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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동북아 물류허브 기대되는 두만강유역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시아의 교역 중심지로 개발하려는 계획이 처음 수립된 지 20년이 훌쩍 넘었다.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이 참여한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의 목적은 지역 경제 발전을 앞당기고 지역(국가) 간 협력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두만강 유역은 해운과 철도·도로망을 결합한 수송 인프라 구축이 가능해 동북아의 물류 중심지 구실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TRADP, 시작은 거창했으나
동북아 교역 활성화를 위한 두만강 유역 개발 계획이 첫 발을 뗀 시기는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엔개발계획(UNDP)의 지역협력 프로그램인 두만강지역개발계획(TRADP·Tumen River Area Development Project)이 1992년 시작된 것이다. TRADP는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의 물류와 교통의 중심지이자, 생산기지,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UNDP가 두만강에 주목한 이유는 두만강이 동북아의 교역 중심지로 천혜의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두만강은 우리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 남동쪽 대연지봉 기슭에서 발원해 북한과 중국·러시아 국경을 이루면서 동해로 흘러든다. 북한·중국·러시아 3개국뿐 아니라 두만강은 한국을 비롯해 몽골, 일본과도 가깝다. 이처럼 두만강 유역은 동북아 핵심 국가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요지인 셈이다.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몽골 5개국이 참여해 1992년 시작된 TRADP는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남상욱 전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 서울투자진흥사무소 대표는 2008년 국내 언론을 통해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사업대상지역인 중국의 훈춘, 북한 라선(나진·선봉경제특구), 러시아 하산 등의 기본 인프라가 열악하여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다, 북한에 대한 국제신뢰가 저조했고, 중국 중앙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은 상하이, 광저우 등 연해지방이 블랙홀처럼 외자를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일본 경우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가 미해결이고, 중국 동북지방이 일제의 침략전쟁 피해로 반일감정이 높아서 동참을 주저하였다.”

GTI, 장밋빛 미래인가

TRADP는 그러나 2005년 9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Greater Tumen Initiative)으로 바뀌었다. GTI는 TRADP를 확장한 프로젝트다. TRADP 사업대상은 두만강 유역에 한정됐지만, GTI는 두만강 유역뿐 아니라 중국의 동북3성(헤이룽장 성, 지린 성, 랴오닝 성)과 내몽골, 러시아의 연해주 일대, 몽골의 동부지역, 북한의 나진·선봉경제특구, 한국의 동해안을 포함한다.
GTI는 TRADP보다 실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받는다. TRADP에 참여했던 북한이 2009년 11월 GTI에서 탈퇴함으로써 교통·물류 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으나 해마다 총회가 열리는 등 동아시아 경제협의체 구실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GTI는 현재 한국·중국·러시아·몽골 4개국의 차관협의체로 운영되는데, 일본이 옵서버로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월 9~12일 강원도 강릉에선 ‘GTI 국제무역투자박람회’가 처음 열렸다. 4개 회원국을 포함해 일본, 카자흐스탄 등 10여 개국 기업들이 참가한 이번 박람회 주제는 ‘신동북아시대 협력·상생·발전’이었다. 강원도는 앞으로 매년 GTI 박람회를 열기로 했다. 박람회와 함께 열렸던 GTI 국제협력포럼에선 GTI를 장관이나 총리급 협의체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주장 등이 제기됐다. 이에 앞서 탈퇴한 북한의 복귀와 옵서버국인 일본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두만강 유역을 동북아의 교통과 물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한 주변국들의 계획은 2000년대부터 앞 다투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동북3성 진흥계획’, 러시아의 ‘2008년~2013년 극동·자바이칼 지역 경제·사회개발 연방 특별 프로그램’, 북한의 나진·선봉경제특구 개발 등이 그것이다. 이를 통해 두만강 유역의 항만·철도·도로 개발 및 현대화 등 물류 인프라가 크게 확충될 전망이다.

GTR 횡단 수송회랑 조사 결과
일본 환일본해경제연구소(ERINA)가 지난 5월 펴낸 <에리나 리포트>는 ‘동북아시아 수송 회랑의 현황과 전망’을 특집으로 다루었다. 에리나는 동북아경제연구원으로도 불리는데 한국, 북한, 일본,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와 외교 상황을 주로 연구하는 민간 싱크탱크다. 니가타·아오모리·이와테·후쿠시마·군마·이시가와 현 등 일본 지방자치단체와 민간기업들이 1993년 10월 설립한 에리나는 경제회의 등을 열면서 동북아 국가들과 교류하고 있다.
<에리나 리포트>에 실린 ‘동북아시아 수송 회랑의 현황과 전망’은 지난해 GTI 광역두만강 지역(GTR·Greater Tumen Region)을 횡단하는 6개 수송 회랑의 인프라와 국경통과 절차를 조사한 뒤 그 현황과 전망을 제시한 보고서다. 보고서는 조사 결과 수송 회랑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한계와 제약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수송 회랑의 모든 요소에서 물리적인 제약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를 보면 GTR 횡단 6개 수송 회랑은 도로와 철도의 미접속 구간은 물론 궤도 간 차이, 교량 미정비, 열악한 수송 조건과 혼잡 구간, 국경 검문소의 능력 부족 등의 문제가 존재했다. 이에 따라 GTI 회원국들이 지지부진했던 과거 TRADP 경험을 토대로 전략적 계획 세우는 게 긴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결국 GTI 회원국 사이에 완전하게 접속된 통합 수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양호한 규제 환경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인가에 따라 GTR 수송 회랑의 성패가 좌우된다는 것이다. 즉 6개 수송 회랑의 국경 통과 지점에서 이루어지는 무역량을 높이려면, 하루 빨리 수송망이 끊기는 문제를 해결하고 국경 통과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가별 수송 회랑 현황과 전망

