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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동방의 진주’ 블라디보스토크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이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7월 9일 서울에서 열렸던 ‘제13차 한·러 경제과학기술공동위원회’에서 극동지역 항만·물류 투자 활성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양국이 합의한 데 이어, 최근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극동지역 항만 개발 협력사업 등의 속도를 높이자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러시아에서 ‘동방의 진주’ 또는 ‘동방의 수도’라 부르는 항구도시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한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극동지역 거점항 구실
러시아 북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난 9월 5~6일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6일 G20 정상회의장인 콘스탄틴 궁전 인근 회담장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 양국의 협력사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양국 정상은 극동지역 항만 개발뿐 아니라 남한의 부산항과 북한의 나진항을 잇는 한반도 종단철도(TKR)를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모스크바까지 이어지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국제물류사업, 북극항로 개발 등도 적극 협력하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대통령이 합의한 러시아 극동지역 항만 개발과 국제물류사업, 북극항로 개발 등과 모두 밀접한 관계가 있는 항구도시가 블라디보스토크다.


우리가 연해주(沿海州)라 부르는 러시아 연방 프리모르스키 크라이(지방)의 주도인 블라디보스토크는 무라비요프-아무르스키 반도 남쪽 끝에 위치했다. 이름은 러시아어로 ‘동방(블라디) 정복(보스토크)’이란 뜻이다. 블라디보스토크를 포함한 연해주 지역은 고구려 유민과 말갈족을 모아 대조영이 세운 나라 발해의 영토였으며, 청나라 때까진 ‘중국땅’이었다. 그러다 1860년 베이징조약에 따라 제정 러시아 차지가 됐다. 베이징조약에 앞서 제정 러시아의 네벨스코이 제독이 연해주 일대 수역을 탐사했고, 베이징조약 이후인 1860년 7월부터 수병들이 해군수송선을 타고 블라디보스토크 금각만으로 와서 터를 잡았다. 1872년 아무르강 하구 니콜라옙스크항에 있던 러시아 태평양함대(극동함대)가 옮겨오면서 러시아의 주요 군항 자리를 꿰찼다.
1880년 제정 러시아 정부가 시로 지정하고, 조선소를 세운 블라디보스토크가 무역항으로 발전한 것은 1890년부터다. 1897년 블라디보스토크와 하바롭스크를 잇는 철도가 완성되며, 블라디보스토크는 태평양 진출을 위한 관문으로 떠올랐다. 1903년에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통해 모스크바와 연결됐다. 1904년 자유무역항으로 지정된 이 도시는 인구가 늘면서 극동의 상트페테르부르크란 별명도 얻었다. 그러나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적군과 백군 간 내전을 겪으며, 폐쇄된 군사요새로 바뀌고 말았다. 1992년 이전엔 외국인 출입이 금지되고, 내국인도 허가증이 있어야만 출입이 가능할 정도였다.
오늘날에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러시아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있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빚장을 푼 1992년 1월 1일부터 국제도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현재는 러시아 극동정책의 중심지이자 아시아태평양과 대륙을 잇는 거점 항만 구실을 하고 있다. 옛 소련 시절보다 항만 수가 크게 줄어든 러시아에서 북서부지역의 상트페테르부르크·프리모르스크·무르만스크·아르한겔스크, 남부지역의 노보라시스크·투압세, 극동지역의 보스토치니·바니노·나홋카 등과 함께 주요 항만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인프라 개선…항만은 포화상태
블라디보스토크의 인구는 외국(중국·북한) 노동자와 군인 등을 합쳐 61만7000명(2010년 기준)이며, 인근 루스키섬에서 지난해 9월 열렸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을 위해 도시 환경이 개선되고 인프라도 확충됐다. 국제회의장과 박람회장 주변 도로, 교량, 항만 등이 건설되고, 국제공항의 활주로와 시설도 새 단장을 마쳤다. APEC 정상회담이 열린 루스키섬은 블라디보스토크 시내와 사장교로 연결되는데, 관광레저산업 특별경제구역(SEZ)으로 지정되면서 대형 호텔과 체육시설 등이 건설됐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항만과 철도 운송을 통해 아시아태평양과 유럽을 연결하는 물류의 요충지다. 그러나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처리능력에 비해 물동량이 많아 포화상태란 점이 문제다. 군항시설이 많은 탓에 추가 개발할 부지도 마땅치 않다는 평가도 받는다. 때문에 인근 핫산항을 편입하고, 나홋카항까지 아우르는 광역화 사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역화를 통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 동부 수도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보스토크시 대외 담당자는 나홋카와 아르촘을 포함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러시아의 아태지역 허브도시로 만드는 계획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 2009년 7월 실시한 현지 조사 내용 등을 종합하면, 벌크화물, 일반화물, 양곡, 석탄, 원유, 철강, 어류 등을 처리하기 위해 수많은 선박이 드나드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은 여객 터미널을 비롯해 다목적 터미널,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 일반화물 터미널, 자동차 터미널, 석유 수출 터미널 등을 갖추었다. 러시아 국영선사인 페스코(FESCO Transportation) 그룹 계열 블라디보스토크 상항(Commercial Port of Vladivostok)이 운영하는 블라디보스토크 상업항의 연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능력은 70만TEU이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은 2004년 10만3000TEU에서 2008년 26만7000TEU로 연평균 26.9%의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 컨테이너항만 순위도 2004년 289위에서 2008년 178위까지 올랐다. 2009년엔 22만8000TEU에 그쳤다.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2011년 60만TEU로 늘었다. 주로 한국, 중국, 일본 등과의 교역이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엔 69만TEU로 전년 대비 21.5%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갈수록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터미널 수용능력을 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체 항만 개발의 필요성이 더 높아진 셈이다.

