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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의의와 과제




 지난해 2월, 한진해운이 파산했고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후 해운산업의 재건을 외치는 국민의 요구는 계속되어 왔고, 이에 부응하여 현 정부는 지난 4월 5일,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은 안정적 화물확보,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선사 경영안정 등을 통해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 회복을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다. 특히, 무역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해운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 인프라를 넘어 아주 중요하다. 한편,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덴마크)와 2위 MSC(스위스) 등의 사례에서도 살펴볼 수 있듯이, 해운산업은 국가의 경제규모와 관계없이 국부를 창출하는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존의 해운정책이 근시안적이고 재무구조 개선에 치중해왔다면, 이번 해운재건 계획은 해운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이번 5개년 계획을 통해 국내 선사들이 글로벌 거대선사들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해운기업의 선박, 터미널, 부동산 등 우량자산을 보호하고 경영 안정화 등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제시함으로써 향후 국내 해운기업의 규모 확대와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편, 이 같은 정부지원이 선박의 과잉 공급과 이로 인한 해운사 적자 문제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세계 해운 시장 속 치킨게임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외국 경쟁 선사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해운이 수행하고 있는 역할을 고려했을 때,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서라도 국적 선사를 지켜내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 방향인 것으로 여겨진다.


 해운산업 재건계획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해운산업의 체질 자체를 개선시킬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미래 불황기에도 버틸 수 있는 저비용구조의 정착, 수익사업의 다각화 등이 필요하며 공생적 산업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선사와 화주는 상호간 장기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장기전용선 계약을 통해 운임의 변동성을 최소화 할 필요가 있다. 한편, 이전과 같은 위기를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해운업계 오너와 임직원의 자기반성이 수반되어야 한다.


 해운기업의 재건은 과학적이고 치밀한 경영전략 위에서 실현될 수 있다. 단위당 수송원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초대형 선박을 확보하고, 선진경영기법을 도입하여 글로벌 마케팅 역량을 갖춰야 한다. 나아가 변동성으로 인한 시장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 시행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해운’에 포함된 다양한 세부 비즈니스 모델을 검토하고 우리 해운산업의 미래상을 구체화하여 각각의 모델에 맞는 효과적인 정책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해운재건에 대한 국민적 목소리


 지난 4월, 정부는 기존의 해운관련 정책과 지원을 포함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 (2018~2022년)을 발표했다. 이 계획은 안정적 화물확보, 경쟁력 있는 선박 확충, 선사 경영안정을 통한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기본 방향으로 하고 있으며, 세부적으로는 벌크 선박 140척과 컨테이너 선박 60척의 발주 지원, 2022년까지 외항 화물선 50척 대체 건조 지원, 국적선사의 전략화물 적취율 개선 방안 마련, 선주·화주·조선사·정부 공동으로 상생펀드 설립,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 한국해운연합 자발적 항로 구조개선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현 정부가 지난 해 발표한 국정운영 100대 과제에는 ‘해운·조선 상생을 통한 해운강국 건설’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해운재건을 위한 정책을 뜻한다. 국정과제의 주요 내용은 구체적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법 제정(’17) 및 공사 발족(’18), 이후 해운 선사에 대한 원스톱 지원 시행, 친환경선박 폐선 보조금 지급 및 확대, 국가필수해운제도 도입, 해양산업클러스터 2개 지정(’17) 및 완공(’19), 부산북항 상부시설, 광양항 묘도, 인천항 영종도 재개발 착공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은 국적선사의 대형선박 공급과 적취율 확대를 통해 국제해운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을 통한 금융지원 프로그램 및 기금 조성으로 지원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해운은 무역성장의 핵심 인프라


 세계의 강대국을 보면, 대부분의 강대국은 무역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성장해온 것을 알 수 있다. 해운은 국가 무역을 위한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따라서 자국의 해운산업을 소유하는 것은 단순히 산업 자체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특히 우리나라는 에너지 및 원자재 등 국가 필수 대량화물의 99%를 해운을 통해 수송하고 있기 때문에, 해운산업 없이는 일상적인 국민생활과 경제발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해운산업은 조선, 금융, 항만, 물류산업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관련 산업 생태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국내 전체 수출산업 중 8위의 금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서비스만을 기준으로 했을 때는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해운산업은 매해 운송수지 흑자를 가져오는 효자 산업이었으나, 2016년, 한진해운이 파산한 이후부터는 적자로 돌아서게 되었다.






진일보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


 그동안 우리나라의 해운정책은 1984년 해운산업합리화, 1997년 말 IMF 체제하에서 재무구조 개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산업 구조조정, 2016년 한진해운 법정관리 및 파산을 거쳐 왔다. 하지만 모두 사후적이고 근시안적인 조치에 불과했다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구조조정을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가 아니라 금융당국이 주관함으로써 해운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부채회수만을 위한 기업정리 위주로 진행되어 왔다. 선박, 터미널, 장비, 부동산 및 업무용 자산 등을 매각하면서 향후 해운기업이 재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운산업 재건 5개년 계획은 사전적이고 능동적인 해운정책과 해운기업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다른, 상당히 진일보한 산업정책으로 판단되고 있다.


