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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해양벤처육성을 위한 해양전용펀드의 필수성



 창업을 활성화하고, 창업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돕는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정책펀드가 있다. 정책펀드는 정부가 주도하여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를 돕는 펀드이다. 정부는 투자 유치를 받은 벤처기업의 고용 증가율이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에 비해 약 5배에 달하는 점에 주목하여, 앞으로 정책펀드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나 해양 분야는 위와 같은 정책펀드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정책펀드인 한국모태펀드는 주 투자 분야가 문화, 관광, 스포츠, 교육, 환경 등 13개 계정으로 나뉘어져 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총 3조 4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여 벤처 육성을 지원하고 있지만, 해양 분야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 5년간 벤처펀드를 통해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해양기업은 22개로, 이는 전체 투자 유치 기업의 0.4%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해양산업의 가치는 증대하고 있다. OECD가 2016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세계 해양산업의 부가가치는 2배로 늘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용증가율은 전체 산업의 평균을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하는 해양 신산업은 같은 기간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8.5%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는 최근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국가 차원의 해양전략을 수립하고 해양펀드를 운용하는 등 해양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해양산업은 꽤 우울한 상황에 놓여 있다. 2016년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로 사업체 수, 매출액, 상용근로자 수 모두가 감소했다. 창업 측면에서도, 전체 산업에서 7년 미만의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51.7%인 것에 비해 해양 분야는 33.3%에 불과하다. 전체 해양기업의 98.7%가 영세한 중소기업에 속하다 보니 금융권 대출을 받는 것마저 쉽지 않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벤처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해양산업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작년 8월, 18개 벤처투자회사는 해양수산투자기관협의회를 발족했다. 이를 통해 기술혁신형 해양 신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용펀드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제기되었다. 해양기업들 역시 펀드를 통한 투자 유치에 목말라 있다. 설문에 따르면, 40%의 기업이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평균 규모는 약 23억 원이었다. 해양수산부는 해양 분야 전용펀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한국모태펀드 내에 향후 5년간 정부 출자 1,000억 원을 포함해 총 1,420억 원 규모의 해양계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게 해양산업이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해양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우리나라 해양과학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노력의 여하에 따라 세계를 선도하는 위치를 점할 수 있다. 해양 분야의 전용펀드 조성은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해양벤처기업의 육성과 우리나라의 ‘글로벌 해양강국’을 실현하는 데 출발점이 될 것이다.






정책펀드는 벤처창업과 일자리 창출에 유용한 도구


 정책펀드는 전략적 육성이 필요한 산업에 정부가 주도하여 투자하는 펀드이다. 정부와 민간투자자들이 공동으로 출자하며, 정부 인가를 받은 운용기관이 운용하게 된다. 정책펀드는 혁신 창업의 활성화와 창업을 이룬 기업들이 데스밸리(Death Valley)를 극복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국내에 널리 알려진 정책펀드로는 한국모태펀드, 성장사다리펀드,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신산업 육성펀드 등이 있다.


 구체적으로, 최근 5년간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은 총 2만 8,134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또한, 투자 유치를 받은 벤처기업은 일반 중소기업보다 약 5배 높은 고용증가율을 보여주었다. 벤처기업의 높은 수익성과 빠른 성장세를 고려했을 때, 정책펀드의 자금 확대를 통해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추구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






정부는 혁신성장을 위해 정책펀드 확대 추진


 우리나라는 과거에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친 적이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벤처기업에 유리한 생태계를 조성하면서 증가하기 시작한 벤처기업은 글로벌 IT 버블 붕괴를 계기로 급속히 줄어들었다. 이후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침체되어 있었다.


 정부의 벤처캐피탈 정책은 민간의 벤처캐피탈 투자를 유인하여, 필요한 기업이 조달받을 수 있는 벤처캐피탈 시장 및 제반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모태펀드의 조성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2012년을 기준으로 벤처기업의 수는 약 3.5배 증가했다. 투자 금액 역시 2배 이상 증가하여 정부의 모태펀드 조성이 벤처기업의 양적 성장에 큰 공헌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는 ‘제2의 벤처 붐’을 선언하고 벤처투자를 통해 산업 육성과 창업·벤처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돕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모태펀드 출자 규모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중기부 등 6개 부처에서 6,180억 원을 출자하고, 1조 1,659억 원의 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추가적으로, 기술혁신 창업의 활성화와 벤처 투자·회수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조성하기 위해서, 지난해 11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을 수립하고 정책펀드인 ‘혁신모험펀드’ 조성계획을 발표했다.





