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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아드리아해 물류허브 꿈꾼다

축구 강국으로 이름난 크로아티아가 물류 강국을 목표로 닻을 올렸다. 1989119일 베를린 장벽 붕괴 뒤 동유럽을 휩쓴 자유화 물결을 타고 1991625일 옛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연방공화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크로아티아는 유럽 남동부 발칸반도에 위치한 공화국이다. 독립 과정에서 세르비아계와 치열한 내전의 아픔을 겪었던 이 나라는 해운 물동량 처리 능력을 크게 늘리기 위해 핵심 항만을 새로 단장하고, 철도망을 현대화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28번째 EU 회원국

크로아티아는 옛 유고 6개 공화국 가운데 공업이 발달한 곳이었다. 슬로베니아와 함께 옛 유고의 제조업을 이끌었던 크로아티아에선 특히 조선업이 성했다.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 마주 보고 있는 지리적 여건 덕분이다. 그러나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이어진 내전으로 주요 산업시설이 파괴되고 말았다. 게다가 한국·중국·일본이 전세계 선박 건조 물량을 거의 독식하면서 크로아티아의 조선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았고, 구조조정을 거쳐야 했다.

내전을 겪으며 산업기반을 잃게 된 크로아티아는 관광산업 덕분에 경제가 되살아났다. 1990년대 말 발칸반도를 휩쓴 코소보사태의 영향으로 한때 경제가 악화됐으나, 천혜의 관광지로 꼽히는 아드리아해안을 중심으로 관광산업을 육성해 한동안 호황을 맛봤다. 아드리아해안에 펼쳐진 달마티아 해안평야는 여름에 서늘하고 겨울에 포근한 지중해성 기후여서 이름난 관광지가 즐비하다. 이 해안평야 연안에는 1000여개 섬이 길게 늘어서 있어 볼거리도 빼어나다.

뛰어난 자연환경을 덕분에 호황을 누린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에 치중해온 크로아티아 경제는 2007년 시작된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직후인 2008년 크로아티아의 실업률은 12.2%를 기록했다. 관광산업 외에 특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지 못했던 탓이다. 이후에도 크로아티아 경제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엔 경제상황은 건국 이후 최악이란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말 조사한 크로아티아 실업률은 19.6%에 달했을 정도다.

그럼에도 크로아티아는 옛 유고 6개 공화국 가운데 슬로베니아에 이어 두 번째로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다. 지난해 크로아티아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13999달러로 세계 51, 슬로베니아는 23184달러로 세계 35(한국 23679달러, 세계 34)였다. 게다가 크로아티아 경제는 새로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맞았다. 지난 71(현지시각)부터 28번째 유럽연합(EU)의 회원국이 된 것이다.

옛 유고 공화국 가운데 EU 가입은 200451일 가입한 슬로베니아에 이어 크로아티아가 두 번째다. 크로아티아는 오래 전부터 EU 가입을 추진해왔다. 이미 200110EU 가입 전단계인 안정제휴협정을 맺었으며, 20032EU 가입 신청서를 냈다. 20046월엔 유럽연합 가입 후보국이 됐고, 이듬해 2월 외교부의 공식 이름을 외교유럽통합부로 바꾸었다. 결국 지난해 122EU 가입 찬반 국민투표 결과 크로아티아 국민의 66.5% 찬성하면서, 사실상 EU 가입이 결정됐다.

물류산업 인프라 정비

지난 6월 도이치뱅크의 크로아티아 경제 현황 분석을 보면, EU와의 통합을 위해 크로아티아는 여러 가지 정치·경제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아직도 크로아티아 경제는 불황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기위기와 내수 감소란 두 가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실질 국내총생산(GDP)가 전혀 성장하지 않은 몇몇 국가 가운데 하나인 국가 부채 수준은 무려 전체 GDP60%에 달한다.

도이치뱅크는 크로아티아가 유로존 경제 위기에 고스란히 노출된 상황이라고 짚었다. 크로아티아는 현재 EU 블록 내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달하고, 그중 20%는 이탈리아에 국한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올해 크로아티아의 실질 GDP 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내년부터 서서히 개선될 것으로 도이치뱅크는 내다봤다.

