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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전 5기' 홍수환과 제2의 파나마 운하

 현재 한국의 중장년층들에게 파나마라는 나라가 알려진 것은 아마도 1977년 홍수환 대 카라스키야의 복싱경기 때였을 것이다. 홍수환은 당시 10살이나 어렸지만 강펀치를 자랑했던 파나마의 카라스키야에 한 회에 4번 다운당하고도 KO승을 거둬 ‘4전 5기’의 신화를 쓰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당시 초ㆍ중학생들었던 현재의 중장년층들은 파나마를 그렇게 4전 5기의 장소로 기억했다가 후에 고등학교 지리시간에 파나마가 운하로 유명한 국가라는 사실을 배웠다. 그런데 그 유명한 ‘파나마 운하’는 홍수환이 4전 5기 신화를 쓰던 1977년에는 파나마의 소유가 아니라 미국 소유였다.

 파나마 운하는 그 엄청난 규모와 물동량만큼 길고 굴곡진 역사를 갖고 있다. 파나마 운하를 최초로 계획한 사람은 16세기 스페인 국왕 칼를로스 5세였다는 기록이 있다. 그로부터 300여년 후인 19세기에 들어서 프랑스인들이 운하개발에 본격 착수했지만 실패했고, 이어 미국이 개입하여 마침내 1914년 운하를 완공했다. 당시 파나마는 콜럼비아에서 통치하고 있었는데 콜럼비아가 미국의 운하 공사를 반대하자 미국은 파나마 독립운동을 지원해 콜럼비아로부터 독립시켰다.

 파나마를 독립시키면서까지 운하 건설에 공을 들였던 미국은 이후 파나마 운하를 독점 관리하게 된다. 파나마 운하로 인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항로가 1만 5천 킬로미터 줄어들면서 미국 등 선박의 물동량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누리게 됐다. 그러나 군대까지 동원한 미국의 과잉 독점권 행사에 파나마 정부는 반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미국의 군사적 지원으로 집권한 토리오스 대통령이 미국에 반기를 들기 시작하면서 미국과 파나마 관계는 불편해졌다. 미국에 카터 대통령이 집권한 후 1977년 미국이 1999년에 파나마 운하를 파나마에 반환하기로 협정을 체결하면서 화해분위기가 일었다. 그러나 레이건 행정부가 들어선 직후인 1981년 토리오스 대통령이 비행기사고로 죽고 그 후계자 노리에가가 집권하면서 양국관계는 다시 불편해졌다.

 1980년대 후반에 미국은 노리에가 정권 축출을 위한 군사적 개입까지 시도한다. 명목은 독재와 국제마약밀매 혐의였지만 파나마운하를 반환한다는 카터행정부의 약속을 깨고 독점권을 영구화하려는 의도도 깔려있었다는 게 일각의 시각이다. 어쨌든 이런 군사적 분쟁 끝에 파나마 운하는 1999년 파나마로 귀속됐다. 파나마 운하가 생긴 후 85년만의 일이다.

 현재 파나마 운하의 연간 평균 선박 이용 수는 1만 5천 척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007년 국민투표를 거쳐 실시된 파나마운하 확장공사는 2016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한국돈으로 무려 5조원이 넘는 예산과 10년이 소요된 이 공사가 완공되면 파나마 운하의 물동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선박물류의 운송비용 절감도 크게 절감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파나마로 정식 귀속된 후 16년만에 확장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그동안 파나마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온 운하가 규모의 성장만큼 경제적 발전을 이루고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기를 파나마 국민들은 기대하고 있다.

 아, 홍수환의 4전 5기를 만들어주며 무참히 패배했던 카라스키야는 현재 정치가로 변신해 산 미구엘리토 시의 시장직을 맡고 있다고 한다. 2013년 파나마 운하에 세워진 ‘한-파나마 운하의 탑’ 제막식에 파나마를 대표해 참가했다고 하니 한국과 파나마의 인연에서 역시 그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것 같다. 홍수환 선수와 카라스키야 선수의 우정이 남다르다고 하는데 한국과 파나마와의 우정도 보다 돈독해져서 우리에게 친근한 남미 국가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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