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29 (목)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항만

미국 항만의 자존심 LA항

북미 최고 복합물류단지…친환경 화물운송네트워크 구축


제2차 세계대전 이후 70년 가까이 세계 최강대국 자리를 지켜온 미국은 중국이 급부상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무역선이 드나들던 나라다. 21세기 들어 중국 항만들의 물동량이 늘면서 미국·유럽·일본의 여러 항만의 위상이 전만 같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썩어도 준치’란 우리 속담처럼 아직까지 주요 선진국 항만의 경쟁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미국의 경우도 서부와 동부 지역 주요 항만들의 물동량은 상당한 편이다. 특히 미국 서부 로스앤젤레스(LA)항은 세계 10위 안에는 들지 못하지만, 10위권 언저리에서 세계 주요 항만들과 경쟁하는 미국 최대 항만이다.





13년 연속 미국 최대 컨테이너 물동량


 LA항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 서부 최대 도시 LA 카운티에 있는 항만이다. 캘리포니아 주 남부 산페드로(San Pedro) 만에는 바깥쪽에 건설한 방파제를 활용해 만든 항만이 2개 있다. 산페드로 만 북쪽 LA항과 남쪽 롱비치(LB)항이 그것이다. 두 항만은 산페드로 항만단지를 구성하지만 각자 독자적으로 운영된다. 두 항만 가운데 LA 도심으로부터 약 32㎞ 떨어진 LA항의 면적은 약 30.4㎢이며, 컨테이너 터미널과 여객 터미널 등 총 64㎞ 길이의 25개 터미널이 있다. LA항은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3년 연속 미국 항만 중 물동량 처리실적 1위를 지켜왔다. 2013년에도 1위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는 LA항의 2012년 실적은 화물 약 1억7520만톤과 컨테이너 807만8000TEU, 여객 42만여명이다.

 태평양 항로 서비스 선사들이 주로 이용하는 LA항은 2004년 아시아 수입화물이 급증하면서 항만적체를 겪었다. 이에 LA항 관리·운영 주체인 LA항만위원회(Los Angeles Harbor Commission)는 인프라 확충 및 생산성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을 추진해왔다. 항만 시설을 확장하는 동시에 생산성 향상을 위해 밤까지 터미널을 연장 운영하는 피어패스(PierPass) 제도를 도입했다. 또 야드 당 처리능력을 높이기 위한 적재시스템 개선, 첨단장비 도입, 터미널 인입철도시설 이용 확대 등을 추진했다. 덕분에 2006년 LA항의 컨테이너 실적은 2005년(748만TEU)에 견줘 13.1% 늘어난 846만TEU를 기록했다.

 하지만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기준 세계 항만 순위에서 LA항은 물동량이 빠르게 늘어난 중국의 신흥항만 등에 밀릴 수밖에 없었다. 2003년 세계 7위에서 2006년 10위로 밀려났다. 게다가 2007년부터 LA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3년 연속 줄었다. 2007년은 835만5000TEU로 감소폭이 작았으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은 2008년과 2009년엔 각각 785만TEU와 674만9000TEU로 물동량이 급감하고 말았다. 전년 대비 6.0% 물동량이 줄어든 2008년 세계 컨테이너항만 순위도 16위까지 추락했다. 2009년 이후 LA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2010년 783만2000TEU, 2011년 794만1000TEU, 2012년 807만8000TEU 등 증가율이 높지 않았다. 2011년 세계 순위는 2008년과 같은 16위(LB항과 합칠 경우 8위)였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수요예측센터(PDAC)에 따르면, LA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은 웨스트 베이슨(West Basin Container Terminal), 트라팩(TraPac Terminal), 유센(Yusen Terminal), 에버그린(Evergreen Terminal), 에이피엠(APM Terminal/Pier 400), 글로벌 게이트웨이 사우스(Global Gateway South Terminal) 등 7개다. 총 9381m 길이에 29개 선석으로 이뤄진 7개 컨테이너 터미널의 수심은 10.7m~16.2m이며, 모두 67기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갖추었다.



