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요리’로 우리에게 친숙한 중국 쓰촨성(四川省)이 중국 서부지역의 물류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중국 남서부 양쯔강(창강) 상류에 자리한 쓰촨성은 내륙지역이다. 그러나 ‘쓰촨’이란 지명처럼 양쯔강, 민강(岷江), 퉈강(江), 자링강(嘉陵江) 등 네 갈래의 큰 강이 흘러 수운이 발달했다. 2008년 5월 12일 진도 8.0의 강진을 겪었던 쓰촨성은 내륙항 등을 육성하기 위해 현재 중국대륙에서 가장 대규모 교통 인프라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운송수단별 물동량과 동향
코트라 청두무역관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쓰촨성 내 수운 항로의 총 길이는 1만1725㎞이며, 올해 1~7월 수운 물동량은 4283만t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p 늘어난 양이다. 수운 회전율도 14.8% 증가했다. 쓰촨성 내 내륙 항만 가운데 가장 큰 루저우(泸州)항의 국제 표준 컨테이너 물동량은 13만5190건이며 전년 대비 34.5% 늘었다. 이빈(宜宾)항의 국제 표준 컨테이너 물동량도 2만5289개로 전년 대비 205% 증가율을 보였다. 이빈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데는 건기에도 3000t급 선박이 운행할 수 있도록 항로를 운영하고, 와인 등을 컨테이너로 운송해 손실률을 0%로 낮춘 결과다.
쓰촨성의 1~7월 도로 운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9.2%p 성장한 9억7130만t으로 집계됐다. 쓰촨성 도로망은 중국 서남지역 최대 물류 집산지인 청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주요 간선국도는 청두-충칭, 청두-광위안, 청두-러샨, 청두-두장옌 4곳의 고속도로 구간을 비롯해, 베이징과 상하이, 샤먼, 광저우 등과 연결된다. 중국의 주요 해안·내륙 물류거점과 연결되는 도로망을 갖춘 셈이다.
지난해 쓰촨성 전체의 철도 화물 운송량은 1억2187만6000t으로 지난해보다 1.7% 늘었다. 철도 화물 회전율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철도 화물 발송량도 전년 대비 3.1% 증가한 7415만2000t이었다. 성내 주요도시를 잇는 간선철도와 지방철도로 구성된 철도 네트워크를 갖춘 쓰촨성에선 지난해 말부터 8열 화물전용 열차와 12열 직통 화물열차를 운행하기 시작했다. 2020년까지 동서남북으로 통행할 수 있고 중앙아시아 및 남아시아까지 이어지는 철도교통망을 구축할 계획이다.
쓰촨성 내 8개 공항의 승객수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청두 솽류국제공항의 지난해 승객수는 3150만 여명으로, 2011년 2907만 여명보다 8.3% 늘었다. 연 3000만명 이상 공항은 중국 전체에서 5번째이며, 중서부에선 솽류국제공항이 유일하다. 보잉 747기종이 본격적으로 운항하기 시작한 8월부터는 항공 물류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솽류국제공항은 2015년까지 UPS, FEDEX, DHL 등 세계적인 물류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물류센터를 유치하고, 전용 계류장과 화물터미널·관련시설을 제공해 중국 서부 항공화물 운수의 중심지로 도약을 목표로 한다.
쓰촨성 물류 중심지 ‘청두’
중국 동부와 남부 해안지역에 견줘 상대적으로 낙후된 서부 내륙지역을 개발하기 위해 중국 정부가 추진하는 개발 사업의 중심지인 쓰촨성 내에서도 노른자위로 손꼽히는 곳은 청두(成都)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는 앞서 설명한 솽류국제공항이 있는 곳이며, 서부 내륙지역에서 교통의 요지이다. 청두는 내륙이란 한계를 이겨내면서 중국 서부지역의 물류·교통 거점으로 쓰촨성의 경제 발전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이 도시는 현재 중국 서부지역과 유럽 및 중앙아시아를 잇는 중계운송의 허브 역할을 확대하는 중이다.
중국 서남지역 최대 물류 집산지 청두는 주요 도로망과 철도의 교차지이자 항공, 수운 항만 시설을 갖추었다. 코트라 청두무역관은 청두에 대해 “쓰촨성 각 지역 및 인근 성시로 운송되는 제품의 1차 집산지 역할을 하는 물류 유통 중심지”라고 밝혔다. 쓰촨성 물류 운행 현황 통보에 따르면, 지난해 쓰촨성 물류 총액은 전년 대비 12% 늘어난 4조5949억8000만 위안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청두를 통해 유통된다.
현재 청두와 인근 지역엔 4대 물류 단지와 4대 물류센터가 건설되고 있는데, 이들은 중국 서부지역 유통망의 핵심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인다. 청두무역관은 “중국 서부지역 바이어는 국제무역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내국 간 거래 형태의 구매 방식을 오랫동안 유지해와 외국 제품의 직접 수입보다는 연해 지역(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2차 구매 또는 중국 투자기업의 제품 구매를 선호”하기 때문에 물류센터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대형 중국 온라인 쇼핑몰 징동샹청(京东商城)도 3년 안에 약 100억 위안을 투자해 청두에 20만㎡ 규모의 초대형 물류센터를 짓겠다고 밝혔다.
청두무역관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청두시와 충칭직할시를 하나로 엮는 ‘청위경제구’를 중점 육성 중”이다. 도시와 농촌 간 격차를 해소하고 조화로운 경제발전 위해 청두시와 충칭직할시를 제3의 특구인 ‘전국 도시·농촌 전면 개혁 실험지역’으로 지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청두를 중국 서부지역 교통·물류 중심지로 발전시킬 예정인데, 서부지역 종합교통허브 건설 사업에서 청두의 비중이 가장 크다고 청두무역관은 설명했다.
