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인도의 해운업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기나긴 해안가에 위치한 인도 항구들 가운데 상당수가 새로 단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역삼각형 모양의 인도대륙은 ‘인도의 바다’인 인도양을 비롯해 아라비아해와 벵갈만까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해안선 길이만 7500㎞가 넘고, 수로는 더 길어 1만4500㎞에 이른다. 이 가운데 4604㎞는 인도 정부가 국가수로로 지정해 관리 중이다. 인도의 항구 수는 대규모 항구 13개와 소규모 항구 185개를 합쳐 198개다. 하지만 연안항로를 이용한 화물운송 비중은 8%(㎞/톤)에 불과하다. 90% 이상의 화물이 도로와 철로로 운송되는 형편이다. 이에 인도의 몇몇 주정부는 활용도가 낮은 항구를 개발해 해양운송을 활성화시킬 계획이다.
경제위기 겪지만 물류산업 전망 화창
인도는 브라질, 러시아, 중국과 함께 브릭스(BRICs)로 불리며 2000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도 경제는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규모 무역수지적자, 소비자 물가 상승, 외환보유고 감소 등이 겹친 탓이다. 지난 8월 20일에는 인도 화폐인 루피화의 가치가 미국 달러당 63.13 루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구제 금융’의 필요성까지 등장했다.
이처럼 인도 경제가 위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지만, 세계은행(Worldbank)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카우식 바수(Kaushik Basu) 박사는 “인도의 외환위기는 과장됐다”며, 1991년처럼 외환위기를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도 기업들과 인도에 투자한 외국투자자들도 정치적 안정, 친기업 정책 등을 전제로 들면서 인도 경제의 회복을 내다봤다. 특히 해운을 비롯한 인도의 물류산업은 미래가 밝은 편이다.
인도 물류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인도의 인구가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다는 점 덕분이다. 현재 인도 인구는 12억명이 넘는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인도가 중국을 앞질러 세계 1위인 인구대국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국토가 넓고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였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덕분에 인도 물류산업에 대한 외국의 투자는 최근까지 이어지는 추세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펴내는 <국제물류위클리> 6월 20일자 ‘물류정책·사업동향’을 보면, 미국 노웨스트 벤처 파트너스(Norwest Venture Partners)는 인도 물류기업 스노우맨 로지스틱스(Snowman Logistics)에 1040만 달러를 투자했다. 노웨스트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벤처캐피탈이며, 스노우맨은 주로 북인도에서 냉장·냉동식품과 의약품 등을 운송하는 콜드체인 물류기업이다.
노웨스트의 투자는 인도 콜드체인 시장의 크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인도의 컨설팅기업 테크노팩(Technopak)은 2014~2015년까지 인도 내 콜드체인 시장(제품 보관·수송)이 31억~5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도의 중요 항구에서 중국까지 소비재와 자동차부품 등의 해상수송 시간을 단축한 서비스도 등장했다. 7월 20일자 <국제물류위클리>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기업 DHL의 자회사인 DHL 글로벌 포워딩(DHL Global Forwarding)은 인도 뭄바이 자와할랄 네루항((JNPT)의 나바쉐바(Nhava Sheva) 국제컨테이너터미널(NSICT)과 첸나이항에서 중국 상하이를 연결하는 LCL(Less than a Container Load) 서비스를 새로 선보였다. 주단위 직항을 통해 나바셰바-상하이 17일, 첸나이-상하이는 15일 만에 수송이 가능할 뿐 아니라 인도를 출발한 화물선이 상하이 도착 72시간 안에 창고 입고를 보장하는 서비스다.
활용도 미흡한 연안항로 개척 투자
긴 해안선과 수로를 가진 인도의 항구는 그 수가 198개에 달한다. 하지만 인도 국내 화물수송 분담률에서 해상운송이 차지하는 비중은 적다. 코트라 첸나이무역관의 8월 5일자 ‘해외시장정보’를 보니 지난해 12월 집계한 결과, 인도 연안을 이용한 화물운송 비율은 8%에 그쳤다. 연안 화물선박도 118대(67만 중량톤)에 불과했다. 특히 소규모 항구의 운송실적이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198개 항구 가운데 자와할랄 네루항, 첸나이항, 칸들라항, 콜카타항 등 주요 항구 13개가 국내 해상 화물운송의 40%를 떠맡았다. 185개나 되는 소규모 항구의 분담률은 60%뿐이었다. 게다가 소규모 항구 대부분이 실질적으로 물류 운송 기능을 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숫자는 많지만 활용도가 대부분 ‘오합지졸’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지 않다. 소규모 항구의 물류 취급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또 인도 동남부 타밀나두주와 남부 께랄라주 등은 연안항로를 중심으로 해양운송 확대정책을 펴고 있다.
