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벌크선 부문의 과잉선복에 관한 소식을 다뤄보면서 적정 속도가 어떻게 시장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짚어보았다. 컨테이너선 부문 또한 과잉 선복량이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 여기서도 선박운항 속도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09년 컨테이너선 교역은 사상 처음으로 정말 심각한 하락세를 경험했는데 감소율이 무려 9%에 달했다. 이로 인해 짧은 기간 내에 어마어마한 과잉 선복량이 발생하였고 컨테이너쪽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쭉 악전고투를 해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프는 예상되는 ‘과잉 선복량’의 크기를 보여준다. 컨테이너선 시장이 균형에 가까워졌을 무렵인 2천년도 수준의 선박 생산성을 가정하여 계산됐다. 그 정도 속도로 2009년말 까지 과잉 선복량은 약 260만 TEU(가용 컨테이너 총 선대의 17%에 해당)에 이른 걸로 나타났다. 기록적인 용선 시장 수준으로 몰고 갔던 2005년도에 50만 TEU가 부족했던 점과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컨테이너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기선사들은 엄청난 두통거리를 안게 됐다. 그들의 취했던 즉각적인 조치는 시장의 균형을 받쳐주고 운임을 지원하기 위해 선박을 최대한 많이 놀리는 것이었다. 2009년 후반 유휴 선복량은 약 1백50만 TEU였는데 이 수치는 이후 더 떨어졌다. 이러한 사실은 정기선사에는 도움이 됐지만 용선사업자들에게는 사실 별 득이 되지 못했다. 용선계약자들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엄청난 선복량으로 인해 선박 용선료를 원하는 대로 부르기가 불가능해졌다는 점을 용선사업자들이 알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이를 더 탄탄히 하기 위해 나온 조치가 바로 감속운항이었을 것이다. 경기침체 이전에 수많은 컨테이너선들이 운항하고 있던 속력(어떤 경우는 24노트까지)을 감안한다면 이것은 분명한 조치였다. 정기선사들은 속력을 떨어뜨리면서 신속하게 추가로 선박들을 투입했다. 즉 서비스 스케쥴은 유지하면서도 선복량을 빨아들이고 낮은 연료비를 통해 전체 비용을 줄여나갔다. 2012년 말경에는 감속운항으로 흡수된 선복량이 1백60만 TEU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유휴 선박과 감속운항이 진행되면서 과잉 선복량도 훨씬 줄어들었다. 올해 말 예상으로는 3백만 TEU의 과잉 선복량이 현재 감속운항이 흡수하고 있는 1백90만 TEU와 유휴 선복량인 40만 TEU를 감안해 실제로는 70만 TEU로 떨어지게 될 예정이다. 물론 컨테이너선 서비스가 다시 속력을 높이게 될 경우 많은 선복량이 풀려나오겠지만 선박 속력과 관련한 결정적인 요인은 현재의 고유가 환경과 깊숙이 연관돼있으며 이전의 높은 속력은 운항선사에 계속 먹혀들 여지가 없다. 따라서 남아있는 과잉선복량에 유휴 선복을 더한 값은 1백10만 TEU로 이는 경기불황 이전 잠재수준의 약 1/3에 해당하는 수치다. 어쨌든 그 부분은 희소식에 해당하고 안 좋은 소식으로는 교역물량이 공급량을 뛰어 넘어 그 간격을 줄이기에 갈 길이 너무 멀다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전 세계 소비자들이 소비를 늘려 컨테이너화물의 수요가 늘기만 바라는 것 외에는 해결책이 없어 보인다.
(자료제공 : Clarksons)
그래프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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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 Capacity : 유휴 선복량
Absorbed by Slow Steaming : 감속운항이 빨아들인 과잉 선복량
Remaining Surplus : 남아있는 과잉 선복량
Box Trade : 컨테이너 교역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