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상 운송은 계속해서 친환경적으로 진화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선박에서 배출되는 유해가스뿐만 아니라 새로운 오염물질에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선박평형수(Ballast Water)'이다. 선박평형수는 선박에 실린 짐의 무게에 따라 선박의 무게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선박에 의도적으로 주입하거나 배출하는 물로 이것이 생태계를 교란시켜 환경을 파괴할 가능성이 있고 실제로 많은 피해를 주기도 하였다. 이를 막기 위해 현재 선박평형수에 대한 규제가 국제적으로 논의 중이며 곧 강도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협약이 비준될 예정이여서 각국의 준비가 한창이다. 바야흐로 선박에도 정수기가 필요한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선박평형수? ‘선박평형수(Ballast Water)'란 무엇인가? 선박평형수라는 용어는 일반인들에게 그다지 생소한 개념이지만 선박평형수는 선박의 운항에 있어 매우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이다. 선박이 안전하게 항해를 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선체가 물속에 잠겨야 한다. 이를 ’홀수선‘이라고 하는데 전통적으로는 선박의 무게중심을 낮춰 이 홀수선을 유지하기위해 모래, 납 등 고체를 선박 하부에 적재하는 방법을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배출이 용이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 대부분의 선박은 물을 평형재료로 사용하고 있다. 이 물을 ’선박평형수‘라 부른다. 그런데 모든 선박은 안전을 위하여 적재할 수 있는 총중량이 제한되어있기 때문에 화물 또는 여객의 적재여부에 따라 선박평형수의 양을 조절해야한다. 선박에 아무 것도 적재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선체의 무게가 너무 가벼워 배 뒤쪽의 추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면 선박조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때에는 선박평형수를 주입하여 선체를 물에 가라앉게 해서 적정 홀수선을 확보해야하는 것이다. 이처럼 선박평형수는 선체의 무게를 적정수준에 맞추는 역할을 수행하여 운항중 선박의 안전을 유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생태계의 위협 선박평형수
선박평형수의 배출이나 주입은 대부분 화물이나 여객이 타고 내리는 항만이나 부근 해역에서 이루어진다. 선박에 설치되어 있는 선박평형수 탱크의 용량은 선박의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경우는 10만 톤을 넘기도 한다. 이 때 해양생물도 같이 주입·배출되는데 IMO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약 50억 톤의 바닷물이 다른 나라로 평형수에 의해 옮겨지고, 7000여종의 해양생물이 함께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여기서 특히 주의할 점이 있는데 선박평형수를 선박의 펌프를 이용하여 주입하거나 배출할 때 물에 포함된 수중생물들도 함께 주입·배출된다는 것인데, 이 때 주입된 선박의 물과 수중생물은 선박의 운항에 따라 장거리를 이동한 후 배출된다. 대부분의 생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지만 일부는 살아남아 기존의 생태계를 교란시키거나 파괴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1990년대 유럽종인 얼룩무늬 담치가 미국 오대호에 집단으로 번식하여 연간 약 5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혀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것과 호주에서 검은줄무늬 담치로 인해 약 2억 달러 규모의 진주양식 산업의 큰 피해를 유발한 것이 있다. 또한 대한민국도 예외가 아닌데 지중해에서 유입된 외래종 ‘지중해담치’가 고유종인 홍합의 서식을 방해한다는 연구보고서가 있다.
선박평형수 규제 현황
선박평형수로 인한 생태계 교란은 막심한 피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여러 국가들은 자국의 입법을 통하여 항만 내에서는 선박평형수의 교환을 제한하거나 입항 전 수심이 깊은 곳에서 미리 교환하도록 강력히 규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1. 미국
미국은 외래수중혐오생물방지 및 제어에 관한 법률을 1990년대에 제정하여 해양경비대를 선박평형수 정책관리 기관으로 지정하였다. 따라서 미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들어오는 모든 선박들은 선박평형수의 관리에 대해 의무적으로 보고해야하며 입항 전 오대호나 허드슨강 상류로 들어오는 경우 미국의 EEZ 밖의 수심 200미터 이상인 곳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해야한다. 또 작년(2012)에는 더욱더 강화된 선박평형수 관련 법안을 발표하였다(USCG BWM FINAL ACT). 미국은 이 법안을 통해 선박평형수관리장치(Ballast Water Management System, BWMS) 탑재규정에 관련된 최종 발표하였으며 이는 작년 6월부터 발효되었다. 이로 인해 금년 12월 이후에 건조되는 선박들은 선박평형수 용량에 관계없이 선박 인도 시 IMO 선박평형수 관리 협약의 관리 장치 요건의 배출기준을 만족하는 평형수 관리 장치를 본선에 반드시 탑재해야한다.