이처럼 최근 크로아티아의 경제상황은 어두운 편이지만, EU 가입을 계기로 장밋빛 미래가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EU 가입은 효자 산업으로 꼽히는 관광뿐 아니라 에너지, 물류 등 다른 산업에도 적지 않은 호재가 될 전망이다. 특히 물류산업 발전의 호기를 맞은 것으로 보인다. 아드리아해를 거쳐 남동부 유럽 여러 나라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는 아드리아해를 통해 남동부 유럽 지역에서 생산된 물자를 수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 정부도 물류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EU 가입에 앞서 크로아티아 정부는 관광산업 인프라 정비, 대규모 발전소 건설과 함께 항만 개발, 철도망 현대화, 고속도로망 정비 등 물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지정학적 가치를 최대한 살려서 남동부 유럽의 물류거점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뒷받침하는 투자 계획들이다.

리예카항 개발 새출발

물류강국을 향한 크로아티아 정부의 투자 계획들 가운데 해운 분야에선 리예카항 개발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크로아티아 서부 아드리아해 연안에 자리한 리예카는 수도인 자그레브, 남부 해안도시 스플리트에 이어 크로아티아에서 세 번째 큰 도시다. 스플리트와 함께 크로아티아의 핵심 무역항인 리예카는 우리나라로 치면 인천과 같은 곳이다. 자그레브를 중심으로 동서로 길게 뻗어 있는 크로아티아 국토에서 동서 중심에 자리한 덕분에 해상 및 육상 교통의 요지로도 꼽힌다.

코트라 자그레브무역관의 보고를 종합하면, 1913년께 약 210t의 화물을 처리한 리예카항은 유럽 10대 항구에 포함됐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1990년대 유고내전을 겪으면서 그 지위를 잃고 말았다. 그러나 아드리아해를 활용한 물류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크로아티아 정부는 2000년대 들어 리예카항을 아드리아해의 관문으로 개발해왔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월드뱅크의 융자를 받아 2003년부터 리예카항 개발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리예카항을 스페인 바르셀로나 또는 미국 볼티모어처럼 대형 무역항으로 개발하기 위한 이 프로젝트 내용은 대형 화물 처리 장비 도입, 우회도로 및 연결도로 개설, 교량 재보수, 대형선박이 접안 가능한 부두 확장, 현대적 컨테이너 터미널 및 화물 터미널 건설 등이다. 이에 앞서 한국은 2000년대 초반 리예카항에 필요한 국산 화물처리 장비를 지원한 바 있다.

그러나 리예카항은 아드리아해의 주요 경쟁 항만인 슬로베니아 코퍼항과 이탈리아 트리에스테항을 따라잡지 못했다. 지난해 리예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52000TEU, 2008168000TEU보다 약 10%나 줄었다. 반면 코퍼항은 45TEU, 트리에스테항은 50TEU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올 상반기 크로아티아 정부는 리예카항을 중심으로 항만과 철도시설을 선진화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해운-육상교통망 연계 핵심

크로아티아 정부는 항만 및 철도시설 선진화 정책에 앞서 리예카항 자그레브 부두(Zagreb Pier)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이 프로젝트에 따라 (세계은행의 지원을 받아) 총 연장 400m의 부두가 건설되면, 리예카항 컨테이너 처리 능력은 15TEU에서 50TEU로 늘어나게 된다. 리예카항의 컨테이너 처리 능력이 확충될 경우 코퍼항과 트리에스테항과 물량 확보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크로아티아 정부는 기대하는 눈치다. 리예카항은 코퍼항과 트리에스테항보다 수심이 깊어, 18000TEU급 초대형 선박도 입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크로아티아 정부가 새로 선보인 항만 및 철도시설 선진화 정책의 핵심은 리예카항과 유기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육상교통망 구축이다. 자그레브 부두 개발과 동시에 리예카항과 연결되는 철도를 현대화하고 고속도로를 연결망을 갖추어 물류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이 정책은 리예카항에서 남동부 유럽 주요 도시와 연결되는 철도가 부실한 탓에 크로아티아 물류산업 발전이 더디다는 물류업계의 지적에서 마련됐다.

