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전쟁에 시달리며 사회기반시설 상당수가 파괴된 이라크에서 경제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항만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코트라 바그다드무역관은 2월 말 이라크 정부가 수출입 물류의 관문인 항만 재개발 사업에 나섰다는 보고서를 냈다. 바그다드무역관 보고서를 보면 이라크항만청(General Company for Ports of Iraq·GCPI)은 올해 말까지 기존 항만의 화물 수용능력을 2배가량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 새로운 대형 컨테이너항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항만 인프라 현대화 바그다드무역관에 따르면, 이라크의 주요 수출입 항만은 움 카사르(Umm Qasr), 코르 알 주바이르(Khor Al-Zubair), 아부 플러스(Abu Flus), 알 마칼(Al Maqal) 등 4개뿐이다. 이 중 이라크 남부 바스라(Basrah)주의 주도(바스라)에서 약 100㎞ 떨어진 쿠웨이트 국경 부근에 자리한 움 카사르항이 가장 크다. 움 카사르항은 8만톤급 선박까지 입항할 수 있을 만큼 수심이 깊어 컨테이너와 벌크 화물 모두 처리 가능하다. 이라크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원유 수출량의 대부분이 움 카사르항에서 처리된다. 나머지 3개 항만은 움 카사르항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탓에 주로 재건에 필요한 자재와 기타 수입 제품을 처리하고 있다.
이라크 항만들의 가장 큰 문제는 화물선 수용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이라크에서 수출되는 원유의 80%를 처리하고, 대부분의 산업 자재 수입이 이루어지는 움 카사르항도 마찬가지다. 화물선이 움 카사르항에 정박하지 못하고 인근 국가의 항만에서 화물을 하역한 뒤, 육로 등을 통해 다시 이라크로 수송할 지경이다. 항만 인프라가 낙후되고 경영도 효율적이지 못한 탓이다. 특히 낙후된 항만 인프라 재개발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이라크 해운업계에선 인근 국가로 입항하는 선박을 자국 항만으로 유도하기 위한 하역 장비 현대화, 연계 서비스의 효율성 및 육로 수송과의 연결성 향상 등을 주요 과제로 꼽는다.
지난해 9월 발표된 이라크 정부의 ‘2013-2017 국가개발계획(National Development Plan·NDP)’은 이라크 항만의 당면 문제와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먼저 당면 문제로 이라크 정부는 대형 선박을 수용할 수 있는 운항 통로의 깊이 미달, 정박 터미널 부족, 항만 경영·운영 능력 미흡, 전자·운영시스템 같은 시설 현대화 미비 등을 꼽았다. 또 항해통로(Navigation Corridor)에 침몰된 선박 처리 미비에 따른 선박 진입 난항, 하역작업에 필요한 특수 장비 및 선적물 처리 장비 노후화, 인프라 개발 투자 부족, 전문 인력 자질 및 인력 부족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처럼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친 탓에 주변국 항만과의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게 이라크 정부의 분석이다.
선박 수용능력을 높이기 위한 과제로는 시설 현대화와 투자 유치 확대를 비롯해 세계적 컨설팅 업체를 통한 항만청의 경영 효율 향상,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는 전자 시스템 설치 등이 제시됐다. 특히 주요 항만의 항해 통로에 침몰된 선박을 제거함으로써 원활한 진입로를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이라크 정부는 움 카사르항에 13개의 다목적 터미널(연간 375만톤 수용)과 4개 컨테이너 터미널(연간 200만톤 수용)을 건설할 예정이다. 코르 알 주바이르항에도 연간 425만톤을 수용할 수 있는 13개 다목적 터미널을 건설하고, 다른 항만들의 현대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이라크항만청은 올해 말까지 주요 항만의 수용능력을 1590만톤에서 2900만톤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거대 컨테이너항 프로젝트 해운물류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이라크는 기존 항만들의 인프라 현대화와 더불어 세계적 규모의 심수 컨테이너항만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60억 달러를 투자해 바스라에서 남동쪽으로 100㎞ 떨어진 알 파오(Al Faw) 지역에 대형 신항만(알 파오항)을 건설하는 것이다. 알 파오항은 지난해 11월 대우건설이 7억 달러(7360억원) 규모의 방파제 공사를 수주했다고 보도되면서 국내에도 널리 알려졌다. 당시 대우건설은 알 파오항 프로젝트 가운데 이라크항만청이 발주한 15.85㎞ 길이의 사석방파제 준설 공사를 따냈다며 “이라크 정부는 터키 및 인근 국가간 연결 철도와 연계 개발해 알 파오항을 세계 12대 항만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바그다드무역관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발표에 의하면, 이라크 정부는 세계 10대 항만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알 파오항의 컨테이너 수용능력에 대해 이라크항만청은 2018년까지 300만톤, 2038년까지는 700만톤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일반화물 수용능력도 2018년 1000만톤에서 2038년이면 4000만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이라크항만청은 추산했다. 이라크항만청 전망대로라면 알 파오항은 현재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항만인 두바이의 제발 알리(Jebel Ali)항에 버금가는 규모가 된다.
알 파오항 프로젝트는 항만 건설뿐 아니라 고속철도 개발과 연계될 예정이다. 그럴 경우 육로 수송 시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아시아와 유럽 간 수송요금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 파오항 건설과 관련해 바그다드무역관은 “이라크의 장기 프로젝트로써 이라크가 국제 수송의 중심지로 탈바꿈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며 “이라크 정부에서는 알파오 항만 개발을 위해 사업에 참가한 외국 기업에 면세 혜택을 주기로 결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유 수출과 재건사업을 쓰일 자재 수입이 늘어나는 이라크에서 항만 현대화와 새로운 항만 건설은 반드시 필요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관련 사업에 뛰어드는 외국 기업들도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7억 달러에 이르는 방파제 공사를 지난해 수주한 대우건설처럼 신항만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이는 외국 기업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정부의 면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게다가 알 파오항 프로젝트는 항만 연결 고속철도 건설을 비롯해 컨테이너 및 드라이 벌크 터미널, 배후 단지와 해군기지 조성 등 규모가 큰 후속 공사가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우리 기업의 프로젝트 참여 및 이라크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바그다드무역관은 내다봤다.
글.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