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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유럽의 관문, 로테르담항

풍차와 튤립으로 유명한 네덜란드는 인구 1700만명의 작은 나라다. 국토 면적은 남한(9만9720㎢)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만1543㎢에 불과하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17세기 영국에 앞서 세계 제일의 해양강국으로 이름을 떨쳤다. 네덜란드의 주요 항구인 암스테르담과 로테르담을 찾으면 해양강국의 전통을 간직한 해양박물관을 볼 수 있다. 특히 로테르담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유럽 제일의 항구이기도 하다.

물류·무역의 중심축
런던, 안트베르펜, 브레멘, 함부르크 등과 함께 로테르담항은 북해 연안의 주요 항구로 꼽힌다. 물류 등 서비스업 비중이 가장 높은 네덜란드에서, 북유럽 내륙까지 연결이 가능한 로테르담항은 네덜란드 물류산업을 떠받치는 중요한 기둥 구실을 하고 있다. 로테르담항은 네덜란드뿐 아니라 독일, 벨기에, 프랑스, 스위스 등과 연결되는 유럽 최대의 무역항이자 물류 허브다.
로테르담항은 마스강 입구에 자리한 덕에 내륙 운하로 유럽의 중심부까지 연결이 가능하다. 특히 접근하기 쉽고 수심도 충분해 북서부 유럽의 항만 가운데 대형 선박 접안에 제한이 없는 유일한 항구가 로테르담항이다. 게다가 도로, 철도, 수로, 송유관 등이 유럽 주요 도시들과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다. 유럽 어느 곳이라도 이틀 안에 육로운송이 가능할 정도다.
로테르담항에서 시작되는 철도망의 길이는 23만㎞에 이른다. 이를 통해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등의 200여개 도시와 바로 연결된다. 마스강을 따라 올라가는 바지선을 이용하면 라인강을 거쳐 독일 내륙지역과 스위스까지 물자를 운송할 수 있다. 이 수로는 갑문이 없어도 이용 가능하다. 수로를 활용해도 운송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로테르담항에서 하역된 원유는 송유관을 통해 벨기에 엔트워프와 독일 겔젠키르헨 등으로 보내진다. 원유뿐 아니라 광석, 석탄, 과일, 벌크 건화물 따위의 다양한 물자가 로테르담항의 전문 항만시설에서 처리된 뒤 유럽 각지로 운송된다. 이는 물류를 국가기간산업으로 정한 네덜란드 정부가 송유관 건설 같은 물류 인프라 구축은 물론 각종 제도를 정비한 덕분이란 평가다.

화물 처리실적과 항만 시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연간 약 3만3700척의 선박이 기항하는 로테르담항의 지난해 화물 처리실적은 약 4억5천만t이다. 이 가운데 건화물 처리실적은 7810만3000t으로 전년 대비 10.6%나 줄었다. 지난해 흉작에 따른 미국산 농작물의 가격 상승으로 곡물화물이 18.4%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반면 액체화물 처리실적은 2억1421만3000t(로테르담항 총물동량의 48.5%)으로 전년대비 7.9% 늘었다.
로테르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2%의 증가율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인해 2009년 컨테이너 물동량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1000만TEU를 밑돌았지만, 2010년 1060만TEU를 처리하며 성장세를 회복했다. 지난해는 전년(1187만7000TEU) 에 견줘 소폭 감소한 1186만6000TEU를 기록했다. 세계 11위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다.
최대 수심이 19.6m인 로테르담항 부두의 전체 길이는 40㎞, 면적은 1250만㎡에 달한다. 화물 터미널은 총 6개로 이루어졌다.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선석은 18개. 로테르담항 라인 지역에서 시작되는 지름 24인치 정유 파이프라인은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연결된다. 이를 통해 연간 2000만t의 원유가 독일로 보내진다.
로테르담항에선 외해 쪽을 매립한 뒤, 대규모 항만시설과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마스블락테(Maasvlakte)2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새로운 항만과 부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다. 마스강을 따라 흘러내려온 토사를 준설해 약 20m나 되는 해역을 매립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로테르담의 미래 마스블락테2
로테르담항 가장 서쪽에 위치한 마스블락테2는 약 1,000만㎡에 달하는 바다를 매립한 것이다. 2008년 첫 삽을 뜬 이 프로젝트는 2033년 완공이 목표다. 마스블락테2는 대형 컨테이너선이 컨테이너를 야적하고 분배하는 공간으로 사용된다. 새로운 산업용 부지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마스블락테2(Maasvlakte2) 지역의 철도노선
마스블락테2는 이미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을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새로운 철도 노선이 건설됐다. 터미널과 연결된 철도를 통해 유럽의 주요 국가들로 컨테이너를 수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스블락테2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철도 수송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용 철도터미널로 건설된 게 특징이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로테르담항만공사는 향후 20년 동안 컨테이너 물동량이 큰 폭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마스블락테2처럼 유럽 최대의 컨테이너 항만이란 자리를 지키기 위한 개발 계획을 세웠다. 계획에는 배후 교통망을 확충하고 하역 시스템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구체적으로 지난해부터 마스블락테2 지역에 컨테이너 터미널을 짓고 있다. 새 컨테이너 터미널은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고 소음과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적은 친환경 터미널로 내년부터 운영할 예정이다. 이밖에 로테르담항만공사는 러시아와 네덜란드 합작투자사인 스탄다트(Shtandart TT)사와 새로운 유류터미널 건설을 추진 중이다.

배후단지와 석유화학클러스터
독일 프랑크푸르트까지 이어지는 정유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로테르담항는 세계 최고의 오일 허브 항만으로 꼽힌다. 이를 토대로 로테르담항은 대규모 석유화학 클러스터 근거지를 제공하고 있다. 로테르담항의 전체 부지 가운데 석유·화학 산업이 약 41%를 차지할 만큼 석유화학은 로테르담의 핵심 산업이다.
현재 쉘, BP, 엑손모빌 등 5개의 대형 정유업체가 로테르담항에 입주해 있다.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업체와 바이오연료 플랜트, 저장탱크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석유화학 클러스터를 형성한 상태다. 로테르담항의 석유화학 클러스터 구축은 1903년 석유정제시설이 들어선 이후 석유화학기업을 위한 배후부지를 비롯해 탱크시설과 석유화학산업에 필요한 노동력을 꾸준히 제공해왔기에 가능했다.
로테르담항에서 처리하는 물동량의 약 절반을 원유, 석유제품, 액체화학 제품 등이 차지한다. 원유는 대부분 마스블락테에서 하역된 뒤 송유관을 거쳐 독일 등지나 저유소로 보내진다. 대형 정유업체를 포함해 20개가 넘는 다국적 기업이 석유화학 클러스터에 진출해 있으며 전체 액체 벌크 화물 가운데 1/3이 송유관을 통해 운송된다.
로테르담항만공사는 원유와 석유제품 거래 및 저장 기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유류터미널인 TEW(Terminal Europort West)를 건설하고, 기존 터미널도 확장할 계획이다. TEW 건설에서 로테르담항만공사는 바지선 부두, 탱커선 정박시설 등 하부시설을 맡았다. 스탄다트는 터미널과 탱크, 상부시설을 건설할 예정이다. 로테르담항 유로포트 서쪽 미개발지역 2곳에 건설될 TEW의 예상 저장능력은 320만m². TEW는 러시아에서 생산한 우랄원유를 주로 처리하는 개방형 허브터미널로 운영될 예정이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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