 것 같다. 한편 중국선주협회(China Shipowners’ Association)는 중국 정부에 P3 네트워크가 컨테이너 운송시장에 불공정거래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P3의 규모가 거대한 탓에 독점 등 해운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뜻으로 읽힌다. 또 중국선주협회는 해운시장에서 독점과 가격조작은 금지돼 있으며, 국제시장경제질서에도 위배된다면서 공정경쟁을 위한 방안 마련을 주장했다.


.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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