자그레브무역관의 629일자 해외시장정보를 보면, 글로벌 물류회사들의 크로아티아 철도 이용률은 극히 낮은 형편이다. 철도 시설 노후화와 인접한 나라들로 이어지는 철도망이 부족한 게 첫 번째 이유다. 크로아티아를 포함한 옛 유고 지역의 제조업 기반이 허술하고 시장규모가 작다는 점은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크로아티아의 트럭 물동량이 저조한 이유이기도 하다.

크로아티아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400m 길이의 자그레브 부두 건설에 이어 2차로 280m 길이의 부두를 개발하기로 했다. 또 화물 운송이 쉽도록 부두 안에 철도와 고속도로 연결망을 별도로 갖출 예정이다. 크로아티아 정부의 계획은 오는 9월 말 입찰을 시작해 내년 중순부터 공사를 시작하고, 2017년까지 400m 길이의 1단계 부두 건설을 마치겠다는 것이다. 2019년까지 2단계 부두 건설이 완료되면 육상수송망과 연결된 리예카항의 새로운 부두 길이는 680m가되고 컨테이너 물동량도 60TEU로 늘어난다.

철도망 현대화 프로젝트

리예카항 정비와 함께 크로아티아 물류산업 도약의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게 철도망 현대화·신설 프로젝트다. 20136월 말 현재 크로아티아 철도망의 총 길이는 2722뿐이다. 이 가운데 90%2468가 단선이고, 복선은 254에 불과하다. 전철화 비중도 36%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크로아티아 철도망은 대부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거나, 옛 유고 시절 건설됐다. 노후화가 심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 동안 철도망에 대한 개선이 진행됐지만 선진국 수준엔 턱 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앞서 설명했듯 철도망 노후화는 리예카항 성장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때문에 크로아티아 정부는 철도망 현대화를 물류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국가적인 프로젝트로 추진 중이다. 철도망 현대화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는 헝가리 국경지역인 보토보부터 수도 자그레브를 거쳐 리예카항을 잇는 복선철로를 새로 깔아 시속 160이상 빠른 속도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크로아티아 정부는 자체 자금과 EU 펀드 등을 합쳐 총 38억 유로(자그레브리예카 구간 20억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헝가리 국경부터 리예카항까지 크로아티아 국토를 횡단하는 총 연장 328의 복선 철도뿐 아니라 크로아티아 정부는 슬로베니아와 세르비아 국경으로 연결되는 철도망도 정비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U 가입 후 지정학적 가치를 최대한 활용해 남동부 유럽의 물류거점으로 거듭나기 위함이다.

한국기업에 새로운 기회

크로아티아의 28번째 EU 회원국 가입은 당장 크로아티아 경제 발전에 득보다 실이 될 것이란 주장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득이 될 거란 전망이 우세하다. 크로아티아 경제가 발전하면 한국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크로아티아 정부의 계획대로 물류 인프라가 갖춰졌을 때 크로아티아는 한국 물류업계로부터 효자 나라란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리예카항 개발이나 철도망 현대화에 필요한 국산 물자를 실어 나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자그레브무역관은 컨테이너 환적장비와 기타 기자재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기술력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바, (항만개발 프로젝트는 지분 참여 등) 진출 가능성이 유망한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자그레브무역관은 또 철도망 현대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련 장비에 대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해도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내놨다.

특히 리예카항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돼 리예카항이 아드리아해의 관문으로 성장할 경우 한국의 수출업체들에게 큰 득이 된다. 리예카항은 EU 지역 수출을 위해 주로 이용하던 네덜란드 로테르담이나 독일 함부르크항보다 부산항에서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4~7일 빨리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체들에게도 남동부 유럽행 새 항로 개설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국내 수출업계와 해운업계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자그레브무역관은 강조했다.

자그레브무역관에 따르면, 한국은 2000년대 중반 리예카항 투자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추진했으나 투자로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하지만 수출입은행 경제개발협력자금(EDCF)을 통해 2000년대 초 리예카항에 타워크레인을 지원한 덕분에 기술력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따라서 현지 업계와 적극적인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진출을 추진하면 빠른 시간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다. 자그레브무역관은 그러나 항만운영, 소프트웨어 개발, 물류 및 공급망 관리 등 관련업계가 뜻을 모아 컨소시엄을 꾸려서 진출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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