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해빙으로 인해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역사상 보기 드문
새로운 항로인‘ 북극항로’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북극항로 이용 시 아시아
에서 유럽을 갈 때 북극을 거쳐 최단거리로 항해 거리가 30%가량 줄어들게 되어
항해기간이 10일 정도 단축될 것이다.
해양 실크로드’ 북극항로의 완전한 개방이 가지고 올 물류대혁명에 대비하는
세계 각국의 노력을 살펴보자.
북극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버려진 지역이나 다름이 없었다. 북극(권)은 지구면적의 약 6%를 차지하며 해양 부분에 해당되는 북극해는 전 세계 해양의 약 3%를 차지하고 있는 매우 작은 지역인데다가 척박한 기후로 인해 매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허나 최근 이 버려진 땅이 엄청난 주목을 받고 있다. 막대한 자원 매장량으로 인한 경제적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지질조사국은 2008년 북극지방의 지질조사를 통해 발표한 북극보고서에서 세계 미개발 석유의 13%, 천연가스의 30%가 북극해에 저장되어있다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북극해에는 다량의 고부가 광물, 세계 수산자원의 37%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제적인 효과는 비단 막대한 천연자원뿐만이 아니다. 현재 세계 각국들이 복극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북극항로’이다. 지금까지 북극항로는 일반인을 비롯하여 아니라 해운관계자들에게도 그다지 친숙하지 않은 단어이다. 그러나 북극항로라는 개념이 최근에 생긴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북극항로는 대서양부터 태평양까지 러시아 북쪽 해안을 따르는 항로를 말한다. 그리고 북극항로는 다시 시베리아 항로인 북동항로와 캐나다 군도를 경유하는 북서항로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북극항로가 에너지 수요 증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빙,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왜 북극항로인가? 현재는 북극의 빙하와 유빙이 녹는 한여름에, 한 달도 되지 않는 짧은 기간 동안만 이용할 수 있어 지난해(2012) 이 북극해를 통과한 선박은 고작 46척, 화물운송량은 126만 톤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항로는 수에즈 운하를 반드시 통과하며 이 여정은 총 22,000km로 40일(로테르담-부산) 정도 걸리는 기나긴 여정이다. 하지만 계속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해빙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어 2020년에는 6개월 2030년에서 40년 사이에는 북극항로가 ‘완전한 개방’을 할 것이라는 것이 거의 정설로 굳어지고 있다. 그에 따라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된다면 거리가 15,000km로 줄어들게 되며 이로 인해 기간도 10일정도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이 효과는 대략 25~30%의 화물운송비용 절감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북극항로의 효과가 가지고 오는 파장은 세계 해운물류에 막대한 영향을 주어 현재 해운질서를 재편성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극해가 미래 물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되었고 이를 선점하기 위해서 세계 각국은 현재 북극에 대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소리는 없지만 어느 때보다 치열한 ‘북극 전투’에 러시아, 미국, 캐나다,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극해 연안국을 비롯하여 미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과 같은 동북아의 강국들까지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북극항로 개발의 열쇠국가 러시아
이 중에서 가장 적극적인 국가는 러시아이다. 러시아는 북극 연안국으로 북극해의 대부분이 러시아의 관할해역에 속해 있어 북극항로 개발의 핵심국가로 꼽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러시아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쇄빙선(33척)을 보유하고 있으며 추가로 13대를 건조할 예정이다. 이처럼 러시아는 많은 쇄빙선을 바탕으로 북극탐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2008년도부터는 북극항로를 개발하기 위한 3단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북동항로(북극항로에서 시베리아를 지나가는 항로)에 자국의 연안관할권이 미치는 것으로 간주하여 2005년부터 북해항로에 대한 쇄빙선 이용요율을 규정하였다. 그리고 이에 근거하여 타국의 선박들에게 쇄빙선 사용료를 포함한 높은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북극해는 연중 빙하로 덮여 있기 때문에 북극해 탐사와 개발을 위해서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러시아에 대해 미국, EU, 중국 등 북극항로 사용국들은 북극항로가 국제해협이라고 주장하며 북극항로 자유운항을 주장하고 있어 갈등을 겪고 있다. 게다가 캐나다 또한 북서항로 연안국으로서의 권한 주장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중이다.
20년 전부터 북극항로를 내다본 일본
이러한 북극 연안국가의 움직임에 대응하여 비 연안국가 중에서도 국제 해운과 세계 무역시장에 미치는 북극항로의 잠재력을 예전부터 바라본 나라가 일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일본은 북극연구의 중점을 북극항로의 개발과 운항을 위한 기술 개발·연구 및 협력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 할 수 있다. 그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일본은 러시아, 노르웨이와 함께 국제북극항로연구사업(INSROP)을 주도하여 북극항로를 현실화시켰으며 헌재까지 북극에 대한 꾸준한 탐사를 지속하고 있다.
