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플란더스의 개>의 무대인 앤트워프(안트베르펜·프랑스어 앙베르)는 네덜란드 로테르담, 독일 함부르크와 더불어 유럽 3대 항만으로 꼽힌다. 북해에서 약 90㎞ 떨어진 스헬데(Schelde)강 하구에 자리한 앤트워프는 오랫동안 유럽의 관문항 구실을 해왔다. 특히 로테르담과 함께 스헬데-마스-라인 델타(Scheldt-Maas-Rhine Delta) 지역의 핵심 항만으로 유럽 배후 지역과의 접근성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
요새로 출발해 무역항으로 성장 앤트워프는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북쪽으로 약 40㎞ 떨어져 있는 상업과 무역의 중심지다. 벨기에 도시 가운데 브뤼셀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일찍부터 북부 플랑드르(플란더스) 지역의 관문 구실을 해온 탓에 철도와 고속도로를 통해 내륙 주요 도시와 이어진다. 1920년 제7회 올림픽경기대회가 열렸을 만큼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2000년 민중서관에서 펴낸 <체육학대사전>에 따르면, 앤트워프는 15세기부터 다이아몬드 가공업이 발달했다. 그밖에 조선·자동차·화학·제분·양조·식품 등도 활발한 편이다.
두산백과, 위키백과 등을 종합하면, 앤트워프는 노르만족이 9세기 건설한 요새로 출발해, 12세기부터 상업도시로 자리 잡았다. 16세기에는 스페인의 신대륙무역 등에 힘입어 유럽 제일의 무역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1531년 유럽 첫 주식거래소가 설립된 뒤 금융업이 발달하면서 플랑드르 지역의 경제 중심지가 됐다. 1581년 네덜란드가 독립을 선언한 이후 스헬데강의 항행이 금지되자 유럽 제일의 무역항이란 명예를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에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1830년 독립한 벨기에가 1863년 네덜란드로부터 스헬데강의 통행권을 사들인 덕분에 무역항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앤트워프는 스헬데강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앤트워프 시청사 앞에는 로마 병사 실비우스 브라보(Silvius Brabo)의 동상 분수가 서있다. 브라보는 스헬데강을 지나는 항해자들에게 통행료를 받으며, 통행료를 내지 않으면 잔인하게 살해했던 안티곤(Antigon)이란 거인의 팔을 잘라 스헬데강에 던져버리면서 져스헬데강 항해자들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기리기 위해 앤트워프시는 중앙광장(Grote Markt)에 브라보의 동상을 세웠다. 브라보 동상 아래 있는 안티곤 동상의 잘려진 팔에선 물이 뿜어져 나온다.
앤트워프는 <플란더스의 개>란 소설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큰 인기를 모았던 이 작품의 주인공 ‘네로’는 벨기에 최대 고딕 양식 건물인 앤트워프 노트르담 성당에 소장된 페테르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의 그림을 보면서 화가의 꿈을 키웠다. 루벤스의 그림들은 지금도 노트르담 성당에 걸려 있다. 그밖에 앤트워프에는 네덜란드풍 르네상스 양식의 걸작으로 꼽히는 시청사와 조합사무소(길드하우스), 옛 성(스텐성)을 개조한 해양박물관, 16∼17세기의 플랑드르파 화가들의 명화를 보유한 미술관, 루벤스가 살던 집을 복원한 루벤스하우스 등 볼거리가 즐비하다.
유럽 3번째 컨테이너 물동량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수요예측센터(PDAC)에 따르면, 앤트워프는 네덜란드 및 프랑스와 가깝다. 영국과도 도버해협을 사이에 두고 맞닿아 있다. 무역항으로 유리하면서도, 이들 나라의 항만들과 화물 유치 경쟁을 벌여야 하는 형편이다. 특히 유럽 최대 무역항인 로테르담과 인접해 있다. 그럼에도 나름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지역을 오고 가는 컨테이너 비중이 높다. 입지상 로테르담항, 함부르크항, 르아브르항에 견줘 배후지역과 육상 운송거리가 짧아 유리하다. 주요 처리 화물은 석유화학제품, 광석, 석탄, 철강제품, 원유, 곡물, 종이, 설탕, 과일 등이다.
엔트워프항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곳은 앤트워프항만공사(Antwerp Port Authority)디. 앤트워프항만공사은 각 터미널을 운영하는 민간기업과 협조해 항만 개발, 발전방향 수립, 부두, 안벽, 수로, 창고, 하역시설 등을 관리한다. 2012년 기준으로 엔트위프항은 총 8개 터미널로 이루어져 있다.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선석은 총 34개, 최대 수심은 16m다. 34개 선석 가운데 유럽 최대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사로 손꼽히는 PSA가 18개 선석을 운영한다. 나머지 터미널은 앤트워프 게이트웨이(Antwerp Gateway NV), DP 월드 앤트워프(DP World Antwerp), MSC 홈 터미널(MSC Home Terminal NV), 시포트 터미널(Seaport Terminal NV) 등이 운영하고 있다.
앤트워프항에선 2016년 완공을 목표로 갑문 설치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공사가 완료되면 길이 500m, 넓이 68m, 깊이 17.8m의 갑문이 완성돼 엔트워프항의 컨테이너 하역 능력을 크게 높일 것으로 보인다. 앤트워프항은 환적화물 비중이 크다. 유럽의 주요 물류거점으로 꼽히는 이유다. 앤트워프항만공사는 배후 물류센터를 크게 늘린 바 있다. 이 물류센터는 보관, 분류, 포장, 배송, 가공, 판매, 유통, 전시 등이 가능한 시설을 갖추었다. 또 화물을 원활하게 처리하기 위해 전자데이터 전송시스템을 일찍이 구축했고, 이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조직(SEAGHA)도 1986년 출범시켰다. 하역업체, 포워더, 선주협회, 선박대리점, 상공회의소 등이 참여한 SEAGHA는 1988년 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앤트워프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연평균 9.9%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지구촌을 강타한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2008년 866만TEU를 처리해, 전년 동기대비 6.0% 컨테이너 물동량이 늘어났다. 같은 기간 경쟁 항만인 로테르담항은 0.1% 증가(1080만TEU), 함부르크항은 2.0% 줄어(970만TEU) 대조적이었다. 2003년부터 2012년까지는 연평균 4.7%의 증가율을 기록해 이전보다 증가율이 낮아졌다. 2012년 처리실적은 전년 대비 0.3% 줄어든 863만5000TEU였다(세계 15위). 2000년부터 10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다가 2010년 이후 답보 상태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글.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