 현재 해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글로벌 해운선사들은 최소 100만 TEU급 선단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국내 원양 컨테이너 선사가 보유한 선박량의 6~7배에 달하는 규모이다. 이번 해운재건 대책은 우리나라 원양 선사들이 글로벌 해운선사를 따라잡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박, 선원, 물동량, 선박금융조건, 선가, 기업규모(자본금, 자산, 서비스), 수입 및 비용 등의 측면에서 국내 원양 컨테이너 선사와 글로벌 선사들의 국제경쟁력을 비교ㆍ평가하여 약점은 보강하고 강점은 유지ㆍ확대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성공적인 정책의 추진을 위해서는 해운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인식하고 향후 스마트 해운 및 국제 환경기준에 대응하기 위해 체계적인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화물 적취율 제고, 안정적 해운 서비스 제공, 선박발주 확대 등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협력 기반 구축이 중요하다. 전략물자 등의 운송에 국적선사를 우선 지정하는 ‘화물우선적취’ 및 유사시를 대비한 ‘국가필수 해운제도’ 등의 도입으로 중장기적으로 국적선사의 경쟁력 제고가 가능하다, 또한, 해운산업은 다른 산업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에 해운재건을 통한 긍정적인 관련 산업 파급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






해운정책은 해운기업뿐만 아니라 수출입 화주에게도 수혜


 해운산업에 대한 지원이 선박 공급의 과잉을 야기하며 불필요한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우리나라의 해운 선사 및 전체 산업을 고려하여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무역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나라에서 수출입 화주의 수송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운산업은 없어서는 안 될 산업이다. 이 때문이라도 해운산업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하여 치킨 게임에서 국적선사를 생존시키고 기간 항로의 시장점유율을 지켜나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방향인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2010년 이후 꾸준히 연 5,000억 달러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아시아의 저렴한 해상운임과 원활한 해운 물류 시스템이 기여한 바가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가운데, 해운산업은 이와 같은 사회간접자본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향후에도 이전과 같은 무역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환적 선박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고 북미, 유럽항로에도 일정 점유율을 꾸준히 유지할 필요가 있다. 현재 글로벌 해운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킨게임에서 패한다면, 살아남은 다른 선사들이 시장 점유율에 따른 수익을 독차지할 것이며 이후 해운·조선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모두를 상실하게 된다.






연속성과 지속성이 성공적인 정책 추진의 핵심


 그 동안의 해운정책은 위기를 임시적으로 보완하는 정도에 그치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고, 이로 인해 번복되는 시황 침체기마다 위기를 면하지 못했다. 따라서 앞으로의 해운정책은 당장의 불황기를 견디는 수준을 넘어 호황기를 준비하고, 다시 올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운기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이 세워져야 한다.


 해운산업을 안정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공생적 산업생태계를 구축하여 해운산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해운·조선·화주의 상호 협력이 크게 강조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과 중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특유의 폐쇄성과 국영기업 위주의 계획경제체제를 활용하여 해운·조선·화주의 상호 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왔다. 이는 단기적인 리스크 및 변동성을 상호 부담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으므로 해운산업 간 협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선주와 화주간의 장기전용선 계약 등이 이러한 전략의 좋은 예이다.






해운기업의 자구노력과 과학적인 경영전략이 결합되어야


 해운산업의 재건을 위해서는 국민의 해운·조선에 대한 의식변화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해운산업은 막대한 자본을 필요로 하는 장치 산업인 동시에 경기 상황에 따라 이익 규모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시황 산업이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해운산업의 유동성 지원 대책 때마다 기업에 대한 특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정부 및 기업의 꾸준한 재무구조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진해운이 파산한 것을 전적으로 주주와 선사의 해이 탓으로 돌리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국내 선사의 치열한 생존 경쟁으로 쟁취한 항로와 스케줄로 우리나라가 향유했을 경제적 혜택을 고려했을 때, 현재의 국내 해운산업 위기를 위해 그 일부를 할애하는 것은 지속적인 한국 경제 성장을 위한 반드시 필요한 재투자라는 의식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강조되어야 할 점은 무엇보다 해운기업의 자구노력이다. 해운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집화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마케팅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수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소석률을 어떻게 높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후발주자로서 친환경 및 고효율 선박을 신조하여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며 이 외에도 경영역량에 따라 좌우되는 다양한 비용요소와 마케팅 비용의 절감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더불어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경영전략을 도입하여 사전에 비용 누수를 방지하여 수익성 개선에 힘써야 한다.


 시장 위험과 사업 포트폴리오의 조정 역시 주요한 요소이다. 변동성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위험관리 시스템을 정립하고 인공지능 등 첨단의 데이터분석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지금의 시황을 고려했을 때, 공격적인 확정 정책보다는 손실을 최소화 하면서 현 시점을 잘 견디기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해운산업의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선주업과 운영선사 모델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두 사업모델이 각각 다른 핵심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인데, 정부는 각각의 모델에 맞춤하여 효과적인 정책적 지원을 시행해야 한다. 이번 재건계획은 정책방향을 구체화한 정부 노력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많은 '과제'를 가져오기도 했다. 선·화주에 대한 인센티브, 상생펀드, 한국형 화물우선적취, 국가필수 해운제도 등 어느 하나도 추가적인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와 해운산업 관련 당사자들이 적극적이고 자세로 힘을 모아 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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