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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파나마운하 확장 기다리는 킹스턴항

카리브해 무역거점…환적화물 대폭 증가 전망



태평양과 대서양을 잇는 파나마운하가 확장되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전세계 교역량의 약 5%를 처리하는 전략적 운하다. 파나마는 컨테이너 선박 대형화, 물동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파나마운하의 2개 수로를 확장하고 수로 1개를 추가하는 공사를 2011년 시작했다. 애초 파나마운하 확장은 개통 100주년에 맞춰 2014년 마무리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공사 규모가 커짐에 따라 2015년으로 연기됐다.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가 끝나면, 포스트-파나막스급 선박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처리 가능한 물동량이 현재보다 2배가량 늘어난다. 덕분에 파나마운하 주변 중남미와 카리브해 항만들의 물동량도 늘어날 전망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메이카 킹스턴(킹스톤·Kingston)도 파나마운하 확장 이후 물동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항만 가운데 하나다.


자메이카 항만경쟁력의 중추
 킹스턴은 쿠바 섬(쿠바)과 히스파니올라 섬(서쪽 아이티·동쪽 도미니카공화국)에 이어 카리브해에서 3번째 큰 섬으로 이뤄진 자메이카의 수도다. 서인도제도에 있는 섬나라 자메이카는 카리브해의 영국 식민지 가운데 처음으로 1962년 8월 독립했다. 최근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버스와 달리기 대결을 벌여 승리한 것으로 알려진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 등을 앞세워 자메이카는 미국을 넘어 단거리 육상 세계 최강국으로 우뚝 섰다. 세계 대중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레게’(reggae)란 장르의 고향으로도 유명하다. 자메이카 경제는 농축산식품(사탕수수, 커피, 돼지고기, 우유 등)과 광물(보크사이트, 알루미늄, 석회석 등) 수출, 관광업 비중이 높다.

 자메이카 남동쪽 해안에 위치한 킹스턴항은 팔리세이도스 반도에 둘러싸여 있다. 길고도 좁은 팔리세이도스 반도가 방파제 구실을 하기 때문에 천연 양항이란 평가를 받는다. 특히 파나마운하와 이어지는 무역항로에 자리한 덕분에 서인도제도 항만 가운데 물동량이 가장 많다. 1655년 자메이카를 점령한 영국이 팔리세이도스 반도 끝에 포트로열(Port Royal)을 건설하면서 킹스턴항은 자메이카 해운의 중심지가 됐다. 17세기 카리브해를 항해하는 프랑스와 스페인 선박들을 약탈한 해적들의 거점이 포트로열이었다. 그러나 1692년 6월 발생한 지진으로 포트로열이 파괴된 뒤, 킹스턴 시가지가 조성되고 상업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18세기 킹스턴항은 노예무역 거점으로 성장했다.

 1870년 자메이카 수도로 선정된 킹스턴의 인구는 약 94만명(2011년 기준). 영국 연방국의 하나인 자메이카의 인구가 약 289만명(2012년 기준)이니, 전 국민의 30% 이상이 모여 살 만큼 자메이카에서 킹스턴의 비중은 크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국제물류투자분석센터에서 2012년 8월 말 펴낸 <KMI 국제물류위클리>(167호)를 보면, 자메이카 경제는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연평균 1~2% 성장했다. 비록 성장률이 높지 않았지만 꾸준히 성장하던 자메이카 경제는 2008년과 2009년 마이너스 성장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 탓이다. 이에 외채를 갚기 어려워진 자메이카 정부는 2010년 2월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공공부문 개혁, 금융 시스템 개선 등을 조건으로 자메이카 정부와 IMF는 13억 달러 규모의 대기성 차관 협정을 맺었다. 자메이카의 공공부문 개혁 지원을 위해 세계은행도 2억 달러를 대출해줬다. 2011년 자메이카 경제는 성장세로 돌아서 1.3% 성장률을 보였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펴낸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The Global Competitiveness Report 2011-2012)를 보면, 142개 평가 대상국 중 자메이카의 운송 인프라 경쟁력은 39위로, 인근 경쟁국인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다른 인프라에 견줘 자메이카 항만의 경쟁력이 가장 돋보였다. 자메이카의 철도(113위), 도로(75위), 항공(41위) 등은 전체 인프라 경쟁력 순위보다 낮았지만 항만 경쟁력은 30위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자메이카 주요 항만으로는 킹스턴, 몬티(몬티고 베이), 오치(오초 리오스) 3개가 있다. 이 가운데 킹스턴은 가장 클 뿐 아니라 카리브해 연안의 중심 환적항만 구실을 한다. 킹스턴 외에 바하마의 프리포트(Freeport), 파나마의 콜론(Colon)과 푸에르토 만사니요(Puerto Manzanillo) 등이 카리브해 항로의 주요 환적항만으로 손꼽힌다. 이들 항만은 주로 중미와 카리브해, 남미(동안 중심) 지역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킹스턴항 주요 시설과 물동량

