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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북극항로 시범운항 그 이후

지난 9월 16일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대한민국 1000여년 해운역사상 처음으로 북극항로를 통해 화물을 실어 나르는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약 한 달간의 항해 끝에 10월 21일 나프타 4만 4천 톤을 실은 현대글로비스의 배가 전남 광양항 사포부두에 입항하였다.   이번 운항을 주관한 해양수산부는 이를 북극항로 개발의 화려한 닻을 올린 사건으로 평가하였지만 아직 북극항로가 상업성을 갖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해운업계의 정설이다. 북극항로 현재까지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대한민국 최초 북극항로 시범운항의 의미
 지난 달 21일 오후 나프타 4만 4천 톤을 실은 현대글로비스의 배가 전남 광양항 사포부두에 입항하였다. 러시아 우스트루가항에서 출항하여 1만 5000㎞의 북극항로를 운항한지 35일이 되는 날이었다. 대한민국 국적선사가 북극항로를 이용하여 화물을 운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 글로비스는 해양수산부가 주관한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서 스페인 스테나해운의 유조선 스테나 폴라리스호를 빌렸다.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다시 부활한 해양수산부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올해 7월 25일 ‘극지 선도국 도약을 위한 북극정책 청사진’을 발표하였고, 9월 16일 현대 글로비스와 함께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다.
 북극항로 시범운항에 나섰던 배가 도착항인 광양항에 안전하게 입항하자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은 “우리나라 해운물류분야의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북극항로 개척을 역점사업으로 밀고 있는 해양수산부 입장에서는 이번 시범운항 성공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만 이와 달리 해운물류업계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하다. 이렇게 정부와 업계사이에 큰 온도차가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극항로

 이번 북극항로 시범운항에서 대한민국이 항해한 북극항로는 동쪽 베링해협에서 서쪽 무르만스크까지 러시아 북쪽 북극해 연안을 따르는 4254㎞에 이르는 바닷길이다. 이 항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유빙이 빠르게 녹으면서 2008년 9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일시적인 운항이 가능해졌다. 현재는 북극의 빙하와 유빙이 녹는 한여름에,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어 지난해(2012), 이 북극해를 통과한 선박은 고작 46척, 화물운송량은 126만 톤에 지나지 않지만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2050년에는 유빙이 완전히 사라져 1년 내내 바닷길이 열릴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른 효과는 세계 각국의 경제성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대략 25~30%의 화물운송비용 절감을 가져 올 것이라고 한다. 이 같은 북극항로의 효과가 가지고 오는 파장은 세계 해운물류에 막대한 영향을 주어 현재 해운질서를 재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극해가 미래 물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은 현재 북극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소리는 없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북극 전투’에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극해 연안국을 비롯하여 미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과 같은 동북아의 강국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북극항로가 개발될 경우 싱가포르의 동쪽에 위치한 국가들이 큰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또한 이 치열한 전장 속에 참전을 선언하였다.