컨테이너 터미널 확장 공사

 지난 20012년 6월 7일 LA항만위원회는 302-306 부두 확장 공사인 ‘피어(Pier) 300’ 프로젝트 제안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마치고 최종 승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초기에 1억9600만 달러를 투자해 1250피트(381m) 길이의 새 부두와 41에이커(약 16만6000㎡)규모의 배후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규모 터미널 확장 공사인데도 친환경 설계를 기반으로 탄소배출량을 최소화한 시설이 완공되면 이글 마린 서비스(Eagle Marine Service)사가 장기 임대해 사용할 예정이다. 피어 300 프로젝트에 따라 LA항의 전체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연간 320만TEU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선박 기항과 일반화물 처리량도 현재보다 각각 58%와 6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특히 전체 터미널에 새로운 친환경 기술인 AMP(Alternative Marine Power) 전기 인프라 시설을 설치해 선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확장 공사가 마무리된 뒤 늘어나는 탄소배출량은 기존 시설에 견줘 20% 이하로 예상된다. 또 LA와 주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건설기간 약 34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향후 15년간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에서 약 8000개가량의 직간접적인 일자리가 파생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최대 컨테이너 처리실적을 기록 중인 LA항은 83만여개에 달하는 일자리와 매년 350억 달러의 세금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유럽의 온라인 해운뉴스에 따르면, LA항만위원회는 지난해 7월 1일부터 새로 시작된 회계연도에 책정한 예산 11억 달러 가운데 37%인 4억 달러를 LA항 역사상 가장 큰 항만 개선사업에 투입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항만 개선 예산 중 3억8000만 달러 이상은 컨테이너 터미널 및 교통시설 확충에 사용될 예정이다. 주요 사업은 트라팩 컨테이너 터미널 자동화 및 부두 내 철도수송 능력 확보를 위한 배후지 개발(9900만 달러), 차이나 쉬핑 터미널 건설(4150만 달러), 컨테이너 선박 접안 시 선박 자체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대신 부두에서 선박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발전소 건설(9600만 달러) 등이다.

 그리고 액체벌크화물 처리시설 개선에 8200만 달러를 투입하고, APL 터미널 배후지와 안벽 건설, 에버그린 터미널의 장비 및 안벽 개선, APMT 터미널의 포장교체 등 기타 항만시설 개선 예산도 1500만 달러를 배정했다. 그밖에 200번 선석의 조차장 건설(7900만 달러), 윌밍톤 친수시설 사용업체들을 위한 입체도로시설 건설(3320만 달러), 기타 운송시설 사업(880만 달러), 항만 보안정보시스템 연결성 향상을 위한 광섬유 설치(870만 달러) 등이 LA항 개선사업에 포함됐다. LA항만위원회는 LA항 개선을 통해 세계적으로 심화되는 항만 간 경쟁 속에서 LA항이 경쟁력을 유지하고 재정적으로도 안정적인 항만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표시했다.


LA항의 선사 인센티브 프로그램

 지난해 11월 8일자 월드매리타임뉴스닷컴(worldmaritimenews.com)을 보면, LA항만위원회는 LA항의 물동량을 늘리기 위한 ‘선사 인센티브 프로그램(Ocean Common Carrier Incentive Program)’을 발표했다. 인센티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선사에겐 올해 LA항에서 운송한 컨테이너 물량의 증가분에 대해 TEU당 5달러의 인센티브를 준다는 것이다. 인센티브 제공 물동량은 지난해 LA항에서 운송한 물동량이 기준이며, 올해 증가분에 대한 인센티브는 내년 초 일괄 정산한다. 예컨대 올해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분이 10만TEU 또는 그 이상인 선사는 증가분에 대해 TEU당 15달러의 인센티브를 내년 초 받게 된다.

 LA항의 인센티브 프로그램은 세계 2, 3위 컨테이너 선사인 MSC(스위스)와 CMA-CGM(프랑스)이 LB항을 허브항만으로 정하면서, LA항의 물동량 감소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중국 코스코(COSCO)와 LB항 허브를 공유하고 있는 MSC의 경우 한국의 한진해운과도 LB항 터미널 공유 계약 체결했다. 환태평양 무역이 더 활성화될 것이란 기대 때문으로 보인다. 또 선박 대형화와 선복량 공급 과잉 등 다양한 변화에 직면한 정기선사들이 전통적 수익 모델인 전용터미널 기항을 다시 고려하는 국제해운산업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선사들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항로와 항만과의 관계를 설정하려 한다는 것이다.

 LA항만위원회는 인센티브 프로그램이 선사들과 LA항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이번 인센티브 프로그램 시행으로 추가 물동량 확보와 동시에 LA항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LB항 등 경쟁항만보다 우위를 차지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LA항만위원회는 인센티브 프로그램 효과를 매달 평가한 뒤 내년까지 연장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한국은 중국, 일본에 이어 LA항의 3번째(2011년 기준) 교역 파트너로, 교역액이 160억 달러(중국 1360억 달러, 일본 410억 달러)에 이른다. LA항을 통해 미국에 수출된 한국산 상품 가운데 최대 품목은 컴퓨터, 주변기기, 기계 등(35억 달러)이며, 전기기기와 전동차 및 부품 등(26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LA항 인근 산페드로에는 미국 독립 200주년을 기념하고 한국전에 참전한 미군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1976년 한국이 기증한 ‘우정의 종각’이 있다. 이 종각의 종은 경주국립박물관에 보존된 성덕대왕신종과 모양이 비슷하다.

글. 이주현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