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뉴스를 통해 세상을 돌아보면 우리 사회에서 각자 할 일을 참 안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늘 하는 말이지만 우리 모두 제자리에서 맡은바 할 일만 제대로 한다면 그야말로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은 현실이 그렇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정치권과 공직사회, 언론계 등 국가와 사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이른바 지도층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우리는 더 큰 실망감과 함께 비난의 화살을 쏟아 낸다. 그러나 늘 개선은 기대난망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즈음해 이번에는 공직사회와 축산농가가 제 할 일을 하지 않아 큰 파동을 일으켰다. 그것도 우리 모두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먹거리’에서 터졌다. 먹거리를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데 달걀에서 독성 강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돼 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다. 이름하여 ‘살충제 달걀’이다. 지금까지 잘 들어보지 못한 말 아닌가. 달걀에 살충제라니 결코 믿고 싶지 않은 말이다. 달걀은 하루에 4천만 개 가까이 소비될 정도로 우리의 주요 먹거리이자 서민 밥상의 단백질 공급원이다. 달걀 그 자체로도 섭취가 되지만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빵이나 피
대한민국 남자라면 별 넷을 단 4성 장군의 위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의무병역제 때문에 대부분 군 복무를 하다 보니 철저한 계급 조직인 군의 대장 계급이 보여주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직간접으로 체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일반 사병의 경우 별의 숫자를 물문하고 길을 가다가도 차량의 별판만 보이면 눈에 띄지 않게 숨을 곳부터 찾는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다. 하물며 별을 네 개씩이나 단 4성 장군이니 군복을 입은 군인들에게는 함부로 쳐다볼 수조차 없는 신(神)과 같은 존재로 생각했을 것이다. 독특한 군사문화의 단면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이런 4성 장군의 위엄은 옛말인가. 어쩌다 ‘어물전 꼴뚜기’ 신세가 된 4성 장군까지 등장했다. 주인공은 그의 부인과 함께 공관병을 상대로 ‘갑질’을 일삼다 구설수에 오른 박찬주 대장(정책연수, 전 제2작전사령관)이다. 제2작전사령관의 공관에서 자식 같은 공관병을 못살게 구는 일탈을 저지른 사실이 폭로됐다. 이 때문에 군(軍) 전체에 망신살이 뻗치고 군 위상까지 급전직하했다. 유사시를 대비해 군 조직을 추스르고 지휘관으로서 위엄을 다져야 할 그런 중차대한 위치에서 고작 한 것이 사병들을 괴롭히는 것이었다니 내는 세
프로야구 NC다이노스 팀에 박석민이라는 선수가 있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4년 1차 지명으로 삼성라이온스에 입단해 프로선수가 됐고 2016년 시즌부터 NC로 이적해 뛰고 있다. 그는 경기 중 수시로 터져 나오는 다소 우스꽝스러운 ‘몸 개그’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피겨스케이팅의 최고난이도 3회전 반 점프 기술인 ‘트리플 악셀’은 그의 전매특허처럼 따라다니는 수식어이다. 경기마다 피 말리는 승부를 다퉈야 하는 프로 야구장에서 ‘트리플 악셀’이라니 다소 생뚱맞다는 소리를 듣는다. 사실은 잦은 부상에 시달려온 그 자신이 부상 방지를 위해 배트를 휘두른 후 몸을 몇 바퀴 돌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보는 사람들은 뭔가 튀고 싶어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그에게는 매우 진지한 동작이라고 강변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그가 승부만을 쫓는 프로의 세계에서 ‘몸 개그’의 달인이기를 은근히 바랄지도 모른다. 관중과 팬들에게 간혹 큰 웃음과 즐거움을 안겨주지만 그렇다고 경기력이 엉망인 선수는 절대 아니다. 고타율에 홈런도 잘 친다. 배트로 공을 맞추는 기술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최정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얻어 당시
무슨 상업적 거래를 할 때 작성하는 계약서를 보면 반드시 거래 당사자 간 ‘갑(甲)’과 ‘을(乙)’이라는 것이 등장한다. 계약서 상 갑과 을은 상생을 위해 각각의 역할을 규정해 놓고 철저한 이행을 강제하는 내용이 주어진다. 대등한 입장에서 서로의 신뢰를 바탕으로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 방안을 모색할 주체가 바로 갑과 을이다. 이런 내용이 담긴 합의서가 바로 계약서이다. 그러나 계약서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갑과 을의 순위가 분명하다. 갑이 먼저고 을이 그 뒤다. 이렇듯 갑과 을의 관계는 힘의 논리에서도 갑이 늘 우위에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관행처럼 돼 있다. ‘갑질’이라는 말은 있어도 ‘을질’이라는 말이 없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상거래에 있어 갑과 을은 애초부터 지배와 피지배의 개념을 바탕으로 관계 설정이 돼 을은 늘 갑의 횡포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 아닌가. 문재인 정부가 이런 갑의 압박에서 ‘을 구하기’에 나섰다. 을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한다. 큰 박수를 받을 일이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첫 표적이다. 가맹점주들과의 불합리한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신호탄이다. ‘을 구하기’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 중 하나인 적
