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작은 대륙인 오스트레일리아(호주)에서는 전체 수출입 물량의 거의 전부가 선박으로 운송된다. 그만큼 해운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호주의 주요 도시들도 길이가 2만5760㎞에 달하는 해안선을 따라 건설됐다. 주요 항만이 곧 주요 도시인 셈이다. 실제로 호주의 4대 항만인 시드니·멜버른·브리즈번·퍼스는 곧 4대 도시다. 4대 도시 가운데 인구는 시드니가 가장 많다. 그러나 호주 최대 항만은 멜버른이다.
근대 호주 역사의 출발점 호주 남동부 빅토리아주의 주도인 멜버른 인구는 2011년 6월 기준으로 413만7000여명. 462만7000여명인 시드니에 이어 호주에서 두 번째다. 멜버른은 2000년 제27회 하계 올림픽이 열린 시드니에 앞서 남반구 최초로 1956년 제16회 하계 올림픽을 연 곳이며, 1901년부터 27년 동안 호주 연방의 수도였다. 호주 연방 수도는 1928년 캔버라로 이전됐지만, 오늘날에도 멜버른은 ‘호주 근대 역사의 출발점’으로 호주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도시란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하나인 호주오픈, 멜버른컵 경마대회, 포뮬러원F1 호주 그랑프리 등 3개 국제대회가 매년 멜버른에서 열린다.
멜버른은 영국의 경제 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트 유니트(EIU)가 올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다. EIU는 안정성, 보건, 문화·환경, 교육, 인프라 5가지 항목에 대한 평가를 거쳐 매년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매긴다. 멜버른은 올해 100점 만점에 97.5점을 받아, 세계 140개 도시 가운데 1위에 올랐다. 9년 만에 1위를 차지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이다. 멜버른 외에 10위 안에 포함된 호주 도시는 아들레이드(공동 5위)와 시드니(7위). 한국 도시로는 서울이 유일하게 지난해와 같은 58위에 이름을 올렸다.
호주의 주요 도시들 가운데 멜버른은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통한다. 상업이 발달한 시드니와 달리 멜버른 거리는 18세기와 21세기가 공존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호주 최초의 기차역인 플린더스 스트리트 스테이션(1854년)을 비롯해 빅토리아 주립도서관(1856년), 프린세스 극장(1886년), 세인트 폴 대성당(1891년) 등이 과거를 보여준다면,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자 전망대인 유레카 스카이덱, 해저 터널로 이름난 멜버른 수족관 등은 현대를 상징한다. 멜버른 시내에서 조금만 나가면 마리나 항만 시설인 도크랜드가 나온다. 도크랜드에선 깨끗한 바다 위에 떠있는 고급 요트들을 보면서 산책할 수 있다.
멜버른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그리스 커뮤니티와 1950년대 골드러시 때 몰려든 중국 이민자들이 형성한 차이나타운도 있다. 론즈데일 스트리트는 19세기 말 이민 온 그리스인들이 만든 상권이고, 버크 스트리트 북쪽 차이나타운은 최근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각국, 인도 등의 전통음식점이 잇따라 문을 열면서 아시아의 거리로 바뀌는 중이다. 멜버른의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은 노면전차(야라 트램)와 철도(메트로). 약 240㎞나 되는 노면전차 노선은 항만까지 이어진다. 관광객을 태우고 명소를 도는 무료 트램(시티 서클)도 운영된다.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 모두 취항하는 멜버른 공항(털라 마린 국제공항), 저가 항공사의 국내선 전용인 아발론 공항(제2공항), 개인 비행기 및 일부 지역 노선이 운항되는 에센돈 공항과 무라빈 공항 등이 있다.

주요시설과 물동량 멜버른시 동남부 포트필립만에 자리한 멜버른항은 호주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와 일반 화물을 처리하는 항만이다. 야라(Yarra)강 초입부터 필립(Phillip)항 입구인 볼트(Bolte)교 하류까지 이어진 멜버른항에는 연간 3200척 가량의 상선이 입항하고 있다. 19세기부터 상업항으로 개발된 이 항만에선 호주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약 40%가 처리된다. 멜버른항 관리·운영은 멜버른항만공사(Port of Melbourn Corporation·PoMC)가 맡고 있으며, 항만 근처에 대규모 자동차산업단지가 조성됐다. 빅토리아주 정부는 1996년 멜버른항만국을 재편하면서, 주로 육상 항만 기능을 관리하는 멜버른항만공사(PMC)와 수면을 관리하는 빅토리아항로국(VCA)으로 분리했다가 2003년 7월 1일 PoMC로 다시 합병시켰다.