한국과의 관계와 장밋빛 전망
블라디보스토크항의 터줏대감은 페스코 그룹이다. 페스코 그룹은 1880년 우크라이나 오데사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항까지 화물을 운송하면서 해운기업으로 기틀을 닦았다. KMI 국제물류투자분석센터가 2008년 12월 펴낸 <GLN 동향분석 리포트-러시아편>을 보면, 페스코 그룹은 한국(부산, 울산), 중국(홍콩, 상하이, 닝보), 일본(요코하마, 나고야, 고베, 오사카)의 주요 항만과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잇는 컨테이너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컨테이너와 벌크화물에 대한 국제복합운송, 철도운송,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해운업을 디딤돌 삼아 종합 물류기업으로 도약한 것이다. 특히 페스코 그룹은 과거 현대상선과 합작법인 동해해운을 설립한 바 있다. 페스코 그룹은 현대상선이 보유했던 동해해운 지분을 사들여 지난해 3월 페스코 라인즈 코리아를 설립했다. 블라디보스토크시도 지난 1992년 6월 부산과 자매결연을 맺은 데 이어 지난해 6월엔 인천과도 자매결연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벌크화물, 일반화물, 양곡, 석탄, 원유, 철강, 어류 등을 처리하기 위해 수많은 선박이 드나드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미래는 밝은 편이다. 2012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많은 투자가 이뤄졌을 뿐 아니라 연해주 지역 다른 항만(나홋카, 보스토치니)을 잇는 고속도로와 철도가 건설되고, LNG(액화천연가스) 수출을 위한 대규모 공장이 블라디보스토크에 지어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블라디보스토크의 물류기능을 높이기 위해 보스토치니항 일대에 복합운송물류터미널, 수산물가공단지 등을 조성하고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한다는 계획도 추진 중이라고 전해졌다.
블라디보스토크에 새로 건설될 LNG 플랜트에도 관심이 쏠린다. 코트라 블라디보스토크무역관에 따르면, 러시아 국영 천연가스기업인 가스프롬의 알렉세이 밀러 회장은 지난해 푸틴 대통령한테 2017년 말까지 사하공화국(야쿠츠크)과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 LNG 파이프라인을 깔 계획임을 보고했다. 파이프라인 건설기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LNG 수출을 위한 플랜트가 완공될 예정이다. 밀러 회장은 “블라디보스토크에 건설될 LNG 플랜트가 러시아 가스수출의 새로운 허브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블라디보스토크무역관은 전했다. 밀러 회장은 2014년부터 석유, 2017년부터는 LNG 생산이 시작될 예정인 야쿠츠크 차야단 지구 개발에 4300억 루블(약 140억 달러), 파이프라인 건설에 7700억 루블(약 250억 달러)을 투입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미래와 관련해 이고르 푸시카료프 블라디보스토크 시장은 최근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정부는 지난 4월 블라디보스토크, 나홋카 등 연해주 모든 항만과 시베리아횡단철도(TSR)를 연결하는 사업에 5천 억 루블(약 17조 원)을 투자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곧 추진될 예정인 이 사업으로 “현재 시베리아횡단열차가 처리하는 연간 1억t에 달하는 물동량은 두 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푸시카료프 시장의 기대가 한낱 물거품에 그칠 수도 있지만 러시아 정부가 블라디보스토크의 항만과 철도 개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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