 환적화물뿐 아니라 항만 인근에 조성된 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물동량을 처리하는 킹스턴항의 컨테이너 처리시설은 KCT(Kingston Container Terminal)와 KWT(Kingston Wharves Terminal) 2가 있다. 2개 터미널 가운데 KCT는 컨테이너 전용 터미널로, 킹스턴항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자메이카항만청(Port Authority of Jamaica)이 자회사(Kingston Container Terminal Services Ltd)를 통해 운영한다. KCT는 다시 북부터미널과 남부터미널(골든 케이), 서부터미널로 나뉜다. KCT의 선석은 총 3개이며, 안벽 길이는 2485m, 수심은 12~13.5m다. KCT는 2010년 현재 총 19기에 이르는 갠트리 크레인을 갖추고 있다. 19기 중 5단계 확장 프로젝트에 따라 도입된 슈퍼 포스트 파나막스급 크레인 4기는 컴퓨터로 유지·보수된다. KWT는 킹스턴 부두사(Kingston Wharves Ltd)가 운영하는데, 총 9개 선석 가운데 5개 선석에서 컨테이너를 처리중이다. KWT의 안벽 길이는 1644m, 수심은 8.9~13m다.

 킹스턴 컨테이너 터미널 서비스사가 맡기 전까지 KCT를 운영하던 곳은 덴마크의 세계 최대 해운업체 AP 몰러-머스크그룹 계열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Global Terminal Operator)인 APM터미널이었다. APM터미널은 2001년 2월부터 2009년 1월까지 8년 동안 KCT를 운영했다. 킹스턴항이 미국(동·중부)과 유럽, 파나마, 태평양, 남미 서·동부 연안의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거점으로 이용하기 적합한 때문이었다. APM터미널이 KCT를 운영하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킹스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꾸준히 늘어났다. 이 기간 KCT가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 라인의 카리브 지역 환적허브 터미널 구실을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APM터미널은 터미널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선박과 게이트에서 트럭까지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시간당 생산성도 높이는 등 좋은 평가를 받았다. 다만 APM터미널이 KCT 운영에서 손을 떼기 전인 2007년에도 킹스턴항의 환적화물 및 컨테이너 물동량은 줄었다. KCT 운영을 위해 APM터미널은 자메이카 현지 파트너사(Amalgamated Stevedores Limited)와 80대 20 지분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한 바 있다. APM터미널의 KCT 운영 계약이 연장되지 않은 데 대해 머스크 라인이 지역 환적허브를 파나마운하 쪽으로 옮긴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북미와 중남미를 잇는 항로상에 자리한 킹스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4년 136만TEU, 2005년 167만TEU, 2006년 215만TEU로 3년간 크게 늘었다. 그러나 2007년 202만TEU로 줄어든 뒤 2008년 192만TEU를 처리하며 전년 대비 5.0% 감소율을 기록했다.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증가율은 8.9%인데 2004~2006년 크게 늘었던 덕분이다. 2009년에서 169만TEU를 처리하며 3년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2010년 189만TEU를 처리하며 오름세로 돌아서는 듯했지만 2011년 176만TEU로 다시 줄고 말았다. 2006년부터 2011년까지 킹스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3.9% 감소했다.

