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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

캐나다 항만 ‘아시아를 유혹하다’






북아메리카(북미) 대륙 북서부에 위치한 캐나다 항만들이 아시아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캐나다는 브리티시 콜롬비아(BC)주의 무역항에서 아시아 주요 무역항까지 거리가 미국 서부 무역항들보다 가깝다는 점을 앞세워 ‘아시아 태평양 관문·통로 계획(APGCI·Asia Pacific Gateway and Corridor Initiative)’을 추진 중이다. 프로젝트 목적은 아시아와 북미 대륙을 잇는 물류체계 구축. 자세히 설명하면 부산, 도쿄, 상하이, 선전,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주요 항만과 BC주의 광역밴쿠버(Metro Vancouver)항 및 프린스루퍼트(Prince Rupert)항을 화물선으로 잇고, 철도와 고속도로를 통해 두 항만과 캐나다·미국 내륙지역은 물론 대서양 연안 캐나다 항만(핼리팩스)까지 연결한다는 것이다.



아시아-북미간 물류체계
 우리나라 외교부는 APGCI에 대해 지난 2006년 1월 캐나다 총선거에서 승리한 보수당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를 바탕으로 캐나다 외교통상부가 추진하는 4대 핵심 과제(Key Priorities) 가운데 하나라고 2009년 12월 밝힌 바 있다. “북미시장에서 캐나다의 경쟁력 제고, 신흥시장 개척 및 이를 위한 캐나다의 통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노력한다”는 “차원에서 북미 지역과 아시아간 물류편의 제고를 위한 아시아 태평양 게이트웨이 사업을 지지한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 코트라 밴쿠버무역관 보고를 보면, 2006년부터 추진된 APGCI에는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BC, 앨버타, 사스캐처원, 매니토바), 항만청(광역밴쿠버, 프린스루퍼트), 철도회사(캐나다 퍼시픽, 캐나디안 내셔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APGCI를 위해 2006년부터 2012년 1월까지 약 30억 캐나다 달러를 투자했다.
 APGCI의 목적은 고도성장을 이룬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여러 나라와 캐나다 사이에 교역이 확대되면서 늘어난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6년 5월 영국의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는 캐나다 서부교통자문위원회(WESTAC)가 “급격히 증가하는 해상 물동량 처리를 위해 캐나다 서안 항만시설의 대폭적인 확장이 필요”하다고 전망하는 보고서를 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WESTAC 보고서는 2004년 186만TEU이던 BC주의 컨테이너 물동량이 2015년 540만TEU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또 컨테이너 물동량뿐 아니라 석탄 수출량도 2004년 2470만t에서 2015년 5070만t으로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며, 컨테이너와 석탄 수송에 필요한 열차와 터미널 등의 확충이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APGCI는 ‘아시아 태평양 시대’를 맞아 BC주를 캐나다의 관문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기도 하다. 캐나다 아시아태평양재단(APFC) 관계자는 “BC주를 아시아로 나가는 캐나다의 다리로 만드는 것”이라며 “단순히 도로나 항만 건설 등 교통시스템 구축이나 교역 정책 우선권을 부여하는 차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BC주뿐 아니라 캐나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사업이라는 뜻이다. 밴쿠버무역관도 지난해 5월 “캐나다 연방정부와 BC 주정부는 대미의존도를 줄이고 아시아 태평양지역과의 교역을 증진시키기 위해 주요 운송관련기관과 협력, 2005년부터 2020년까지 서부 캐나다 지역의 운송 인프라 확충사업에 총 2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밴쿠버무역관에 따르면, BC주는 지난해 4월 초 APGCI의 후속 계획(Pacific Gateway Transportation Strategy 2012-2020)을 발표했다. 아시아와의 무역 확대를 위한 운송 인프라 사업에 250억 달러를 더 투자한다는 것이다. 사업 내용은 광역밴쿠버항과 프린스루퍼트항의 컨테이너 처리능력 확충, 철도시설 개선, 밴쿠버국제공항 화물처리시설 확장 등 육해공 교통체계를 모두 포함하고 있다. BC주는 액화천연가스(LNG), 칼륨(포타시), 목재, 석탄, 구리 등의 자원을 한국, 중국, 일본에 수출하는 데 필요한 항만시설도 확충할 예정이다.



