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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스칸디나비아 허브항 ‘예테보리’



한 때 영국과 프랑스를 거쳐 스페인까지, 대서양을 휩쓸었던 해양 민족 바이킹. 오늘날 바이킹의 후예들이 세웠다고 자처하는 나라는 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다. 세 나라 모두 선진해운그룹(CSG) 회원국으로 해운이 활발하다. 세 나라 가운데서도 스칸디나비아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스웨덴은 해운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며 이러한 해운강국 스웨덴을 대표하는 항만은 예테보리항이다. 아울러 예테보리항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서 가장 큰 항만이기도 하다.


‘북방의 사자’가 만든 부동항
 스웨덴 남서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예테보리는 고텐부르크(Gothenburg)라고도 불린다. 스웨덴에서 수도 스톡홀름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자 오크보후스주(州)의 주도인 예테보리의 역사는, 스웨덴 왕 구스타브 2세(구스타브 아돌프)가 17세기 초 카테가트 해협 연안 예타강 어귀에 세운 부동항에서 출발한다. 구스타브 2세는 1594년 태어나 1611년부터 1632년까지 스웨덴을 다스렸다. ‘북방의 사자’로 불린 구스타브 2세에 대한 평가는 문무를 겸비한 군주로 스웨덴을 북유럽의 강자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는 덴마크, 러시아 등과 싸워 발트해 동쪽으로 영토를 넓혔을 뿐 아니라 광산을 개발하고 발트해 연안에 항만을 지어 국제 무역에도 힘을 기울였다. 예테보리는 그의 이름을 딴 ‘구스타브 아돌프 광장(Gustav Adolf Torg)’을 중심으로 확대됐다.
 예테보리는 ‘바다의 도시’다. 예테보리 중심 거리인 ‘쿵스포트아베뉜(Kungsportsavenyn)’ 남쪽 끝 ‘예타 광장(Gotaplatsen)’에 우뚝 서있는 ‘포세이돈 분수’가 이를 상징한다. 포세이돈은 그리스 신화에서 최고신인 제우스의 동생이자 바다를 지배하는 신으로 나온다. ‘바다의 신’인 포세이돈을 통해 예테보리는 바다의 도시임을 강조하는 셈이다. 예테보리에는 바다를 주제로 한 해양박물관과 해양모험센터도 있다. 조선소 터에 지어진 예테보리 해양박물관을 찾으면, 스웨덴의 해양 역사와 해양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다. 줄여서 ‘마리티만(Maritiman)’이라 불리는 예테보리 해양모험센터도 문을 닫은 조선소를 활용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곳은 화물선과 어선을 비롯해 구축함과 잠수함까지 실제 선박들을 두루 모아 다리로 연결한 게 특징이다. 걸어 다니면서 쓰임새가 다른 여러 선박들을 체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해상박물관인 셈이다.
 ‘북방의 사자’가 건설한 예테보리는 인구 50만명이 넘는 스웨덴 제2의 도시가 됐다. 우리나라로 치면 부산에 해당한다. 부산처럼 예테보리도 항만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항해학교와 해양연구소도 있다. 예테보리에 있는 해양박물관과 해양모험센터가 모두 조선소 터에 지어졌을 만큼, 예테보리는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스웨덴 조선업의 중심지였다. 예테보리와 또다른 항구도시 말뫼를 중심으로 번창했던 스웨덴 조선업은 한국·일본·중국에 밀렸고, 많은 조선소들이 문을 닫았다. 그러나 현재도 예테보리는 자동차 및 볼베어링 제조, 제지, 목공 등이 활발한 공업도시다. 글로벌 자동차기업인 볼보의 고향으로 유명한데, 항만 근처엔 볼보의 자동차공장을 포함해 대규모 공장들이 즐비하다.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에서 예테보리까지는 고속열차인 ‘X2000’으로 3시간 걸린다. 예테보리항에서 선박을 통해 스톡홀름으로 화물을 실어 나를 수도 있다. 예타 운하로 스톡홀름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예테보리항은 예로부터 국제무역이 활발했다. 중국에서 차(茶), 도자기, 비단 등을 가득 싣고 9개월 동안 항해한 스웨덴 동인도회사 소속 무역선이 1745년 9월 12일 예테보리항에 입항하려다 암초에 부딪쳐 침몰했을 정도다. 스웨덴은 예테보리항을 900m 남겨두고 침몰한 무역선 발굴을 1984년부터 시작했다. 복원 작업을 거쳐 2003년 6월 ‘예테보리호’란 이름으로 진수된 스웨덴 동방무역선은, 2005년 10월 예테보리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항까지 18세기 무역로를 따라 항해한 뒤 2007년 6월 무사히 예테보리항으로 돌아온 바 있다.

