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이주현 기자
프로젝트 추진 배경과 과정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얀마는 의회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 복지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소수종족 및 공산당 세력과의 내전과 정국 불안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1962년 3월 2일 일어난 군사 쿠데타 이후 집권한 독재정권이 강력한 쇄국 정책을 펴면서 미얀마 경제는 피폐해지고 말았다. 게다가 미국, 유럽연합(EU) 등 서방세계의 강도 높은 경제 제재 조치가 지속되면서 미얀마 군사독재정권은 2003년 민주화 7단계 로드맵을 발표하고, 문호를 열 수밖에 없었다.
미얀마 경제 발전과 더불어 동남아시아의 산업 및 물류 체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는 다웨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사람은 태국의 탁신 친나왓 전 총리다. 다웨이 프로젝트에 대한 코트라 방콕무역관의 동향보고를 종합하면, 탁신 전 총리가 2006년 처음 제안한 다웨이 프로젝트는 2008년부터 가닥이 잡혔다. 그 해 미얀마 정부는 태국의 건설회사 ITD(Italian-Thai Development Public Company Litmited)와 다웨이 프로젝트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008년은 민주화 7단계 로드맵 가운데, 국민회의의 기본원칙에 따라 헌법초안이 마련(2월)되고, 헌법초안 승인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5월)된 해이다.
2010년에는 다웨이에 심해 항만을 건설하고, 다웨이에서 태국 국경 깐차나부리를 잇는 철도와 도로 등 운송 인프라 구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에서 항만과 부두 개발이 주력 사업인 ITD는 미얀마 정부로부터 75년간 다웨이 지역(특별경제구역)의 토지를 독점 이용할 수 있는 운영권을 따냈다. 이를 토대로 심해항구, 화력발전소, 조선소, 제철소, 석유화학 단지 등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미얀마 정부와 ITD가 마련한 애초 다웨이 프로젝트는 2015년까지 85억 달러를 투자해 주요 인프라를 구축(1단계)하고, 2016년부터는 500억 달러를 더 투자해 발전소와 정유시설, 석유화학공장, 제철소, 비료공장 등의 산업단지를 조성(2단계)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미얀마 및 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한 다웨이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좌초 위기를 겪어야 했다.
자금조달 문제로 좌초 위기
다웨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는 천문학적인 사업비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08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개발권을 따낸 ITD는 글로벌 경제위기 등의 영향으로 첫 단계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자금 85억 달러를 모으지 못했다. 처음부터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원동력을 잃은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개발비에 견줘 허술한 재정조달 계획 등이 도마에 오르며 다웨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다. 그러자 미얀마만큼이나 이 프로젝트에 깊숙이 발을 담근 태국이 나섰다.
먼저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가 2011년 10월 미얀마를 공식 방문해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열고 다웨이 프로젝트 지원 계획을 밝혔다. 잉락 친나왓은 다웨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여동생이다. 2012년 1월에는 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협의하기 위해 태국의 관계부처 장관 5명이 미얀마를 찾았다. 태국 정부는 ITD에만 프로젝트를 맡길 게 아니라 정부 대 정부의 협력 사업으로 발전시키자고 미얀마 정부에 제안했고, 아쉬운 미얀마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좌초 위기를 벗어났다. 더구나 올해 1월 태국을 방문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다웨이 프로젝트에 협력할 뜻을 밝히면서 이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방콕무역관에 따르면, 다웨이 심해 항만 개발은 이제 막 시작된 상태다. ITD가 항구를 비롯해 도로, 전기 등 소규모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방콕무역관은 프로젝트 초기엔 미얀마와 태국 정부가 계획 중인 항구, 도로, 발전소, 산업단지 등의 프로모터로 ITD가 참여하고, 중기 이후엔 특수목적법인이자 프로젝트의 지주회사 구실을 할 SPV(Special Purpose Vehicle)와 7~8개 SPC(Special Purpose Company)가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웨이 프로젝트는 1단계 심해 항만 건설부터 다웨이-반푸남론 연결도로와 복선철도, 산업단지, 발전소 등 8개 세부 프로젝트로 나뉘어 추진된다. 세부 프로젝트는 SPV가 꾸려진 뒤인 2014년 말 국제경쟁 입찰 방식으로 발주될 것으로 전망됐다. 발주 예정금액은 90억 달러로 보였다. SVP 지분은 미얀마와 태국 정부가 각각 30%씩 보유하고, 나머지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외국정부와 기업한테 돌아갈 예정이었다.
‘설상가상’ 즐비한 걸림돌다웨이 개발이 시작된 상태지만 곳곳에 암초가 도사리고 있는 탓에 원만하게 추진되리란 보장은 없다. 먼저 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언론에 따르면, 다웨이 인근 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석탄을 때서 전기를 생산하는 화력발전소가 건설될 경우 환경오염이 불을 보듯 뻔하다는 이유로 프로젝트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발전소 건설에 따른 피해 내용을 알리는 전단지를 주민들한테 나눠주고, 평생 농사만 지어온 주민들을 위한 보상금이 부족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주민들은 다웨이 프로젝트 반대운동에 힘을 보탰다. 미얀마 정부는 환경보호 등을 고려해 친환경적인 개발을 추진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화력발전소 건설은 보류되고 말았다. 이후에도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청정 지역인 다웨이에 치명적인 환경오염이 뒤따를 것이란 주장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큰 걸림돌은 자금 조달 문제다. 미얀마·태국 정부와 ITD는 올 3월 다웨이 프로젝트를 위해 우선 3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돈은 SPV 설립 이전에 프로젝트 기틀을 닦는 데 쓰일 예정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지급할 보상금, 도로 및 초기 인프라 마련에 투입할 자금으로 3억 달러를 준비한 셈이다. 하지만 이미 주민 보상금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 일본, 중국 등 외국정부와 기업들이 투자할지 여부도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았다.