프린스루퍼트항의 도전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APGCI의 목적은 BC주를 포함한 캐나다 전체의 대아시아 교역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정책으로 덕을 보는 곳은 BC주일 수밖에 없다. BC주에 있는 광역밴쿠버항과 프린스루퍼트항을 중심으로 APGCI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아니 두 항만이 없었다면 APGCI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보는 게 옳을 듯하다. 광역밴쿠버항과 프린스루퍼트항 덕분에 BC주가 캐나다의 관문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APGCI는 또 광역밴쿠버항과 프린스루퍼트항이 미국 서부 주요 무역항들(로스엔젤레스, 오클랜드, 시애틀, 터코마)과 겨루어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기도 하다. APGCI에서 핵심 역할을 맡은 BC주의 두 항만 가운데 프린스루퍼트항은 컨테이너항만으로 개발된 지 10년이 채 되지 못한 된 곳이다.
 프린스루퍼트항의 장점으로 프린스루퍼트항만청(PRPA·Prince Rupert Port Authority)은 북미 대륙에서 아시아와의 거리가 가장 짧다는 점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특히 미국과 캐나다 무역항 가운데 가장 빨리 태평양을 관통해 동북아시아 세 나라(한국, 중국, 일본)에 도착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PRPA가 계산해보니, 부산항을 출발한 컨테이너선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항과 오클랜드항에 입항하려면 각각 262시간과 246시간이 걸린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항까지는 230시간 동안 항해해야 한다. 캐나다 BC주 밴쿠버항도 231시간 남짓 걸린다. 그러나 밴쿠버항과 같은 BC주에 있어도 프린스루퍼트항은 209시간이면 도착한다. 세계 최대 항만인 중국 상하이항까지 거리도 시애틀항(5101㎞)과 로스앤젤레스항(5810㎞)보다 가까운 4642㎞. 북미 대륙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부동항이어서 미국 서부 무역항과 견줘 항해시간을 2~3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수심이 17m인 프린스루퍼트항은 연간 75만TEU를 처리할 수 있는 페어뷰(Fairvie) 컨테이너 터미널, 노스랜드(Northland) 크루즈 터미널, 리들리(Ridley) 터미널, 애틀린(Atlin) 크루즈 터미널, 프린스 루퍼트 그레인 등으로 이뤄졌다. 2007년 문을 연 페어뷰 컨테이너 터미널은 1977년 완성된 페어뷰 터미널을 컨테이너까지 처리할 수 있도록 새 단장한 것이다. 이전까지는 페어뷰 터미널과 리들리 터미널, 프린스 루퍼트 그레인에선 석탄, 우드팰릿, 곡물 따위 벌크 화물을 처리했다. 페어뷰 컨테이너 터미널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개장 첫해인 2007년 1만7000TEU에서 이듬해 18만2000TEU로 증가했다. 2008년 후반기 지구촌을 강타한 금융위기의 영향을 받아 전세계 주요 항만들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이 급감했던 2009년에도 프린스루퍼트항은 26만5000TEU를 처리하며, 2008년과 견줘 45.8% 증가율을 보였다. 2010년 34만3000TEU(+29.5%), 2011년 41만TEU(+20%), 2012년 56만5000TEU(+37.61%) 등 이후에도 프린스루퍼트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매년 20% 이상 늘었다. 그러나 올해는 첫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10월까지 44만6000TEU를 처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실적(47만2000TEU)에 견줘 5% 이상 줄었다. 컨테이너를 뺀 다른 화물 처리량은 올해도 늘고 있다.
 광역밴쿠버항과 함께 APGCI의 2대 핵심 거점으로 꼽히는 프린스루퍼트항의 앞날을 밝아 보인다. 캐나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새로운 컨테이너 터미널과 석탄 터미널을 건설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APGCI 추진에 따라 프린스루퍼트항과 연결되는 철도·도로망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밴쿠버에서 북쪽으로 770㎞ 떨어진 프린스루퍼트는 인구가 1만2800명(2006년 캐나다 통계국 인구조사)에 불과하다. 그러나 캐나다 대륙횡단 철도와 연결되고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의 서쪽 종점인 교통의 요지다. 공항도 있다. 특히 캐나디안 내셔널(CN) 철도를 통해 미국 시카고까지 컨테이너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덕분에 물류거점 대접을 받는다. 과거 프린스루퍼트항만청 관계자는 국내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페어뷰 터미널은 철도와 바로 연계돼 병목 시간이 거의 없다”며, “미국의 다른 항구는 열차나 트럭 선적에 최대 1주일까지 기다리지만 여기는 입항 후 8시간이면 바로 컨테이너를 싣고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밴쿠버 광역항만 새출발
 APGCI의 또다른 핵심 거점인 광역밴쿠버항은 2008년 밴쿠버항만공사(Vancouver Port Authority), 프레이저강항만공사(Fraser River Port Authority), 북프레이저항만공사(North Fraser Port Authority)가 통합하면서 탄생했다. 3개 항만공사가 통합된 밴쿠버프레이저항만공사(VFPA·Vancouver Fraser Port Authority)는 대외 마케팅 활동을 위해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밴쿠버란 이름을 앞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라 밴쿠버무역관은 지난해 1월 “캐나다의 항만 확장으로 아시아와 교역증대 예상”된다며, “광역밴쿠버항은 국제적 해운회사가 이용하는 해상 터미널 28개를 갖추고 있으며, 1급 철도회사 3곳과 연결돼 있”다고 전했다.
 캐나다 외교통상부 산하기관인 캐나다 무역자문서비스(TCS)가 펴낸 APGCI 홍보물은 광역밴쿠버항에 대해 “북미 대륙에서 수출 물동량 1위, 전체 물동량 4위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매년 130개국 이상을 상대로 약 250만TEU의 수출입 화물을 처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연중 깊은 수심을 유지하는 광역밴쿠버항의 전천후 터미널은 흘수 제약이 사실상 전혀 없으며 슈퍼 포스트 파나막스급 선박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방대한 부두 인입 철로를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홍보물에 따르면, 2010년 1월 개장한 델타포트 제3부두에는 남미와 북미 대륙을 아울러 최초로 쿼드리프트 컨테이너 갠트리 크레인이 설치됐다. 부두가 확장되면서 델타포트의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연간 180만TEU로 50%나 늘어났다. 20㏊ 규모의 컨테이너 보관 시설도 추가됐다. 광역밴쿠버항의 2020년까지 목표는 연간 500만TEU 이상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을 확장하는 것이다.