파나마운하 확장 후 반등 기대
 앞서 살펴봤듯이 2006년까지 큰 폭으로 늘었던 킹스턴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7년 내림세로 돌아선 뒤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년(202만TEU)에 견줘 5.0%나 줄었던 2008년 처리실적(192만TEU)을 2011년까지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킹스턴항의 앞날이 밝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메이카 정부는 파나마운하 확장과 함께 킹스턴항의 물동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이와 관련해 노엘 힐턴(Noel Hylton) 자메이카항만청장은 2011년 10월 말 열린 캐리비안 항만협회(Caribbean Shipping Association) 주최 컨퍼런스에 참석해 킹스턴항 컨테이너 터미널 확장을 위해 7억8000만 달러 규모의 민관 투자를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운하 경유 항로에서 허브항만 구실을 할 수 있도록 킹스턴항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확장하겠다는 게 힐턴 청장의 설명이었다.

 자메이카항만청의 컨테이너 터미널 확장 계획에는 2011년 8월 자메이카 교통부와 KCT 골든 케이(Gordon Cay) 터미널 35년 운영권 계약을 맺은 프랑스 국적선사 CMA CGM의 1억 달러 투자와 오거스타항(Fortu Augusta) 개발을 위한 4억 달러 규모의 민간투자가 포함됐다. CMA CGM는 킹스턴항의 인프라 개선과 장비 성능 향상 등을 위해 파나마운하 확장 공사가 완료되는 시기에 맞춰 투자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CMA CGM의 투자는 킹스턴항을 카리브해의 환적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다. 앞서 자메이카 정부는 KCT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는데, 자메이카항만청은 KCT 민영화와 CMA CGM 투자는 무관하다고 선 을 그었다.
 해양수산개발원이 소개한 자메이카 정부의 KCT 민영화 계획에서 눈에 띄는 점은 민간 기업이 오거스타항 시설을 건설하고 운영하다가 자메이카항만청에 귀속시키는 민간투자(BOT)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자메이카 국가계약위원회(National Contracts Commission)는 KCT 민영화를 위해 2011년 미국의 세계적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 쿠퍼스(Pricewaterhouse Coopers)와 300만 달러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었다. 오거스타항 컨테이너 터미널 개발은 골든 케이 컨테이너 허브항 프로젝트, 킹스턴-몬티고 베이(Montego Bay)-오초 리오스(Ocho Rios)를 잇는 민간고속도로(Highway 2000) 건설과 함께 파나마 운하 확장에 맞춰 자메이카에서 추진 중인 3대 프로젝트로 꼽힌다.

 자메이카항만청은 2000년대 초부터 킹스턴항 확장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KCT와 KWT를 확장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문제였다. 이에 KCT 골든 케이 터미널 남쪽 오거스타항에 새로운 컨테이너 터미널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중국의 건설업체 CHEC(China Harbour Engineering Company Limited)가 오거스타항 개발에 관심을 표시하자 CMA CGM과 비슷한 방식으로 CHEC와 타당성 조사 등에 대한 협약(MOU)을 맺었다. 이 협약은 2011년 8월 자메이카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이에 따라 CHEC는 킹스턴항 개발, 입출항로, 화물과 승객 운송 시설, 철도시스템 개발 등을 위한 연구를 진행중이다. 오거스타항 컨테이너 터미널 설계는 영국 모트 맥도날드(Mott Macdonald)사가 맡았다. 모트 맥도날드는 1만2500TEU급 선박 입항 가능 항로, 수심 18m 증설, 2500m 추가 선석 개발, 갠트리 크레인 설치 등 여러 가지 조건에 맞춘 터미널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거스타항이 개발되면 킹스턴항의 연간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200만TEU에서 520만TEU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글.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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