항만 인프라와 물동량
 1922년 자유항으로 지정된 예테보리항 주변엔 별도로 조성된 자유무역지대가 없다. 하지만 북유럽 통상 중심지 가운데 한 곳으로 대접 받는다. 일반화물, 컨테이너, 에너지 등 스웨덴 대외 무역의 약 30%를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 덕분이다. 볼보 자동차 수출을 위한 차량운반 전용터미널과 크루즈 터미널도 따로 갖추었다. 예테보리항만공사(Gothenburg Port Authority) 웹사이트를 보면, 예테보리항은 리아 하버(Rya Harbour), 스카빅 하버(Skarvik Harbour), 스칸디아 하버 비투멘(Skandia Harbour Bitumen), 투르 하버(Tor Harbour), 아렌달(Arendal), 엘브스보리 하버(Alvsborg Harbour), 스칸디아 하버(Skandia Harbour), 크루주 키(Cruise quays)로 나뉜다.
 예테보리항의 컨테이너 터미널 운영은 이웃나라 덴마크의 AP몰러-머스크 그룹 산하 글로벌 터미널 운영사(GTO)인 APM터미널이 맡고 있다. 해양수산개발원(KMI) 항만수요예측센터(PDAC)에 따르면, APM터미널이 운영하는 컨테이너 터미널(APM Terminals Gothenburg)은 “예테보리항 컨테이너 물동량의 대부분을 처리”한다. 15개에 이르는 컨테이너 정기항로와 주당 20회가 넘는 항차를 운영 중인 이 터미널의 2011년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약 80만TEU. APM터미널은 컨테이너선 대형화 추세에 맞춰 2015년까지 슈퍼 포스트 파나막스급 갠트리 크레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로로(roll-on roll-off) 선석을 갖춘 엘브스보리 하버에선 컨테이너와 함께 트레일러를 비롯한 차량까지 처리 가능하다. 이 부두에선 종이와 펄프 전문 물류센터도 운영한다.

 예테보리항의 “유류부두에서는 연간 2천만톤의 석유 및 화공품 등 액체화물을 처리”한다. “연간 2500대의 탱커선이 입항”하는 유류부두에서 처리하는 액체화물 가운데 “50%는 스웨덴에서 소비하며 50%는 정제 후 해외 수출”된다. 새로운 유류부두도 건설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와 바이오가스를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2015년 완공될 예정이다. 예테보리항은 유럽연합(EU)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과 함께 ‘LNG 수송의 중심지’로 선정됐다. 영국의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예테보리항과 로테르담항에 LNG 브레이크벌크 터미널을 짓기 위해 EU가 3400만 유로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예테보리항의 물류 환경도 개선될 전망이다. “항만 내에 물류 구역을 지정하여 물류센터 건설”을 계획 중이기 때문이다. 예테보리항에 물류센터가 완공되면 화물 처리 능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2007년 84만1000TEU였던 예테보리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2012년 90만TEU로 늘었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은 1.4%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8년 86만3000TEU에서 이듬해 72만5000TEU까지 줄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증가율은 더 높다(2010년 79만6000TEU, 2011년 88만7000TEU). 2011년 기준으로 예테보리항에선 컨테이너 외에 차량 22만7000대와 화물 4180만t을 처리했다. 예테보리항 내 크루즈 부두 등을 여객 터미널을 이용한 승객 숫자는 170만명이다.

.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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