흔히들 면세점 사업을 ‘황금알 낳는 거위’라고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이니 구할 수만 있다면 그야말로 ‘대박’일 것이다. 실제 이 세상에 존재한다면 과연 어떨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런 거위를 갖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 후유증으로 달걀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금값이라 한들 황금알만 할까 싶다. 황금알만 낳아 준다면 돈을 찍어내는 조폐공사가 어디 부럽겠나 싶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 면허가 ‘황금알 낳은 거위’로 꼽힌다. 사업을 하고 싶다고 누구나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권 취득도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 사업권만 받으면 일정기간 시쳇말로 ‘황금알’을 낳아주는데다 이만한 ‘땅 짚고 헤엄치기 사업’도 없으니 재벌기업이면 누구나 군침을 삼킬 만하다. 이러니 일찌감치 정경유착의 먹잇감이 된 건 당연하다. 정부의 면세점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온갖 추측과 의혹이 난무하더니 결국은 일이 터졌다. 서울지역 면세점 사업자 선정 작업 과정에서 조작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은 국회의 감사 요구에 따라 ‘면세점 사업자 선정 추진실태’를 감사한 결과 관세청이 2015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면세점 사업자를 선정하면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좋은 인재를 찾아 적재적소에서 활용해야 사회도 국가도 발전을 기약할 수 있음을 강조하는 말이다. 인재를 잘 쓰면 나라가 흥하고 잘못 쓰면 쇠퇴한다는 것은 우리가 역사 속에서 쉽게 배울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국가의 지도자로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이런 말이 입에 오르내리고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것을 보면 실행이 어떤 이유로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발부터 이런 인선 문제로 꼬이고 있다. 정부부처 장관 등 인사 청문 대상이 되는 주요 공직 후보자 인선을 놓고 참 말도 많다. 후보자로 추천된 인물은 하나같이 하자 투성이다. 위장 전입에다 논문 표절, 다운계약서 작성, 자녀 이중국적, 탈세, 음주운전, 병역 비리라는 꼬리표가 국회 청문회장에서 줄줄이 달려 나왔다. 정권 교체기만 되면 우리 국민 모두가 눈살을 찌푸리며 들어야 했던 말들이다. 이제는 그만 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 있는 단어들이다. 이번에는 ‘혹시나’ 했는데 결과는 ‘역시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우리는 어떤 특정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해 국민적 찬사와 부러움을 살만한 인물에게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붙여 부른다. ‘국민 타자’ 이승엽, ‘국민 MC’ 유재석, ‘국민 여동생’ 김연아, ‘국민 배우’ 최불암과 같이 주로 운동선수와 연예인에게 붙여지는 애칭이다. 누구나 좋아할 수 있고 특정인이 아닌 국민의 삶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을 주는 대상에게 ‘국민’을 붙여 부르기를 좋아한다. 이런 말의 바탕에는 대중적 공감이 깔려 있다. 일종의 친근감의 표시이자 각박한 삶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싶은 마음의 표출이기도 하다. 치킨은 국민 모두가 즐기는 간식이다. 그래서 ‘국민 간식’이라 부른다. 서민의 삶속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고 ‘저비용 고만족’이어서 더할 나이 없는 먹을거리다. 배달 음식의 대명사처럼 돼 있어 시간과 장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음식이다. 치킨이 ‘국민 간식’으로 자리 잡은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축구 때부터로 보면 된다. 물론 이전에 미국의 KFC가 1984년 국내에 들어온 뒤 ‘치킨’이라는 말이 우리 사회에서 본격 통용되기 시작했고 86서울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거치면서 스포
문재인 정부가 출범 한 달을 맞았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의 행보를 두고 이렇다 저렇다 전체를 평가하기는 섣부른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이라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사건으로 조기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여서 정권인수 기간 없이 청와대 비서진만을 우선 꾸린 채 국정의 첫 발을 내디뎠으니 더더욱 그렇다. 문재인 정부 또한 역대 대통령처럼 예외 없이 여전히 ‘우려 반 기대 반’ 속에서 출발한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당선직후 몇 달간은 요란한 움직임을 보이다가 차츰 초심을 잃어가면서 실망을 안겨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국민들 마음은 아직은 혹시나 하는 우려감을 완전히 떨쳐버리진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섣불리 호불호(好不好)를 보이기보다는 관찰기간을 충분히 가진 뒤 평가는 그 다음에 하겠다는 뜻이다. 임기 초기에 기대감을 가졌다가 실망과 함께 자책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어찌됐던 출범과 함께 보인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는 역대 대통령과는 사뭇 달랐다. 그의 말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참모로 국정을 경험하고 한 번의 대선 낙선을 통해 터득한 대통령의 바른 자세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듯 한 행보였다. 그래서 문 대통령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