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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요르단 해운의 등대 아카바

한적한 어촌서 아라비아반도 물류거점 탈바꿈


하나뿐인 요르단의 항만이 중동의 물류거점 가운데 하나로 성장하고 있어 세계 해운업계의 관심을 모은다. 아라비아 반도 북부에 위치한 요르단은 50년 전까지 바다와 접하지 않은 내륙국이었다. 1965년 요르단은 사우디아라비아에 국토 일부를 떼어주는 대가로 아카바 만의 해안선 12㎞를 얻으면서 완전한 내륙국 신세에서 벋어났다. 해안선이 생겼지만 매우 좁은 탓에 현재도 요르단은 내륙국이나 마찬가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해안선이 짧으니, 제대로 된 항만도 아카바항 하나뿐이다. 그러나 요르단 수출입 관문인 아카바항은 이라크, 시리아 등 주변국을 아우르는 물류거점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항만이다. 아카바항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살펴봤다.


솔로몬왕 시대 국제 무역항 역할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둘러싸인 좁고 긴 아카바 만 북쪽 끝에 자리한 아카바는 요르단에서 하나뿐인 항구도시다. 내륙국이나 다름없는 요르단 입장에선 아카바 만을 거쳐 홍해(紅海)로 이어지는 유일한 해상 거점인 셈이다. 아카바는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남쪽으로 365㎞ 떨어져 있으며, 자동차로 4시간가량 걸린다. 겨울에도 평균 20도 안팎의 따뜻한 수온을 유지하는 덕분에 일 년 내내 낚시, 수영, 수상스키, 스킨스쿠버 등의 해상 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물이 깨끗하고 각종 산호초가 울창해 스킨스쿠버를 하기에 제격이다. 이 때문에 요르단 정부는 아카바를 해양물류거점뿐 아니라 국제적인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아카바는 과거에도 국제 무역항 구실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성경에 나오는 에시온게벨 추정지로 유력한 곳이 아카바다. 아카바 인근 ‘텔엘칼리파’(칼리프들의 언덕)에서 솔로몬 왕 당시 구리 제련소의 흔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에시온게벨은 출애굽 여정 때 이스라엘 백성이 진을 쳤던 곳이다. 솔로몬 왕은 에시온게벨에 조선소를 짓고 국제 무역항으로 육성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에시온게벨은 ‘지혜의 왕’으로 이름을 떨친 솔로몬을 만나기 위해 스바 여왕이 배를 타고 도착한 항구로도 알려졌다. 기원전 10세기 말 파괴된 에시온게벨은 다시 복구돼 기원전 6세기까지 해상 무역항으로 전성기를 누렸다고 전한다.

 로마시대 아카바는 육상교통의 요지로 자리 잡았다. 아카바에서 다마스커스와 암만, 페트라를 연결하는 도로가 건설된 덕분이다. 이 길을 통해 이집트와 팔레스타인까지 오갈 수 있었다고 한다. 7세기 이후 아카바는 아랍 영토에 편입되고 십자군 요새가 됐다가 살라딘에 점령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으며 무역항 기능을 잃고 말았다. 오토만 터키 지배를 받게 된 16세기부터 제1차 세계대전까지는 보잘 것 없는 어촌에 머물렀다. 홍해로 진출하는 길목에 자리한 아카바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1917년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주인공인 영국군 정보장교 로렌스 중위가 아랍연합군과 함께 아카바에서 오스만 터키군을 몰아냈다.

 이후 아카바는 영국의 지배를 받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영토로 바뀌었고, 1965년 요르단 차지가 됐다. 아카바란 항만을 얻기 위해 요르단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건네준 사막에선 뒤에 석유가 쏟아졌다. 산유국이 아닌 요르단 입장에서 배가 아플 법도 한 일이다. 하지만 요르단은 불만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역을 위해 간절히 바라던 해상 출구인 아카바항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아카바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교통의 요지이자 천혜의 양항이며, 국제적 관광지로서 잠재력도 풍부하다. 석유가 나오는 땅과 맞바꿨다 해서 아까울 게 없다고 요르단이 판단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가치가 높은 곳이라 할 수 있다.

연 1500만TEU 처리 터미널 확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수요예측센터(PDAC)에서 지난해 말 펴낸 <항만과 산업>(2013년 12월호)을 보면 주항과 중앙항, 남부산업항으로 이뤄진 아카바항은 수심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06년 도심에서 남쪽에서 옮겼다. 새로 건설된 유류수출부두와 비료산업터미널은 항만 동쪽 사우디아라비아 부근에 있다. 아카바항에서 주로 처리하는 수출화물은 인산염, 타르, 시멘트 등이고, 수입화물은 건설자재, 곡물, 기계류 등이다. 여객과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도 갖추고 있다.

 요르단이 수입하는 일반화물과 곡물, 주요 수출품인 인산염은 대부분 주항에서 처리된다. 총 2120m 길이의 12개 선석을 보유한 주항의 최대 수심은 14.4m이며, 7만DWT급 선박까지 입·출항할 수 있다.  7개 선석(총길이 1000m)의 중앙항은 5만3000DWT급 선박의 입출항이 가능한 부유식 부두(수심 23m)와 10만DWT급 선박을 처리할 수 있는 돌핀부두, 로로(Ro-Ro)부두 등으로 이뤄졌다. 중앙항에선 컨테이너, 곡물, 시멘트 등을 주로 처리한다. 4개 선석(총길이 640m)의 남부산업항의 오일부두, 목재부두, 산업용부두로 구성됐고, 각각 유류, 목재, 비료·소금·화학약품 등을 처리하고 있다. 남부산업항의 산업용부두는 다시 소금, 유황, 드라이 벌크 화물을 주로 처리하는 서부두와 비료, 암모니아, 화공약품을 주로 처리하는 동부두로 나뉜다.

 14.5~22.0m 수심을 가진 아카바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지난해 11월 확장공사를 마쳤다. 2009년 착공한 확장프로젝트가 마무리됨에 따라 안벽길이가 540m에서 1000m로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기존 컨테이너 크레인 4기에 STS(Ship-to-Shore) 겐트리 크레인 2기와 RTG(Rubber Tired Gantry) 크레인 4기를 추가하면서 연간 1500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게 됐다. 이로써 시리아, 이라크 등으로 화물을 수송하기에 유리한 아카바항의 환적화물 처리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요르단 정부는 앞으로 아카바항에서 이라크를 포함한 인근 중동지역과 레반트(그리스와 이집트 사이 동지중해 연안 지역)을 철도로 연결할 계획이다.

 2006년 40만6000TEU였던 아카바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2007년 41만4000TEU, 2008년 58만3000TEU, 2009년 67만5000TEU로 늘었다. 2010년 61만TEU로 주춤했지만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간 연평균 11.1%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또 2011년 70만5000TEU, 2012년 81만7000TEU 등 2년 연속 10만TEU 남짓 늘면서 매년 기록을 다시 쓰는 중이다. 앞으로 아카바항의 유류 처리실적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남부 바스라 유전에서 퍼 올린 원유를 아카바항으로 수송하기 위한 파이프라인 건설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아카바항에는 하루 85만 배럴을 저장할 수 있는 대규모 석유 저장시설도 건설될 예정이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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