북극항로의 상업성 현실적일까?
 북극항로 개발의 궁극적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운송기간 단축’과 ‘북극 지하자원 운송시장 선점’이다. 북극항로를 이용할 경우 현재 이용하는 수에즈운하 보다 평균적으로 7000㎞가 짧아 운송기간을 10일정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다. 화주 입장에서는 보다 빠른 시간에 화물이 도착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류업계도 운송기간 단축으로 인한 비용 절감은 상당한 메리트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북극해에는 세계 미개발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와 다량의 고구가 광물 및 수산자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개발 시 해당 항로의 선점효과는 선사들에게 막대한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이에 대한민국은 북극이사회와 국제해사기구(IMO) 등 다자간 회의와 북극해 연안국과 양자회담을 비롯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여 북극지역의 유망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국제 공동연구 추진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이 주로 이용하게 될 북극항로는 북동항로가 될 것이며 이 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경유하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 한-러 해운협력회를 올해 8월에 개최하여 북극해 운항허가의 원활화, 쇄빙선 에스코트 우대요율 적용, 북극해 통과선박 보고 등을 논의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 비해 북극항로 개척의 당사자인 해운업계가 보내는 신호는 그리 밝지 못하다. 아니 북극항로 개발에 대한 관심이 없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 기업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적은 이윤추구이다. 하지만 현재 북극항로의 현황은 이윤이 나는 것이 아니라 손해 보는 장사이다. 북극항로를 운항하기 위해서는 얼음을 깨면서 항해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쇄빙선을 빌려야하며 러시아에 선박 통과료도 지불해야한다. 그리고 북극의 극한 환경은 일반적인 상선으로는 운항이 힘들어 특수 기술이 적용된 상선을 이용해야한다. 이는 국내 선사가 보유하고 있는 선박으로는 북극항로를 운항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따라서 국내 선사들이 북극항로를 이용하려면 내빙선을 임대를 하거나 새로 선박을 건조해야한다. 게다가 운반할 수 있는 화물 또한 대부분 벌크화물로 제한적이고 화물의 손실 위험도 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한다.
 이와 같은 모든 요건을 고려하여 비용분석을 할 경우 북극항로 이용 시 한 항차 당 20~30억 가량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2030년이면 모를까 지금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게다가 북극해 지하자원 운송시장 선점이라는 관점에서도 먼저 들어간 것과 해당항로를 경유하는 화물을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그다지 높지 않다. 보장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북극항로를 운항한 글로비스의 스테나 폴라리스호는 러시아의 쇄빙선과 일정이 맞지 않아 결빙구간에서 수 일 동안 대기하여 당초 계획이었던 30일보다 5일이나 더 걸렸다. 이 같이 들쑥날쑥한 운항기간은 정시성과 운항기간의 신뢰성을 중요시하는 물류업의 특성상 화주를 구하기 쉽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기존 항로를 이용하면 40일 가량 소요된다는 확신이 있는데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언제 화물이 도착할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화려하게만 보였던 북극항로가 이처럼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자 북극항로 시범사업단에 글로비스함께 포함되어있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정부의 등살에 떠밀려 마지못해 참여하는 시늉을 하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북극항로에 참여하는 선사를 위해 항만시설이용료 50% 감면 등과 같은 다양한 인센티브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해당 선사들은 이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이라고 여기고 있다. 하지만  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할 경우 대기업 특혜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정부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극항로 시범운항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으려면
 운항기간이 단축되는 것과 막대한 자원이 매장된 북극항로가 분명히 경제적 잠재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를 현실화시키기 위해서는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산적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해운업계간 긴밀한 협조가 절실하다.
 또한 정부는 북극항로 개척자로 나가기를 정부가 천명한 이상 다각도로 북극항로 개발에 대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그 중 한 방안이 바로 북극항로 관련 조선산업 육성이다. 현재 세계적으로 북극항로를 통한 물류수송 및 북극지방에서의 자원개발에 의한 극지용 빙해선박이 급증하는 추세이므로 이에 따라 쇄빙기능 또는 내빙기능을 가진 선박의 필요성이 점점 증대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상선들이 쇄빙선박의 도움을 받아야만 북극항로의 항해가 가능하기 때문에 쇄빙선 비용과 쇄빙선의 수요 증가로 인한 항구에서의 정박시간이 길어지는 단점을 보완 할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한 조선업체는 1.57m 두께에 달하는 얼음을 깨고 영하 45에서도 운항할 수 있는 세계 최고의 쇄빙 유조선을 건조하여 러시아에 2010년에 인도하였다. 이는 일반유조선 가격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고부가가치를 지닌 선박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의 극지항로 운항 선박 건조기술은 세계최고이나, 극지항로 안전운항기술 수준과 같이 이를 구성하는 세부원천기술은 선진국 대비 낮은 기술 수준을 보이고 있어 전적으로 해외 기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조선산업은 철강, 엔진, 기자재 등의 후방산업과 IT기술의 발달로 빙해선박 건조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극지용 핵심 기술 및 기자재의 국산화를 추진해서 항로의 선점뿐만 아니라 건조능력도 보유할 때 북극항로가 해양의 신 실크로드 시대를 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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