해양 분야는 정책펀드지원의 왕따


 한국모태펀드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근거해 2005년에 결성되었으며, 이후 약 20년간 운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정책펀드이다. 펀드의 규모는 2017년 12월을 기준으로 3조 4,182억 원이다. 10개의 공적 출자자에 의해 조성된 펀드자금을 총 13개 계정으로 구분했으며, 운용은 한국벤처투자㈜가 맡고 있다. 하지만 한국모태펀드 내에 해양 분야를 주목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정과 자금은 찾아볼 수 없다.


 일반적으로 정책펀드는 목적에 맞는 펀드 집행을 위해 60% 내외의 주목적 투자 분야를 지정해 놓고 있다. 주목적 투자 이외의 비목적 자율 투자(약 40%)는 투자자들이 자율적으로 투자처를 정할 수 있으나 IT, 바이오, 제조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해양 분야 전용펀드가 없기 때문에 해양산업에 대한 관심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IT, 바이오, 제조업 등 기존 산업보다는 해양 산업의 초기 투자비가 크기 때문에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증언하고 있다.


 위와 같은 이유로 매년 5개 이하의 해양기업 만이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으며, 5년간 누적 투자 유치액은 한참 모자란 금액인 432억 원에 그치고 있다. 지난 5년간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해양기업은 22개로 전체 투자 유치 기업의 0.4%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은 해양 분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해양펀드 부재, 정부의 해양벤처 투자 관련 정책 부족, 해양기업의 투자 이해도 부족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해양산업 선점을 위한 세계 경쟁의 가속화


 세계적으로 해양산업의 잠재 가능성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 2016년 OECD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해양산업의 부가가치는 2010년 1조 5,019억 달러에서 2조 9,608억 달러로 약 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같은 기간 종사자 규모는 3,124만 명에서 4,052만 명으로 증가해 전체 산업의 고용증가율(27.5%)보다 높은 고용증가율(29.7%)이 예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수산부도 2018년 연구에서 2030년 해양 신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17년 대비 2.9배, 연평균 성장률은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최근 경제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이다.






 세계 주요 국가는 이미 해양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 및 전략을 수립하고 시행 단계에 있다. 미국은 국가해양위원회(NOC)를 통해 ‘국가해양정책 실행계획’을 수립하고 해양경제 활성화를 5대 목표 중 하나로 제시했다. 일본은 ‘제3차 해양기본계획’을 통해 해양 신산업의 부흥과 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해양에너지·자원개발의 촉진, 해양산업 국제경쟁력의 강화, 해양산업 이용의 확대 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해양과학기술 로드맵 2050’을 통해 해양과학기술의 해양경제 기여도 50% 향상, 2050년까지 해양과학기술 수준 세계 3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외에 해양산업 육성을 위해서 세계 각국은 해양 펀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개발처(USAID)와 민간기업의 파트너십을 통해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 펀드는 높은 투자수익을 제공하고 있으며, 10~20건의 프로젝트 투자 포트폴리오를 통해 약 1억 달러를 조성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항만공사에서 해양기술 클러스터 개발 프로그램을 지원하기 위해 2억 싱가포르 달러(S$) 규모의 해양혁신펀드(MINT 펀드)를 추진했다. 노르웨이는 2019년부터 해양산업 부문의 혁신 프로젝트를 위한 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그중 약 4,000만 크로나는 해양기술을 주제로 다루는 프로그램에 지정될 것이다.






 우리의 해양산업은 난항을 겪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의 여파로 국내 해양산업은 극심한 침체 국면에 빠져 있다. 2016년 한 해에만 해양산업 사업체 수는 총 1만 7,854개로 전년 대비 531개(2.9%) 사업체가 감소했으며, 매출액은 116조 8,937억 원으로 전년 대비 9조 9,302억 원(7.8%) 감소했다. 또한, 해양산업에 종사하는 상용근로자 수는 27만 1,618명으로 2015년 29만 6,159명에 비해 2만 4,541명(8.3%) 줄어들었다.