부두 사용료가 호주에서 가장 저렴한 멜버른항의 최신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인 스완슨 도크(Swanson Dock), 웨브 도크(Webb Dock)에선 컨테이너와 일반 화물을 모두 처리한다. 애플톤 도크(Appleton Dock)를 포함해 모든 터미널은 두바이 포트 월드 멜버른(DP World Melbourne), 톨 시핑(Toll Shipping) 등 6개 TOC(Terminal Operation Company)가 운영하고 있으며, 총 선석 수는 15개, 길이는 2744m에 이른다. 포스트 파나맥스 갠트리 크레인 등 총 14대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갖추었지만, 최대 수심이 13.1m여서 파나막스급 이상 컨테이너선은 입항할 수 없는 형편이다.
2008년 203만TEU였던 멜버른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2009년 220만TEU, 2010년 211만TEU, 2011년 235만TEU, 2012년 251만TEU로 연평균 5.1% 성장률을 기록했다.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실적 기준 세계 항만 순위도 2008년 56위에서 2011년 36위로 상승했다. 호주에서 가장 많은 화물을 처리하는 멜버른항을 통해 주로 수입되는 화물은 철, 화공약품, 자동차, 직물이며, 수출 화물은 양모, 석유화학품, 식료품 등이다. 호주 당국은 멜버른항의 연간 교역량을 750억 달러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PoMC는 2006년 8월 마련한 ‘항만개발계획(2006~2035)’에 따라 2035년까지 5년 단위로 항만을 확장할 계획이다. 2008년부턴 대형 컨테이너선의 입항이 가능하도록 필립만 준설 공사를 실시하고 있다. 멜버른항 처리능력 확장 프로젝트와 관련해 호주 항만부 장관은 지난해 4월 24일 120억 달러 규모의 확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가의 미래 경제를 발전시킬 주요 프로젝트로 웨브 도크에 새 컨테이너 터미널을 건설하고, 스완슨 도크의 기존 컨테이너 터미널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항만확장 프로젝트
우회 고속도로와 연결될 뿐 아니라 애들레이드, 뉴사우스 웨일스로 가는 철도편이 매일 운행되는 등 멜버른항의 물류 인프라는 좋은 편이다. 하지만 컨테이너 처리능력은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다. 이에 호주 최대 컨테이너항이란 위치를 강화하기 위한 수로 준설과 확장 프로젝트가 추진되고 있다. 먼저 멜버른항에서 마지막 남은 개발 가능 부지로 꼽히는 웨브 도크 지역을 개발해 향후 10연간 하역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발간 <국제물류위클리>에 따르면, 호주 빅토리아주 정부는 올해 3월 16억 달러 규모의 멜버른항 재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2011년 7월부터 2012년 6월까지 258만TEU를 처리함으로써 전년 같은 기간에 견줘 컨테이너 물동량이 7.8% 늘어난 데다, 향후 10~12년 안에는 현재보다 2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멜버른항의 하역능력을 늘리기 위해 마련된 사업이다.
PoMC 계획은 연간 100만개의 컨테이너를 처리할 수 있는 터미널과 연간 60만대 처리 가능한 자동차 터미널을 2016년 말까지 완공하겠다는 것이다. 빅토리아주는 부두의 수심을 더 깊게 하는 준설공사와 공컨테이너 장치장 건설 등도 승인했다. 멜버른항만공사는 환경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음, 빛, 교통정체, 경관 등을 고려한 공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PoMC는 2035년 멜버른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을 850만TEU로 예상하고 있다. 호주의 도시 개발이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멜버른 주변의 인구가 늘어나고 소비와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멜버른의 인구 증가율을 감안했을 때, 멜버른은 2028년께 시드니를 제치고 호주에서 가장 큰 도시가 될 전망이다. 인구 증가는 물동량 증가를 수반한다. 항만시설 확충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호주는 환경에 대한 규제가 매우 엄격하다. 항만시설 확충도 쉽지 않다. 이에 대응해 PoMC는 빅토리아주 정부와 협의를 거쳐 스완슨 도크와 웨브 도크를 중심으로 멜버른항 확장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 이주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