태국의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6년 다웨이 프로젝트를 제안할 당시, 초기 구상단계의 총 사업비는 140억 달러로 추정됐다. 그러나 프로젝트가 구체화되면서 500억 달러를 넘어섰고, 지금 시점에선 총 사업비 규모 3000억~4000억 달러를 웃도는 수준까지 뛰어올랐다. 게다가 현지 주민들이 요구하는 이주 보상금과 환경오염 방지에 필요한 자금 등을 고려하면 사업비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사업기간도 애초 2020년 완공에서 75년 개발계획으로 바뀌었다.
최근 동향과 미래 전망
막대한 개발비, 지지부진한 사업 진행, 주민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다웨이 프로젝트에 대한 회의적인 주장이 적지 않다. 방콕무역관의 최근 보고를 보면, 특히 자금조달의 어려움 때문에 현실적으로 원활한 사업 추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라고 한다.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미얀마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고, 동남아시아 물류환경이 크게 바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인도차이나 반도 서쪽 인도양 연안에 위치한 다웨이항은 인도와 중국, 동남아를 잇는 요지로 손꼽힌다. 또 수심이 깊고 접근성도 용이한 덕분에 심해 항만으로 개발하기 위한 천혜의 입지조건이란 평가를 받는다. 애초 다웨이 프로젝트는 바로 인도양과 연결되는 운송·물류·생산기지를 건설해, 인도차이나 반도와 중국 남부지역의 물류환경을 개선하자는 의도로 기획됐다. 미얀마 남부 안다만 해안에 위치한 다웨이를 심해 항만으로 개발하면 인도차이나 반도, 중국 남부지역에서 생산된 물자를 기존 항로보다 쉽고 빠르게 인도, 중동, 아프리카, 유럽 등지로 실어 나를 수 있다.
현재 인도차이나 반도 주요국의 선박들이 인도양을 항해하려면 체증이 심한 태국만과 말라카 해협을 거쳐야 한다. 특히 다웨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한 태국 입장에서 다웨이 심해 항만은 미얀마 진출의 교두보란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말라카 해협을 거치지 않고도 인도양으로 나가는 전략적 물류·산업단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웨이에 대규모 산업단지가 조성될 경우 태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이 2% 상승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올 정도다. 양곤, 만달레이 등에 견줘 상대적으로 낙후된 남부지역을, 중국의 선전경제특구처럼 특별경제구역으로 개발하길 원하는 미얀마 정부도 다웨이 프로젝트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미얀마 정부가 자금난 해소를 위해 발 벋고 나섰다. 미얀마 정부는 한국과 일본 등에 다웨이 프로젝트 투자 참여를 적극 요청했다.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일본은 미얀마·태국과 3개국 회의를 열고 투자 방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의 투자를 유치하려는 미얀마 정부와 달리, 태국 정부가 정책적 전략사업에 대한 일본의 투자를 껄끄러워한다는 것이다. 이미 양곤 남부에 띨라와 특별경제구역을 개발 중인 일본도 다웨이 프로젝트 참여 여부를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한다.
동남아 물류혁명 기대이처럼 여러 가지 걸림돌에도 불구하고 미얀마와 태국 두 나라 정부의 협력 사업으로 추진되는 다웨이 프로젝트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인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를 동서로 연결하는 곳에 위치한 다웨이에 심해 항구와 고속도로, 복선철도 등이 완공될 경우 인도차이나 반도 물류지도의 대변화가 예고되기 때문이다. 이 지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 중국, 일본 등도 주시하는 상황이다.
방콕무역관은 이와 관련해 인건비가 급상승한 태국이나 베트남보다 임금이 낮은 미얀마로 공장설비 등을 이전하려는 움직임과 말라카해협을 이용하지 않아 절감되는 운송비용을 고려해 다웨이 프로젝트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금난 확보로 난항이 예상되지만, 국가 차원에서는 지속적인 추진이 예상되는 프로젝트”라는 게 방콕무역관의 분석이다. 방콕무역관은 “태국 기업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에도 인프라 구축, 석유화학 시설, 비료공장 설립 등 다양한 프로젝트 참여 기회가 예상돼 관련 기업의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지금까지 확정된 다웨이 프로젝트의 주요 내용은 북부 액체화물 터미널(연 처리능력 105메가톤), 중부 일반·콘테이너 화물 터미널(120메가톤), 남부 벌크 터미널(220메가톤) 등 3개 심해 항만 건설과 4개 공업단지 건설, 인프라 및 수송로 건설이다. 기타 주거지역과 상업지역, 레저·휴양지 건설 계획도 포함됐다. 시행사인 ITD는 개발 대상 지역에 대한 지형·토지 조사를 거쳐 초기 환경검사와 예비 구상계획을 마친 상태다. 심해 항만과 산업단지 건설 공사는 기부채납(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해 향후 75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미얀마와 태국 두 나라 정부는 수차례 회의 거쳐, 자금난에 허덕이는 ITD의 역할을 제한하는 대신 유동화전문회사(SPV)를 설립해 다웨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지난 5월 뜻을 모았다. SPV는 7개로 나뉘어 항구, 도로연결, 부동산 사업, 전기와 물 공급, 통신과 철도 연결 등을 맡기로 했다. 두 나라 정부가 50%씩 지분을 가진 첫 번째 SPV1은 6월 국제 파이낸싱이 유리한 태국에 설립됐다. SPV2는 미얀마에 설립될 예정이다.