 프린스루퍼트항처럼 광역밴쿠버항도 캐나다는 물론 시카고를 비롯한 미국 주요 도시들까지 화물 수송이 가능한 철도망을 갖추었다. 캐나다 퍼시픽(CP)과 캐나디안 내셔널, BNSF(Burlington Northern Santa Fe) 3개 철도가 광역밴쿠버항까지 이어진다. 광역밴쿠버항 내 컨테이너(화물 포함) 터미널은 북미 지역에서 가장 긴 인입철로를 갖추었다. 캐나다 퍼시픽과 캐나디안 내셔널이 운영하는 부두 인입철로는 화물 취급 단계를 줄여준다. 취급 단계가 줄면 비용을 아끼면서 환적 시간과 화물 파손 위험도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게다가 캐나다 퍼시픽과 캐나디안 내셔널은 “2단적 복합운송 열차를 매일 운행하여 캐나다와 북미 대륙 전역을 대상으로 화물을 신속하게 운반하고 있으며, 모두 최적의 수송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선로를 확장하고 추가로 열차를 구매하는 등 인프라 확충 및 효율성 개선을 목표로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BC주 남서부에 위치한 밴쿠버는 한국과 인연이 깊은 곳이다. 먼저 광역밴쿠버항은 한국 인천항과 자매항이다. 밴쿠버프레이저항만공사의 전신인 밴쿠버항만공사가 지난 1994년 인천지방해양수산청과 결연을 맺었고, 2008년 밴쿠버프레이저항만공사와 인천항만공사가 다시 자매결연 협정을 맺었다. 밴쿠버는 6만여 명의 한인들이 살고 있는 캐나다 서부 상업의 중심지다. 한국 중소기업의 북미지역 진출을 돕기 위해 코트라가 공동물류센터를 설치한 곳이기도 하다. 2012년 8월 문을 연 밴쿠버 공동물류센터는 광역 밴쿠버 내 델타시에 자리했다. 코트라는 밴쿠버가 “캐나다 시장 진출의 거점으로 최적의 조건”이라며, “(아시아에서) 캐나다로 진입하는 화물의 대부분이 (광역)밴쿠버항에 입항, 하역 후 철로 또는 트럭을 통해 육로로 이송”된다고 설명했다.

. 이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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