중국
6개 GTR 수송 회랑 중 4개가 중국을 통과하고 있다. GRT이 지나가는 동북3성과 내몽골자치구의 총면적은 199만㎢이며, 인구는 1억3400만명에 달한다. 이들 4개 성·구의 2010년 GDP(국내총생산)는 4조9170억 위안으로, 중국 전체 GDP의 12.3%를 차지했다. 최근 이 지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 결과다.
2006∼2008년 4개 성·구의 무역액은 크게 늘었다. 2009년까지 무역 증가율은 연평균 30% 이상인 헤이룽장성이 가장 높다. 4개 성·구 가운데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은 수출이 수입을 크게 앞서지만 지린성과 내몽골자치구는 양상이 다르다.
중국 내 GRT 지역과 동북아 국가들 사이의 무역은 헤이룽장성의 경우 러시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지린성과 랴오닝성의 주요 무역 상대국은 일본이다. 2009년 기준으로 일본은 지린성 무역총액의 약 20%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의 주요 컨테이너 항만은 다롄항과 잉커우항. 두 항만의 컨테이너 취급량은 각각 526만TEU와 334만TEU이며, 일본 항로가 약 90만TEU, 한국 항로가 70만TEU다.
2010년 말 현재 중국 동북 지방의 고속도로 연장은 6900㎞에 이른다. 특히 랴오닝성의 고속도로 밀도가 가장 높다. 철도 연장은 1만6885.6에 달한다. 중국 내 4개 GTR 수송 회랑 가운데 쑤이펀강 수송 회랑과 다롄 수송 회랑의 철도 인프라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다.
중국은 몽골, 러시아, 북한과 각각 2국 간 도로수송 협정을 맺었다. 러시아와는 자르비노항과 포세트항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고, 북한과도 나진항과 청진항 이용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중국은 또 총 6개의 도로 수송에 관한 협정과 총 10건의 수로 수송에 관한 협정을 러시아와 맺었다. 그밖에 몽골과 2건의 도로 수송에 관한 협정을, 북한과는 총 2건의 도로 수송에 관한 협정과 총 10건의 수로 수송에 관한 협정을 체결했다.
하지만 중국 내 GTR 수송 회랑의 일부 구간은 도로 등급이 낮다는 점이 문제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는 철도궤도가 다른 탓에 적재 교환 비용이 40∼50% 증가한다. 따라서 철도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복잡한 세관업무 절차, 검사요원 부족, 도로운행 차량이나 적재 기준의 차이 등도 원활한 수송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과 몽골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화물 수송량은 9년 연속 늘어났다. 특히 수출입 화물과 환적 화물 수송량이 많은 부산항은 컨테이터 물동량 기준 세계 항만 순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동북아의 국제 교통·물류 시스템이 아시아하이웨이(AH), 아시아 횡단철도 네트워크, 중국·러시아·일본의 간선 철도망 등으로 구성된 가운데 남한과 북한의 수송 인프라 프로젝트는 동북아의 불연속 공간을 해소하고 남북 경제공동체를 구축하는 사명을 가지고 있다. 에리나 보고서는 한국의 미래 비전 실현을 위해 폐쇄적 콘셉트가 아니라 개방적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공간적 개발을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몽골은 아시아에서 7번째로 큰 국토를 가졌다. 세계 최대의 내륙국이기도 하다. 바다와 접한 항구가 없기 때문에 해운을 통한 대외 무역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육상 수송 네트워크와 두만강을 활용한 해운을 결합할 필요가 있다.
광물 자원이 풍부한 몽골은 두만강 중심의 동북아 수송 네트워크 발전은 세계로부터 고립된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는 몽골 입장에서 해항 또는 물류 관문으로의 교통망 개선이 대외 무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다.

러시아와 일본
GRT 수송 회랑의 화물 수송량은 러시아 극동지역의 대외 무역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특히 GTR 회랑의 육상 수송망 가운데 SLB(시베리아 랜드브리지)는 최대 대륙간 루트로 손꼽힌다. 바이칼-아무르 철도와 검토 중인 모든 GTR 회랑이 이 루트로 접근하게 된다. 그밖의 대륙간 육상 수송 루트는 모두 GRT 지역 밖에서 중앙아시아를 경유하고 있다.
대륙간 화물은 수에즈 운하 등을 거쳐 해상 루트에서도 수송된다. 훗카이도 루트 등 태평양을 통해 많은 해상 수송 항로가 운항되고 있다. GTI의 목적 가장 중요한 목적이 GRT 해항을 경유하는 지역 관통 수송 루트의 지원인 이유다. 러시아도 지난해 10월 GTI 13차 총회가 열렸던 블라디보스톡처럼 GTR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GTR 항만에는 러시아 동부뿐 아니라 중국 북부 항만과 한반도 동해안 항만 등이 포함된다.
일본은 몽골과 반대로 섬나라여서 국제 육상수송 관련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다. 일본과 동북아 국가들과의 해상 수송 화물량은 전체적으로 증가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국가별, 수출입별로 다양한 요인에 의해 증감이 있다. 일본과 러시아 연해 지방 사이의 컨테이너 항로 수요 일수는 일반적으로 1일∼2일 정도다. 다만 부산항을 거칠 경우 큰 폭으로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본 정부는 동해 쪽에 19개 거점항과 4개 거점화 형성 촉진항을 선정했다. 거점성을 높이는 움직임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니가타현과 돗토리현에선 컨테이너 수송을 중심으로 연해 항만을 거쳐 육해 복합 일관 수송을 실시 중인데, 앞으로 비용을 낮추어야 한다. 일본은 또 항만에 이르는 도로와 철도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을 실시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항만의 컨테이너 취급 능력 향상도 추진 중이다.



글. 이주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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