항구 없는 ‘청두 내륙항’ 실현
쓰촨성의 연간 물류산업 성장률을 12% 수준으로 유지해, 서부권역에서 유일한 핵심 물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일핵일권(一核一圈)’ 전략에 따라 중국은 2010년부터 물류 인프라 프로젝트 등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구체적으론 농산품 콜드체인물류, 식품 선진물류, 제조업물류, 상업물류, 제3자 물류 등 5대 핵심 분야 물류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청두를 비롯한 판쯔화(攀枝花), 쯔궁(自贡)-루저우-이빈, 다저우(达州), 러산(乐山) 등 8개 물류센터를 건설할 예정이다.
지난 6월 <SBS>는 “중국 ‘물 없는 내륙 항구’…신 실크로드 개척”이란 제목으로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물 없는 항구’”인 청두의 대형 물류 기지를 소개했다. 청두시내에서 17㎞ 떨어진 곳에 지어진 이 물류 기지에 대해 SBS 특파원은 “여의도 면적의 1.2배에 이르는 드넓은 부지에, 보세 창고와 세관까지 모두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청두에서 유럽까지 12~14일이면 닿을 수 있어 “상하이 등 동부 연안 도시에서 선박을 이용했을 때보다 한 달 가량 빠르다”면서 “물 없는 내륙의 수출 항구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SBS 보도는 유럽 및 중앙아시아와의 환적·중계운송 허브를 꿈꾸는 ‘항구 없는’ 청두 내륙항 목표를 소개한 것이다. 이 목표는 청두 인근 내륙 항만과 철도 또는 도로로 연결해, 수운 항로를 청두까지 연장하는 효과를 거두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이빈항과 루저우항까지 이어지는 도로 및 철도를 정비하고 있다. 또 12.5 규획기간(2011~2015년) 쓰촨성 내 수운 시설 개선도 추진한다. 이 기간 쓰촨성 내 4대 강을 정비하고, 쓰촨성 남부지역(루저우, 이빈, 러산)과 북부지역(광안, 난충, 광위안)에 모두 6개 항구를 개설하거나 확대할 계획이다.
청두가 내륙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유럽이나 중앙아시아로 수출하는 환적·중계운송 허브로 거듭나는 데 유라시아 철도가 큰 몫을 했다. SBS 보도를 보면, 청두 물류 기지에선 문을 연 지난해에만 34만 컨테이너를 유라시아 철도를 통해 유럽으로 보냈다. 물류기지 부소장은 “단기적으로는 100만 컨테이너 중장기적으로는 250만 컨테이너 수송이 목표”라고 말했다. 유라시아 철도를 활용하면 동부 연안 도시에서 선박에 실어 수출할 때와 견줘 비용도 20% 남짓 준다고 한다. 시간과 돈을 모두 아낄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21세기 실크로드 꿈꾼다
중국 서부지역의 물류 허브 구실을 할 것으로 보이는 쓰촨성에 대해 청두무역관은 “2011년, 2012년에 계획한 물류관련 사업 40개 중 32개는 완료됐고, 5개는 현재 진행 중”이며, “물류 환경에 대한 개선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물류 환경의 개선으로 중국 서부지역 개발에 쓰촨성이 더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 및 중앙아시와의 교류 또한 활발해 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물류업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장밋빛 전망을 내놨다.
청두무역관에 따르면, 쓰촨성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교통 분야 투자가 진행 중인데, 중국은 2020년까지 총 1조 866억 위안을 투입해 운하, 철도, 고속도로, 공항 등 쓰촨성 내 교통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UPS, FedEx, TNT, DHL, AMB 등 쓰촨성에 진출한 43개 외국 물류기업과 중위엔양(中远洋), 중와이윈(中外运), 중구어우리우(中国物流) 등 20여개 중국 물류기업한테 호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청두와 유럽을 연결하는 쾌속 컨테이너 화물열차가 개통되면서 쓰촨성의 물류환경은 더 나아졌다. 지난 4월 26일 개통된 롱오우쾌속화물열차(蓉欧快铁)는 최소한 최소 주 1회 이상 청두 칭바이장(靑白江) 컨테이너 터미널을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폴란드 우츠까지 40피트 컨테이너 41개를 한 번에 실어 나른다. 항공 운송료의 25%에 불과한 이 화물열차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2년간 보조금을 지원할 방침이다. 운영업체는 우츠까지 운행시간을 현재 12일에서 10일 이내로 줄이면서, 운행횟수는 주 2~3회 또는 하루 1회로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세상 일이 모두 다 좋을 수는 없는 법이어서 쓰촨성 물류환경에도 단점이 있다. 물류비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청두무역관의 최근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쓰촨성의 물류비는 GDP의 19.1%를 차지했는데, 창고 임대료와 인건비, 연료비 등이 올랐다. 특히 3년 전 100㎡ 창고를 빌리기 위해선 매달 약 3000위안이 필요했지만, 현재는 4000~5000위안으로 크게 뛰었다. 전체 물류비에서 운송비의 비중은 낮아졌고 보관비와 관리비의 비중이 늘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지난해 운송비는 전년 대비 10.6% 증가에 그쳤지만, 보관비와 관리비는 각각 26.5%, 23% 늘었다. 이에 따라 현재 쓰촨성 물류기업들은 1인당 평균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데 초점에 두고 있다고 청두무역관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