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은 세계5대 컨테이너 처리능력의 항구다.
한국수출의 위용을 자랑할만한 규모이다. 부산항만공사가 밝힌 2013년 목표는 전년보다 5.7퍼센트 증가한 1800만 TEU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총 1112억원을 투입하여 북항기능 재정립 및 북항과 신항 연계활성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부산항만공사의 올해 목표 중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를 한다는 취지아래 싱가포르와 영국 런던에 해외대표부를 세우고 정보수집기능강화 및 글로벌협력체계를 강화한다는 대목도 들어 있다.
해외파 출신인 임기택 사장의 의지가 반영된 특화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부산항만 공사의 2013년 중점 추진사업을 보면 그야말로 우물안개구리 전략이다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세계의 항만들이 어느 방향으로 가면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창출하려고 하는지 전혀 맥을 못잡는 그야말로 구닥다리 전략이 아닐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부산항만공사가 추진하는 전략은 그야말로 시대조류를 전혀 반영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전략이다'라고 비판했다. 국토해양부의 한 관계자도 '부산항만공사의 중점추진사업이 여전히 컨테이너 많이 싣는 단순 화물전략에 머무르고 있다'면서 '이런 식의 전략은 향후 글로벌 전략에 낙오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첫째, 글로벌 항만들은 청정항만(Clean Port)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클린을 통한 그린경제 전략이 핵심이다. 미국 LA항구와 롱비치항은 클린트럭 프로그램으로 항만내 공기오염을 대폭 줄이면서 종사자들의 건강증진을 물론 지역경제활성화 효과를 거두고 있을뿐더러 작년에는 청청항구 표준(clean port standard)을 채택했다. 따라서 앞으로 일정기준에 미달하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이 많은 선박은 입항이 금지된다.
클린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의 해법을 찾고 있다. 이로 인해 LA시당국도 수십조원의 생산유발효과를 보았다. 이는 국제적인 추세다. 국제해사기구 IMO가 올해 새로운 선박규제 실행에 돌입한 것은 향후 선박과 항만의 클린이 간과할 수 없는 중대이슈라는 것을 의미한다. 글로벌 메이저 선사들이 클린 선박을 발주, 건조하는 것도 이와 같은 대세에 대응하기 위한 방편이다. 유럽의 주요항구인 네덜란드 로테르담도, 독일 브레만하펜(Bremenhafen)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전략이다.
그런데 국내 최대 항구 부산항은 어떠한가. 매연을 뿜는 트럭들이 아무런 규제 없이 드나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수백대의 트럭을 항만에 출입시키고 있지만 매연 기준치가 코로 확인해도 매케한 수준의 낡은 차들이 여전히 드나들고 있다.”면서 “탄소배출량 감소 글로벌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클린항구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실 부산항만공사에서 이런 정책추진을 이끌어주면 업계도 노후 트럭을 교체하면서 자연스럽게 항구의 청정화에 동참할 수 있는데 항만공사에서는 뒷짐만 진 채 감감무소식이다.”라고 꼬집었다.
항만의 청정에 대해 사실 주도적으로 선도해야 할 부산항만공사는 넋을 놓고 있는데 오히려 업계가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항만종사자들의 건강과 지역사회를 위해서라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해양부의 고위관계자는 “사실 부산항이 클린이라는 시대적 조류에서 볼 때 참으로 부끄러운 모습”이라면서 “지금이라도 인식전환으로 글로벌 동향을 따라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같은 맥락에서 2013년 추진사업인 해외사무소 증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해운전문가는 "해외사무소 개설은 현재 부산항의 핵심사업에서 우선순위 밖의 이야기”라면서 “새정부 출범 등 분위기가 바뀌는 시점에 아주 안이한 관행을 실행하고 있다. 그런 식의 글로벌 대응이 아니라 항구청정이라는 글로벌 표준을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임기택사장이 해외파라서 무조건 해외지사 늘리기식의 접근법으로 항만공사의 신년 중점전략으로 채택한 것은 해운업계 돌아가는 물정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무지의 소치다.”라고 극단적으로 비판했다. 임기택사장은 해양수산부출신으로 영국런던 근무한 적이 있다.
부산항만공사가 지금 중점으로 삼고 있는 북항개발도 클린포트 관점에서 접근하고 추진되어야 방향이 맞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단순히 컨테이너 화물 증가물량으로 항만의 경쟁력을 따지는 시대가 저물고 있다. 지속가능한 관점에서 항만의 기능 역할을 재정의하고 지역공동체와 더불어 하는 전략부재가 참으로 아쉽다.
업계의 한 CEO는 “미국 롱비치항구의 성공사례를 부산항만공사는 잘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구온난화와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시대에 컨테이너만 따지는 전략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것”이라면서 발상의 전환을 촉구했다.
특히 “해양수산부 부활 등 해운업계의 새로운 전환에 대한 의지와 정책아이디어를 짜내야 하는 시점에 내실 없는 겉치레행사에 예산을 낭비하는 항만공사 사장의 행보에 부산항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국토부 관계자는 전했다.
쉬퍼스 저널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