첸나이무역관에 따르면, 인도 일간지 인디안 익스프레스(Indian Express)는 현재 5억6100만t인 인도 주요 항구들의 물류 취급 규모가 매년 8%씩 늘어나 2020년 12억1500만t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소규모 항구들의 성장률은 더 가파를 전망이다. 이 신문은 현재 8억5000만t인 소규모 항구들의 연간 물류 취급 규모가 2020년 24억8500만t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연간 11%가 넘는 증가율을 예고했다.
이러한 성장률은 항구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를 전제로 한다. 실제로 많은 민간투자자가 인도의 항구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미 인도 사회기반시설기업인 아프콘즈(AFCONS)는 방갈로르 서부와 안드라프라데시의 항구 기반시설을 늘리기 위한 25억8000만 달러 투자 계획을 정부로부터 허가받은 바 있다. 인도 투자자문회사 넥스젠 리서치(NEXGEN Research)는 인도 내 항구기반시설 총 투자액의 96%를 차지하는 264억 달러가 민간자본일 것으로 추산했다.
주요 항구를 뺀 나머지 항구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면서 소규모 항구의 물류 처리 비중도 자연스레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연안항로를 통한 물류운송 활성화를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적지 않다. 소규모 항구들의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히는 것들은 항구 운영 규정, 주요 항구의 과포화상태, 내항 해운 선박에 대한 장기투자 미흡 등이다.
연안항로 개척을 위한 걸림돌
인도에서 소규모 항구 발전의 걸림돌 중에서도 불합리한 항구 운영 규정은 주범으로 손꼽힌다. 인도의 항구 운영 규정은 국제화물선이 항구를 이용하는 동안 국내화물선은 정박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국제화물선에 우선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국내 화물선 이용을 기피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인도 항구에 국제화물선이 정박했을 경우 국내 화물선은 정박하기 위해 보통 하루를 기다려야 한다. 그러자면 애초 예정된 도착시간을 어기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된다.
소규모 항구 이용은 저조한 반면 대규모 항구는 화물 적재율이 허용량을 넘어설 만큼 과포화상태라는 점도 중요한 걸림돌이다. 항구의 이상적인 화물 적재율은 70~75%. 하지만 인도의 주요 항구 가운데 자와할랄 네루항, 첸나이항, 칸들라항, 파라딥항 등 8곳은 이를 넘어섰다. 4곳은 허용량까지 초과한 상태다. 항구 규모가 커야 제 시간에 화물을 수송할 수 있기에 큰 항구들로 화물이 몰리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다.
또 선박을 운영하려면 20~25년 동안의 투자자금이 필요하지만 내항 해운 선박에 대해 인도 은행은 5~8년만 자금을 지원할 뿐이다. 외국기업이 자국 화물을 유통시키려면 인도기업과 파트너십을 맺도록 규정한 국내운송금지(Cabotage)법도 해외자본의 투자 저해요인으로 손꼽힌다.
그 밖에 항만 개발이 자와할랄 네루항 등 일부 대규모 항구에 집중되고, 민영화가 늦어서 글로벌 선사들의 기항이 편중됐다는 것도 문제다. APL, 머스크, 에버그린, 사프 마린 등의 선사들은 인도 최초의 민영항만인 자와할랄 네루항의 나바쉐바 국제컨테이너터미널을 중심으로 첸나이항, 칸들라항, 투티코린항 등에만 기항하고 있다.
이처럼 활용도가 낮은 인도의 소규모 항구들의 활성화를 위해선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해결책은 관련 규정을 정비해 연안항로 수요를 늘리는 일이다. 아직까지 인도에선 연안항로 이용 수요가 적은 탓에 규모가 큰 주요 항구는 과부하가 걸리고, 작은 항구는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제 시간에 화물을 수송하려면 항구 규모가 커야 하지만, 수요가 적어 항구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못하고선, 인도의 연안항로 활성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연안항로 활성화 장점과 정책
해상운송의 장점은 도로와 철도에 견줘 소음은 적으면서 대기오염을 일으키거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아 더 경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화물운송의 90%가 도로(60%)와 철도(30%)를 통해 이뤄지는 인도 입장에서 연안항로 활성화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인도의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육로 운송수단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를 차지하는데, 연안항로 활성화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첸나이무역관 보고에 따르면, 인도 타밀나두주 로제이아(Dr. K. Rosaiah) 주지사는 지난 7월 19일 첸나이무역센터에서 열린 ‘Cargo Scope 2013’ 국제컨퍼런스에서 연안항로 중심의 새로운 물류운송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자본비용 증가와 높은 임금 문제로 물류산업은 앞으로 지속가능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아직 손대지 않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연안항로와 내륙 해안항로가 있다”고 로제이아 주지사가 말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항로개척을 통한 물류산업 확장을 주장한 로제이아 주지사뿐 아니라 바부(K. Babu) 께랄라주 해양수산부장관도 육로 중심 화물운송을 개선하기 위한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바부 장관은 께랄라 수산업대학에서 수로를 통해 화물을 운송할 경우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시행 중이며, 이를 통해 께랄라주는 2015년까지 20%, 2020년까진 40%의 육로 화물량을 해양운송으로 대체할 것이라고 밝혔다는 게 첸나이무역관 설명이다.