슈퍼파워 중국 북극을 겨냥하다 일본에 이어서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북극해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비 연안국가는 바로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발전을 통해서 슈퍼파워로 부상하고 있지만 이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의 확보가 필수조건이다.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에너지 총량의 21.3%를 소비하고 있으며 석유의 수입의존도가 56%에 달하는 등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이 북극에 눈을 돌린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미래 자원 수급을 위한 대비로 북극만큼 매력적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북극항로가 완전히 열릴 경우 중국 입장에서는 상하이에서 출발하여 베링해를 통과해 북시베리아 해안을 거쳐 유럽까지 가는 북동항로를 이용할 수 있다. 이 경우 상하이~말라카해협~수에즈 운하를 거쳐 로테르담으로 가는 기존 항로에 비해 거리는 20% 운송기간은 8일 단축된다. 이뿐만 아니라 상하이를 출발하여 파나마 운하를 거쳐 뉴욕까지 가는 항로 또한 북서항로를 이용할 경우 기존 항로보다 20% 단축된다. 이처럼 북극항로를 이용하게 될 경우 회차 당 60만 달러 정도의 물류비용 감축이 예상되며 잦은 해적출몰로 골머리를 앓는 아덴만을 지나가지 않아도 되므로 이에 따른 해상운송보험료 절감까지 더할 경우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게다가 이 신항로는 아이슬란드를 비롯한 자원 부국의 자원을 실어 나르는 길이기도 하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정도가 해상으로 운송되는 것을 감안하면 북극항로 개척은 중국에게 실로 엄청난 ‘물류 대혁명’이다. 이러한 물류 대혁명을 위해서 중국은 '중극북극연구소(PRIC)', 국립해양청(SOA)이라는 별도 기관을 세워 북극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극지탐사용 쇄빙선인 Xuelong(雪龍)호를 운행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비 연안국가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북극외교에도 노력을 기울여 물리적 거리의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4월 원자바오 전 총리가 ‘북극 순방’을 통해서 아이슬란드, 스웨덴, 독일, 폴란드 등과 같이 북극위원회 관련국들을 방문했다. 이를 통해서 북극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는 중이다.
북극항로의 최대 수혜지 동북아
비 연안국가 중에서 중국과 일본이 북극항로 개발 참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이유는 북극항로의 개발로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이 동북아에 위치한 자국에게 가장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북극항로 이용성이 가장 높은 화물은 우선 벌크화물이다. 왜냐하면 벌크화물은 정기선에 비해 수송조건이 간단하고 특정화물의 수요만 적정하면 선박의 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먼저 실현이 가능하다. 그리고 현재 북극해 주변, 특히 러시아 북부지방과 시베리아에는 석탄과 철광석을 비롯한 광물자원들이 다량으로 매장 되어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향후 북극항로 개발 시 직접적인 수송수요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러한 사실들은 한·중·일 동북아 삼국이 세계 최대의 자원소비지역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경제적인 효과를 가져 올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게다가 북극항로의 본격적인 상업화가 이루어질 경우 일본의 요코하마 항, 중국의 상하이 항, 대한민국의 부산항이 화물의 시종점 항만으로 그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지리상 대한민국의 부산항이 삼국의 중간에 위치하고 접근성이 가장 뛰어나기 때문에 활용도의 증가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점은 세계 10대 컨테이너항만 중 9개가 아시아에 있는 상황에서 세계 5위인 부산항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굉장한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북극항로 개발 청사진을 발표한 대한민국 이러한 엄청난 기대효과가 있는 북극항로이지만 대한민국은 동북아 삼국 중 가장 북극항로에 대해서 준비가 미흡한 상태였다. 대한민국의 북극탐사선 아리온호는 과학조사 활동을 수행할 뿐 상업운행 항로 개척과 같은 경제적 이득을 위한 연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런 대한민국이 북극항로 개발 청사진을 세우기 시작했다. 올 2월 북극평의회에서 ‘영구 참관국’ 지위를 획득하는데 성공한 여세를 몰아 지난 25일 해양수산부는 정부 서울청사에서 북극항로 개척 방안인 ‘북극 종합정책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북극전투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 정책 하에 대한민국은 올 8월 국적선사인 현대 글로비스가 북극해 운항 전문선사인 스테나 해운(스웨덴)과 협력하여 북극항로를 통해 에너지자원을 수송하는 상업용 시범 운항을 실시할 것이다.
또한 대한민국은 북극이사회와 국제해사기구(IMO) 등 다자간 회의와 북극해 연안국과 양자회담을 비롯한 국제 세미나를 개최하여 북극지역의 유망 협력 사업을 발굴하고, 국제 공동연구 추진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특히 대한민국이 주로 이용하게 될 북극항로는 북동항로가 될 것이며 이 항로는 러시아 연안을 경유하기 때문에 러시아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서 한-러 해운협력회를 8월에 개최하여 북극해 운항허가의 원활화, 쇄빙선 에스코트 우대요율 적용, 북극해 통과선박 보고 등을 논의 할 예정이다.
글. 김문창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