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구의 신사였다. 탁자를 두고 마주보고 앉아서 인터뷰를 하는데도 그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서 고개를 약간 들어야 했다. 나중에 들으니 신장이 2미터라고 한다. 전형적인 독일신사풍모의 BLG(Bremen Logistics Group/Bremen Lagerhaus Gesellschaft)) 프랑크 드레케(Frank Dreeke) 차기회장을 2월 22일 서울 인터콘티넨탈 26층 라운지에서 만났다. 그는 당일 독일로 돌아가야 하는 바쁜 일정이었다. 마침 전날 밤에 눈이 내려 전망이 좋았기에 첫 방문인데 눈이 내려 행운이라고 한국식 인사를 건네니, “눈 오는 모습을 봤다.”며 “서울 참 좋다.”고 한다.
오랜 한국측 파트너인 현대 글로비스와 업무협의차 2박3일간 짧은 방문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기에 양측간 대화가 잘되었는지를 먼저 물었다. “우호적이었고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 유럽에서 양측간 협력심화방안뿐 아니라 한국, 러시아에서 협력다각화 문제를 두루 이야기했다.”고 말하면서 “브레멘하펜 연안에서 전개되고 있는 독일 에너지 전환정책의 현장인 풍력단지(Windpark)조성과 관련한 의견도 나누었다.”고 귀띔한다. 그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독일 자동차 항만허브인 브레멘하펜의 종합물류그룹인 BLG는 2007년 한국의 글로비스와 파트너관계를 맺고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한국의 현대와 기아자동차의 유럽 및 독일 수출물량은 브레멘하펜을 통해 전 지역에 보내진다. 브레멘하펜이 거점항만인 셈이다.
드레케 차기회장은 BLG의 위기를 모르는 성공요인을 ‘우수한 인력'에서 찾았다. 경제위기 와중에서도 BLG는 컨테이너와 자동차 물류에서 사상최대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유럽시장의 리더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BLG는 종합물류기업이기에 우수한 인력의 현장서비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두번째로 BMW, Tschibo 등 글로벌기업 핸들링을 통한 수준 높은 노하우의 축적을 꼽았다. 또한 그는 ‘그 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끝없이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추구하는 전략이라고 말한다.
드레케는 6월1일자로 BLG의 차기회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덴마크 머스크 독일 법인 대표로 장기간 일하다 말을 갈아탄 그에게 BLG가 거는 기대도 크고 그의 책무 역시 막중하다. “현재의 BLG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고 Handelslogistics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향후 업무방향을 잡고 있다.”는 것이 그의 밑그림이다. 아울러 Contract로지스틱에 대한 비중확대를 도모하고 있다. BLG는 브레멘하펜뿐아니라 철도수송과 내륙선박 그리고 트럭을 연결하는 종합 연계망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고, 이는 토탈서비스의 강점이기에 다각화한 서비스에 최적이라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더욱이 친환경 운송이라는 미래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기에 BLG의 물류서비스는 시대에 맞는 최상의 서비스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한국방문은 처음이지만 날씨가 무척 상큼해서 우중충한 브레멘보다 아침에 기상해서 나서는 기분이 좋았다는 그는 브레멘 출신이다. 그는 “아버지 역시 BLG에서 47년간 근무한 BLG맨이었다.”면서 자신이 2대에 걸친 패밀리임을 강조했다. 글로벌기업에서 연마한 뒤 고향기업인 BLG 수장으로 금의환향한 셈이다. BLG의 모태는 브레멘항구의 창고업이었다. 더욱이 그는 해운을 다뤄왔기에 좀더 폭넓은 시각으로 화주나 기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고, 그가 인터뷰 내내 강조한 '고객중심 경영'이 상당히 실현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객중심경영을 아시아로도 영토를 확장할 생각인데 “아시아시장은 여전히 성장잠재력에서 BLG의 매력적인 시장이고 한국의 자동차산업의 경쟁력으로 지속적인 협력에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평택항과 협력 관심 크다
자동차 항만허브로서 한국에서 빠르게 부상하는 평택항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자 그는 주의 깊게 평택항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한국의 자동차 항만허브인 평택항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아직 알지 못하지만 관심이 크다.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그렇다. 올해 안에 협력여부문제를 상호 대화를 통해 추진해 매듭짓고 싶다.”며 차기회장으로서 의욕을 보인다. BLG의 파트너인 한국의 글로비스는 평택항에서 브레멘항으로 기아자동차를 수송하고 있다.
고객중심경영을 통한 사업다각화. 그의 경영 메시지가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 그리고 어떻게 구현될지 물류업계는 그의 새로운 리더십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처음 방문한 한국인데 선물로 뭘 구입했느냐 물으니 “아이가 2명이라 티셔츠를 선물로 샀는데 가격이 저렴하고 너무 좋다.”며 크게 웃었다. BLG고위간부들의 이번 한국방문에는 현 아덴회장을 비롯해 차기 회장인 드레케 등 8명이 방문했다. 현직과 차기CEO가 같이 움직이는 것이 이례적이라고 하자 “아직 회장 취임은 안 했지만 이미 2월부터 이사회 멤버로 일하고 있다.”고 답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라운지 창으로 내려다보이는 전경을 배경으로 그와 기념사진을 찍으려는데 그와 키 높이가 안 맞자, 그는 창문턱에 앉아 키 높이를 맞춰주는 배려로 독일신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인터뷰/글 신창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