외환위기란 경고가 나올 만큼 인도의 최근 경제상황은 좋지 않다. 그러나 중국과 함께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신흥 경제대국으로 인정받았던 인도의 성장 잠재력은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 인도 물류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도 정부는 물류산업에서 늘어난 자본비용과 임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사업모델을 찾고 있다. 연안항로 개척이 대표적인 모델이다.
육로수송이 90%를 차지하면서 여러 가지 추가비용이 발생하는 인도 화물운송 시장에서 연안항로 개척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인도 연안항로 개척 계획의 특징은 항구기반시설 투자의 96%가 민간자본을 통해 이루어질 예정이란 점이다. 인도 언론의 추산대로 2020년까지 소규모 항구의 물류 취급 규모가 현재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하려면, 투자가 원활해야 한다. 현재 인도 경제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지만, 물류산업의 성장 잠재력은 밝은 편이다. 이와 관련해 첸나이무역관은 연안항로 개척을 위한 인도의 투자 움직임을 주시하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주요 항구의 물동량과 시설
인도항만협회(IPA)가 발표한 12개 주요 항구의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누적 총물동량은 4억5373만t이다. 이는 4억6710t이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2.9% 줄어든 양이다. 12개 항구 가운데 총물동량 1위는 7815만4000t을 처리한 칸들라항이다.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에 위치한 칸들라항은 P.O.L(Petroleum, Oil, Lubricants)과 철광석 화물이 늘어난 데 힘입어 전년 동기의 6856만3000t보다 14.0% 총물동량이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칸들라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13만9000TEU) 대비 30.2% 감소한 9만7000TEU에 그쳤다.
총물동량 2위는 지난해 5544만3000t에서 5376만5000t으로 3.0% 줄어든 자와할랄 네루항이다. 인도를 대표하는 항구로 꼽히는 자와할랄 네루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전년 동기 363만2000TEU보다 2.4% 감소한 354만4000TEU를 처리해 1위에 올랐다.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까지 인도 12개 주요 항구의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 감소한 643만TEU를 기록했는데, 자와할랄 네루항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1989년 운영을 시작한 자와할랄 네루항은 컨테이너와 환적화물 처리량이 인도 전체의 60%에 이르는 대형 항만으로, 주위에 국제공항과 고속도로가 위치하고 있다. 총 7개 선석을 보유한 자와할랄 네루항 컨테이너 전용터미널의 크레인은 총 26기이며, 2015년까지 목표가 1000만TEU 처리 달성이다. 또 LNG를 포함해 액체와 화학제품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화학터미널을 추가할 계획이다. 자와할랄 네루항의 세계 컨테이너항만 순위는 2007년 24위에서 2011년 23위로 올랐다.
자와할랄 네루항에 이어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 2위는 129만6000TEU를 처리한 첸나이항이다. 첸나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31만8000TEU에 견줘 1.7% 줄어들었다. 첸나이항은 총물동량도 전년 동기(4708만4000t)보다 5.8% 감소한 4433만6000t(6위)에 머물렀다. 첸나이항의 1단계 컨테이너 터미널인 첸나이 컨테이너 터미널(CCT)은 두바이포트월드(DPW)의 인도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 3위는 콜카타항이다. 이 기간 콜카타항의 누적 컨테이너 물동량은 50만2000TEU로 전년 동기의 44만6000TEU에 견줘 12.6%나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콜카타항의 누적 총물동량은 3240만2000t(7위)으로 3672만5000t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11.8% 줄었다. 후글리강 하구에서 약 130㎞ 떨어진 상류 공업지대 중심에 위치한 콜카타항은 외양선 출입이 가능하다. 황마, 차, 피혁, 고무 등의 제품이 콜카타항을 통해 대량 수출되고 있다.
글.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