 해양산업 사업체의 규모 분포를 살펴보면, 대기업이 1.3%, 중견기업이 7.4%, 소기업이 91.4%로 대다수의 해양산업 사업체가 매우 영세함을 알 수 있다. 해양산업은 창업률 또한 매우 저조하다. 2015년 말 기준 전 산업 사업체 중 7년 미만의 창업사업체 비중은 51.7%이지만, 해양 분야 창업사업체는 33.3% 수준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이유로 투자자들은 해양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있으며, 해양기업들은 자금의 대부분을 자체 자금 혹은 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500개 해양기업의 자금조달 출처 중 자체 자금 비중이 74.4%로 가장 높은 반면, 민간 자금과 정부 정책 자금은 1.1%, 5.0%로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와 해양기업체 모두 해양 분야 전용펀드 조성 요구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VC)들은 ‘해양산업에 대한 전용 펀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양기업에 대한 투자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지난 8월 18개 벤처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해양수산투자기관협의회가 결성된 이후부터는 해양기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VC는 IT, 바이오 중심 투자에서 벗어나 기술력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해양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8월 개최한 ‘해양수산 투자유치설명회’와 ‘해양수산 투자기관협의회’ 운영 등을 통해 비행 선박, 생선필렛(fillet), 수중작업용 로봇 등을 생산하는 7개 기업에 약 84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성과가 있었다. 이처럼 VC는 해양 산업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 해양산업에 주목적으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양펀드의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해양펀드가 조성된다면 자펀드 결성 및 운영에 참여하겠다는 VC가 늘어나고 있다.


 해양 펀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해양기업들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해양기업들 역시 펀드의 조성을 통해 투자 유치를 받고 싶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500개 해양사업체 조사결과에서는 해양사업체의 40%가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투자 유치 희망기업 조사에서도 73개 응답 기업의 투자수요가 평균 22억 7,100만 원, 총 투자수요는 1,658억 원에 달했다. 이를 단순 계산을 통해 해양산업 전체로 환산한다면, 총 7,141개 사업체가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으며 규모는 약 6조 원에 달한다.


 해양수산부는 전용펀드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1,420억 원 규모의 해양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벤처투자가 운용하는 한국모태펀드 내에 해양계정을 신설하고, 2020년까지 정부 1,000억 원, 민간 420억 원으로 구성할 예정이다. 특히,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전용펀드를 신설해 해양 분야의 벤처창업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양 분야 전용펀드는 ‘글로벌 해양강국’ 건설의 주춧돌


 해양산업은 우리나라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적인 산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운과 항만은 무역 대국의 인프라로, 수산은 국민 먹거리와 일자리 공급처로, 해양관광은 지역경제 활성화 등 국가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국내 해운은 우리나라 국제화물의 99.7%를 처리하고 2016년 기준 국내 8위의 수출산업이자 세계 6위 무역 대국의 기반이 되고 있다. 항만은 2016년 기준 전 세계 컨테이너 물동량의 3.7%인 2,601만 TEU를 국내 항만에서 처리하고 있으며, 부산, 인천, 광양, 울산, 평택 등 항만 도시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수산물의 연간 식용 공급량은 주요 식품군 중 1위로서 육류의 공급량마저 추월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수산업은 약 104만 개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관광 산업은, 2016년 기준 해수욕장 방문객 1억 328만 명, 크루즈 관광객 195만 명 등을 유치하여 부산, 인천, 제주 등 해양관광도시의 부가가치 증대에 기여했다.






 해양벤처를 육성하기 위해서, 그리고 ‘글로벌 해양강국’의 건설을 위해서는 해양 분야 전용의 정책펀드가 필수적이다. 우리나라의 해양과학기술은 최고기술 보유국과 비교하여 2008년 45%에서 2015년 80% 수준까지 따라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점을 고려하면 해양 신산업과 관련된 해양벤처를 육성하여 단순히 세계 시장을 따라잡는 것에서 세계 시장을 뛰어넘는 것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해양수산의 GDP 기여율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림으로써 ‘세계로 뻗어 나가는 글로벌 해양강국’을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해양기업들이 자금 걱정을 덜고 기업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투자 유치를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하며, 해양 분야 전용 정책펀드 조성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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