2. 호주
호주는 전 세계 600개 이상의 항만에서 연간 11,000척 이상의 선박이 입항하고 있으며, 이들 선박으로부터 매년 약 1억 5천만 톤의 선박평형수가 호주 해역에 유입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호주는 자발적으로 선박평형수 관리지침을 시행하였다. 특히 호주는 자국 영해 밖에서 주입한 모든 해수는 고위험군으로 분류하여 호주 영해 내에서 배출을 금지하고 입항선박들은 호주 검역청에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3. 캐나다
캐나다는 오대호 관리에 있어 미국과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일찍부터 선박평형수에 대한 관리를 시행하였다. 오대호 입항 선박에 대해 미국의 해안경비대의 선박평형수 관리규정을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였으며 2006년에는 ‘선박평형수 통제 및 관리규정’을 제정하여 대륙횡단을 하는 선박은 캐나다 영해에 들어오기 전 육지로부터 200마일 떨어져 수심이 2,000미터 이상인 곳에서 선박평형수를 교환하도록 하였다.
IMO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발효를 눈앞에 하지만 해양 환경오염관련 규제의 경우 몇몇 국가만의 규제로는 효과를 얻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규제보다 국제적인 협력이 중요하며 이러한 인식은 캐나다가 국제해사기구의 해양보호위원회(MPEC)에 선박평형수에 포함된 외래생물종의 악영향에 대해 처음으로 보고하면서 국제해사기구(IMO)에서 선박평형수에 관한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 결과 2004년 2월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및 4개의 결의서를 채택하여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시스템이나 선박평형수교환시스템의 설치를 의무화 하였다. 또한 선박평형수 관리계획서 작성을 의무화 하고 있으며 선박평형수 배출시 이에 포함된 미생물의 개체 수 등 배출기준도 정하였고 협약발효 여부와 상관없이 2009년부터 적용된다고 규정하였다. 이 법안의 발효조건은 비준국가 수 30개국 이상, 이 국가들이 보유한 선박의 총톤 수 합계가 전 세계의 35% 이상이 된 후 12개월이 경과한 날부터이며 현재(2013.7월) 전 세계 선복량의 30%를 차지하는 37개국이 선박평형수 관리 법안을 비준한 상태이다. 현재 세계 해운업계는 이르면 2014년 상반기 늦어도 2015년 내에는 이 법안이 발효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법안이 발효될 경우 소급 적용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계 각국은 이미 협약이 비준되었다고 여기고 이에 따른 대비책을 예전부터 마련해왔다.
블루오션, 선박평형수처리설비
선박평형수의 환경오염에 대해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막기 위한 여러 가지 협약이 발표됨에 따라 선박평형수처리설비와 기술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였다. 특히 IMO의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이 비준되면 2017년에는 모든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설비의 설치가 의무화되기 때문에 2009년부터 2016년까지 국제적으로 건조 주문된 약 4만 척의 선박에 선박평형수처리설비의 설치가 예정되어있다. 이는 조선분야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시장의 경제성을 분석해보면 평균 선박 한 대당 설치비용이 약 4억 원 정도로 시장규모가 약 16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런데 이 선박평형수처리설비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IMO의 승인(기본승인, 최종승인) 및 자국 정부의 형식승인을 받아야 한다. 현재 선박평형수처리설비 관련 IMO의 최종승인을 받은 나라는 일본, 스웨덴, 그리고 대한민국을 포함하여 3개국 밖에 없다.
특히 우리나라 기업인 (주)테크로스의 약진이 돋보이는데 순수 자사 원천기술을 바탕으로 선박평형수처리설비인 ECS를 개발하였다. 이 설비는 2006년 세계최초로 IMO 기본승인을 획득하였고 2008년에는 최종승인과 국토해양부(전)의 형식승인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선박평형수처리장치 시장에 진출하였고 세계 최초로 방폭형 제품을 설치하거나 VLCC(Very Large Crude Carrier, 초대형 유조선)급 선박에도 자사 제품을 설치하여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이는 LDA, MSC등 세계 유수의 선사들이 자사 선박에 테크로스의 ECS를 설치하게 만들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올해 4월 30일 테크로스와 차세대 선박평형수처리설비를 개발하기 위해 테크로스와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하여 급변하는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글. 김문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